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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과 Aug 25. 2018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기 싫다

그래도 해야지...

우울증 초보(우울증이라 인정한 지가 얼마 되지 않아서...)라 지금 내가 겪는 증상이 우울증 때문인지 다른 것 때문인지 아리송할 때가 많아.


일단 머리가 멍하다. 생각이 정지된 것 같다. 생각이란 것을 할 수가 없는 느낌이다. 당연히 어떤 일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가 어렵다. 이런 생각에 압도되면 불안해지고 무기력해진다.


조금 전에도 어질러진 방, 지겹다고 징징거리는 아들, 윙윙대며 혼자 켜져서 시끄러운 TV에 짓눌려서 소파에 널브러져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머리까지 아프다. 몸이 경직되었다는 뜻이다. 어깨와 뒷목이 뻐근하다. 이유는 없다. 달리 이유가 없는 걸 보면 우울증 증상인가 보다.


아들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괜히 안됐다. 엄마가 이리 무표정하게 처져있으니 어미로서 무슨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아이들은 손이 많이 간다. 그래서 엄마라는 존재는 바지런해야 한다. 몸도 마음도 내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데 아이의 요구에 재깍재깍 반응하기가 어렵다.


장애가 있는 아들에게 더 긍정적인 자극을 주지는 못할 망정 심심하다고 밖에 나가자는 아들에게 정지된 머리로는 뭔 해결책도 제시해줄 수가 없었다. 내 몸뚱이는 꼼짝도 할 수 없어 밖에 데리고 나가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다른 제안도 할 수 없다. 아들에게 미안하고 죄스러워서 더더 기분이 처진다.


바닥을 뚫고 가기 전에 일어나야 한다. 일단 소파에서 떨어졌다. 주섬주섬 거실에 흩어져있는 물건들을 대충이나마 제자리에 둔다. 아들이 먹다 흘려놓은 음식 부스러기도 쓸어담았다.


기분이 한결 좋아진다. 역시 몸을 움직여야 한다.


허리가 뻐근하다. 너무 누워있어서일까? 고질병인 허리가 신호를 보낸다.

응급처치로 가벼운 스트레칭을 했다. 하체로 피가 통하는 느낌이다. 머리도 덜 아프다.


아들을 돌아보았다. 꾀죄죄한 아들이 눈에 들어온다. 샤워하자고 다그쳐서 씻겼다. 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그러고 나니 정신이 조금 든다. 사실은 아주 조금이다. 그래도 이렇게 앉아 있을 만큼 기력이 생겼다. 


요즘은 이래서 우울증 있는 엄마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나 싶다. 해주긴 뭘 해줘야 하는데 몸과 마음은 말을 듣지 않고 그래서 더 힘들고 애쓰이고...


아이를 돌보는 게 왜 이렇게 버거울까? 사실 아들이 크게 장난을 치거나 내 말을 안 듣는 것도 아니다. 종종 떼를 쓰는데 그게 힘이 들긴 하지만 말이다. 24시간 그런 건 아니니까.


내가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소파에 얌전하게 앉아 드라마를 보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정말로..


기분이 롤러코스터를 탄다. 이제는 너무 우울해서 화도 안 난다. 예전에는 신경이 날카로워져서 매번 남 편한테 짜증을 많이 부렸는데 이제는 증상이 더 심해졌는지 화도 나질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화낼 기력도 없다. 이것도 우울 증상인가? 권태기인가?


다음 주 수요일에 진료가 있다.

짧은 진료와 약으로는 한계를 느껴서 심리 상담도 받고 싶은데 시간 내고 아들 맡길 거 신경 쓰고 하기가 귀찮아 상담받고 있지 않다. 이를 어쩌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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