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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과 Nov 30. 2018

여전히 여기저기 박혀 있는 파편....

한 조각 꺼내들다

출산휴가 후 복직한 동료가 있다. 유축한 모유를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챙겨서 퇴근하는 그녀를 보는데 마음 한 쪽이 아렸다.


왜 그럴까....?




그날이 떠올랐다. 낳은 지 2달이 지나도록 한 번도 안아보지 못한 아들을 인큐베이터 채로 서울로 전원한 날 밤이었다. 아들이 퇴원하면 먹일 거라고 모유를 유축했었다. 전원하던 그날은 한나절 유축을 할 수 없었다. 젖은 불어서 탱탱해졌고 4인 병실에서 마땅히 유축할 곳을 찾지 못해서 유축기를 챙겨 화장실로 들어갔다. 돌처럼 단단해진 젖가슴에서는 젖이 잘 나오지 않았고 아프기만 했다. 


아파서인지 서러워서인지 오늘 도착한 서울 병원이 낯설어서인지 눈물이 났다. 소리를 죽여 울던 그때.... 웽웽 돌아가던 유축기 소리가 유독 크게 느껴졌다. 밤늦은 시간이라 다른 환자들 잠 깰까 신경이 쓰여 오래 유축기를 켜 둘 수도 없었다. 그 와중에 '젖을 제대로 유축하지 않으면 젖이 마를 텐데... 그러면 나중에 어떻게 젖을 물리나...' 걱정을 했다. 

겨우겨우 조금 유축한 젖을 세면대에 쏟아버리며 꺼이 꺼이 울었다. 아이를 낳고 젖 한번 물려보지 못한 어미의 애달픈 마음은 동물적 본능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나는 그렇게 서럽게 울었던 걸까?




먹먹한 마음으로 퇴근을 해 아들을 만났다. 나를 보자마자 흥분해 알 수 없는 말을 하며 활동보조 선생님에게 손가락질을 해댔다. 화가 나는 것이 아니라 안쓰럽고 가슴이 아팠다.


불쌍한 내 새끼...
내가 힘들었어도 너만큼 힘들었겠니?
태어나자마자 엄마 냄새 맡으며 젖 한 모금 목으로 넘기지 못하고 주삿바늘로 찔리기만 했던 100여 일.... 삭막한 인큐베이터 유리병 속에서 울어젖혀도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을 때의 너의 절망감... 을 내가 이해할 수 있을까?

가슴 한켠이 늘 아리는 것은 이런 기억들이 내 가슴에 파편으로 박혀 있어서는 아닐까?

충분히 슬퍼하고 위로해주고 안아주고 싶어졌다. 나 자신을 말이다.

그렇게 하면 가슴에 박힌 수많은 파편, 그중 하나는 제거할 수 있지 않을까?

긴 한숨을 '휴......' 내쉰다. 
가슴이 좀 시원해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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