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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과 Aug 21. 2018

무제(4)

이름도 없는 너에게

다음날 예정대로 수술을 했다.

하반신만 마취를 하였기 때문에  통증은 없었지만 꿰매고 잡아당기고 꾹꾹 누르는 느낌이 난다. 
 
회복실에서 갑자기 어지럽고 식은땀이 나면서 메스껍다. 혈압이 낮아졌다는 경보음이 요란하게 울린다
간호사는  내 링거줄에 주사약을 얼른 넣는다. 그러는 와중에도 마취에 수술에 혈압 올리는 약까지 맞았는데 뱃속 아기는 괜찮나 싶었다. 다른 임산부들은 먹는 것 하나도 함부로 먹지 않는데 이래도 아기는 무사할까?
 
마음이 무겁다.
 
하루 뒤 퇴원을 하였다. 친정으로 갔다. 
절대 안정해야 한다고 했다. 자궁이 수축되는지 알아보는 검사에는 아기가 작아 잡히지 않지만 자궁이 수축될 수 있다고 했다.
 
며칠 전 시작된 하혈을 여전히 멈추지 않고 있다. 나는 자궁 입구를 묶어주는 수술을 했다. 나는 의아했다. 그 수술은 보통 자궁무력증이 있는 산모가 하는 수술이다. 나는 자궁무력증이 아니다. 의사는 이렇게 하혈을 하는 산모 또는 조기진통이 있는 산모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자궁 입구를 꿰맨다고 자궁수축이나 하혈이 없어지나? 수술로 더 자극되는 건 아닐까?
 
의사 말을 믿기로 했다. 아니. 사실 뭐라도 해야 했기 때문에 수술을 한 것 같다.
 
친정집에 하루 종일 누워만 있었다. 많이 걷거나 움직이면 안 된다고 했다. 엄마가 하루 종일 누워만 있는 내가 안됬는지 바람도 쐴 겸 근처 마트에 가보자고 했다. 그래서 그랬나 보다. 다음날 핏덩어리가 쑥 빠져나왔다. 겁이 났다. 그때 마트를 가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놀란 마음에 다시 병원에 갔다. 자궁 수축 검사에 무엇인가 잡힌다. 자궁은 아기가 나올 때만 수축해야 한다. 18주 만에 내 자궁은 진통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자궁 수축 억제제를 맞았다. 부작용은 머리가 아프고 숨이 차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거다. 간호사가 와서 괜찮은지 자꾸 묻는다.
하루에도 몇 번 자궁수축 검사를 하고 아이 심장소리를 확인했다. 며칠 뒤 어느 정도 안정이 되었다고 퇴원하라고 했다. 4월 29일이었다. 진단서의 내 병명은 조. 기. 진. 통.이였다.
 
여전히 하혈이 깨끗하게 멈추질 않았다. 이번엔 친정이 아니라 집으로 돌아왔다. 집을 오래 비울 수 없었다. 집에 돌아오니 하혈이 조금씩 심해졌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병원에 가지 않았다.
20주가 넘었지만 난 아이의 태명도 지어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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