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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과 Aug 25. 2018

남의 말에 자꾸 흔들리는 이유

수업은 11시부터였다.


집에 있기 지루한 아들은 9시부터 나가자고 조른다. 성화에 못 이긴 나는 아이를 데리고 무작정 밖으로 나왔다. 놀이터에서 조금 놀더니 이내 싫증을 낸다.

하는 수없이 차에 태우고 수업받는 곳으로 가기로 했다. 시간이 많이 남은 탓에 내비게이션으로 목적지를 찍긴 했지만 빙~~ 돌아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내비게이션은 자기가 가르쳐주는 길로 가지 않는 나를 채근이라도 하듯이 경고음을 냈다. 아랑곳하지 않고 나는 최대한 둘러 가는 길을 선택해 운전을 했다. 

경고음뿐만이 아니었다. 계속 경로를 재탐색해서 제일 가까운 길을 나에게 안내해주었다. 이래도 내가 가라는 길로 안 갈래? 하는 것처럼 쉴 새 없이 경고음을 내고 경로 재탐색을 했다. 한참 후에야 "내가 졌소!!"라는 듯 내가 가려고 하는 경로로 안내해주었다.

유독 남의 말에 귀가 얇은 나는 그때 깨달았다.



내가 가고자 하는 길과 그 이유가 뚜렷하다면 
옆에서 아무리 정답을 말해줘도 흔들리지 않는구나!!!!


얼마나 정확한 길을 알려주는 내비게이션인가? 모르는 길을 갈 때면 하나님 대하듯 내비게이션을 믿으며 운전을 하지 않았던가?


사실 두 번째 가보는 낯선 길이라 내비게이션을 작동시키긴 했지만 내가 갈 목적지가 확실하고 내 의도가 확고하니 내비게이션이 아무려 나에게 말을 걸어도 전혀 동요가 되지 않았다.

언제나 이 길일까 저 길일까? 이 말이 일리가 있는 것 같은데... 아니 저 말이 더 합리적인가? 하며 헤매던 '나'다. 그 이유를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내가 가고 싶은 길을 모르기 때문이다.
내가 가고 싶은 이유를 모르기 때문이다.

어떻게 가는지는 물어볼 수 있다. 하지만 어디로 갈지, 왜 가야 하는지는 내가 전적으로 결정해야 하는 문제다.



나는 누가 정답을 말해줘도 동요되지 않을 
그런 확고한 삶의 목적을 가지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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