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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과 Aug 25. 2018

문제행동에 대처하는 자세(1)

7월 30일부터 8월 10일까지 특수교육지원센터에서 주관하는 여름 계절학교에 참석 중이다. 벌써 두 번의 참석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별 걱정하지 않았다. 방심은 금물이라고 하였던가....


계절학교 운영 방식이 바뀌어서인지, 선생님과 잘 맞지 않아서인지 하루 가고는 가기 싫다는 말을 했다. 의례 해보는 말인지 알고 그냥 넘겼다. 계절학교 이틀째부터 사고를 치기 시작했다. 담당 선생님께서 아들이 수업에 참여도 하지 않고 방해해서 야단을 쳤다는 이야기를 해주시는 거다. 엄마로서 뭐라고 이야기하겠나? 집에서도 잘 지도할 테니 잘 부탁드린다고 했다. 잘못할 때는 따끔하게 혼내 달라는 말도 덧붙였다.

아들의 문제 행동은 날이 갈수록 도를 지나 치게 되었다. 일주일이 지난 어제는 핀셋으로 다른 친구 손을 찌르려고 했단다. 수업 끝날 즘 아들을 데리러 가니 아들은 수업엔 참여하지도 않고 혼자서 따로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당황스러웠다. 특수교육 센터의 높은 분(?)이 나를 따로 불렀다. 그리고는 아들의 문제 행동과 버릇없는 말버릇에 대해 나에게 이야기하신다. 진짜 하고 싶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으니 아들과 잘 이야기해보란다.

그건 곤란했다.  



문제 행동을 일으키면 엄마가 하기 싫은 프로그램을 그만두게 해주는구나.



라고 생각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늘 하던 패턴대로 하려는 아들이기 때문에 다음에도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으면 문제를 일으킬 확률이 높다.

어떻게 해야 하지?

엄마는 지혜로워야 한다. 창의적이기도 해야 하고 인내심도 있어야 한다. 현명한 엄마가 되기는 내 역량이 부족한데... 갑자기 가슴이 답답했다.

내 옆에 서 있는 아들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특수 학생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에서조차 문제 학생이 되어버린 아들을 보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착잡한 마음이었다.

왜 그런 행동을 할까?

하기가 싫은데 이유가 있으랴... 하기 싫으면 하기 싫은 거지... 하기 싫다고 다른 사람을 괴롭히고 선생님께 예의 없이 행동하고 수업을 방해하는 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들에게 제안을 했다.



내일 수업 잘 했다고 선생님께 칭찬받으면 모레부터는 그만 가도 돼. 지금 그만두면 네가 문제만 일으키는 아이로 선생님은 생각하실 거야. 네가 잘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그만두더라도 그만 두자.




아들은 칭찬받을 자신이 없다고 징징거렸다. 수업에 절대 참여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래서 제안을 구체적으로 하고 수위도 낮췄다.  보상의 강도는 높였다.



그럼 친구들 괴롭히지 않고 수업에 참여는 안 해도 되니까 가만히 앉아서 수업을 봐. 그러면 모레부터는 안 가도 돼. 
그리고 네가 가고 싶은 OO 백화점에 같이 갈게.




그제야 아들과의 협상이 성사되었다. 내가 잘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단 하나. 문제 행동을 일으키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안 할 수 있다는 생각만은 하지 않게 해주고 싶은데... 내일 잘 해서 선생님들에게 칭찬받고 그래서 수업에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좋겠는데...


와중에 선생님들에 대해서 원망의 마음도 들었다. 학교에서는 별문제 행동 없이 생활하는데.. 복지관에서도 마찬가지고.... 나도 교사지만 선생님에 따라 아이들의 행동은 180도 달라진다. 

이내 생각을 고쳐먹는다. 세상 살다 보면 어떻게 마음에 드는 환경만 만나겠는가? 참을 줄도 알아야지. 그리고 마음에 안 든다고 남에게 피해 주는 행동은 절대 하면 안 되지... 다른 방법을 써야지...

반성도 해본다. 아들이 하기 싫다고 하는 프로그램에 억지로 참여시킨 건가? 자기 의견이 묵살돼서 화가 나서 그런 행동을 하는 건가? 그렇다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만 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어렵다.. 어려워. 
다시 한번 느낀다.



육아는 아 r 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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