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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과 Dec 28. 2018

내 꿈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겨울 방학 1일차.


아들이 전부터 노래를 부르던 부산 키자니아에 갔다. 10월에 서울 키자니아를 갔었는데 그때 키자니아 홈페이지에서 부산에도 키자니아가 있다는 것을 알고 그곳에도 가고 싶어 했다.


날짜를 정하는데 나름 치밀했다. 검색을 해보니 부산은 오늘 겨울 방학식을 하는 학교가 많았다. 그래서 오늘은 아이들이 학교에 있을 테니 키자니아 안이 덜 붐빌 거라 예상했다. 게다가 평아닌가? 극성수기만큼 붐비지 않았지만 유치원과 초등학교 단체 입장이 많아서 그렇게 한산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대부분 20-30분 대기하면 체험이 가능했고 일부 인기 없는(?) 체험장은 바로 입장도 가능한 정도였다.


이렇게 엄마는 치밀하게 날짜까지 간택(?)을 하는 정성을 쏟았건만 아들은 무엇이 마음에 안 들었던지 고작 4개의 직업 체험만 하고는 집에 가자고 했다. 12시 30분쯤이었다.


"진짜 나가고 싶어? 다시 들어올 수 없는데... 후회 안 할 거야?"


여러 번 물었지만 생각이 확고한 아들을 더 이상 그 안에 데리고 있을 수가 없었다. 하고 싶지 않은 체험을 참으면서 하지도 않겠거니와 억지로 체험장에 들여보내도 떼를 쓰거나 남을 방해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이래서 장애 아동은 50% 할인은 해주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허탈했다.


키자니아에 갈 때는 부산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갔는데 부산역으로 돌아갈 때는 굳이 버스를 타겠단다. 그것도 시티투어 버스를... (2년 전 시티투어 버스를 타본 데다가 샌텀씨티에서도 타고 내려봐서 더 고집을 부렸던 것 같다)


시티투어 버스는 한 번을 타던 여러 번을 타던 가격이 똑같다. 고작 한번 타는데 어른 18000원, 아이 5000원 도합 23000원을 낼 수는 없었다.(택시비보다 더 들다니!!!)


자기 뜻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칭얼거리기 시작한다. 춥다고 징징, 시티 버스 타자고 칭얼칭얼, 다리 아프다고 툴툴. 완전 종합 3종 세트가 따로 없었다.


머리가 하얘졌다.


나도 익숙한 곳이 아니라 헤매는 데다가 옆에서 계속 서라운드로 신경 긁는 소리를 내니 머리가 뱅글뱅글 돌았다. 합리적인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저기서 급행 버스가 지나가는데 부산역이라고 쓰여있었다.


'그래!! 저 버스를 타자!!'


시티투어버스가 아니면 타지 않겠다는 아들을 달래서 겨우 급행 버스를 타기로 했다. 그런데 급행 버스라 근처 버스정류소에는 서지를 않는 것이었다.


'정류소가 어디일까? 너무 멀면 아들 데리고 못하는데.... 날씨도 추운데 오래 기다려야 하는 거 아닌가....?'


여러 가지 생각이 생겼다 사라졌다. 이럴 때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게 최고다.


"1001번 버스는 어디 서죠?


다행히 100m 정도 떨어진 곳에 정류소가 있었다. 그런데 아들이 걷지 않으려고 한다. 업어주겠다고 하며 달랬다. 아들을 업고 버스정류소로 향했다. 다 큰 아이를 업고 가니 사람들이 힐끔힐끔 쳐다본다.  민망하기도 하고 허리도 아프고 정신도 없고 다 때려치우고 싶은 심정이었다.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급행 버스가 도착했고 아들은 원하던 버스를 타서인지 조용히 부산역까지 갈 수 있었다.


기차 출발 시간이 40여 분이나 남았는데 기차보러 내려가자고 막무가내다. 어쩔 수 없이 기차 타는 곳으로 내려갔지만 너무 추워 다시 대합실로 올라가자고 해도 싫다고 고집을 부리는 아들. 주위를 살피니 비어있는 공중전화 부스가 있었다. 우선 바람이라도 피하자 싶어 아들과 둘이서 그 안으로 들어갔다. 그 좁은 곳에서 20분쯤 우리가 탈 기차를 기다렸다.


우여 곡절 끝에 우리는 예정보다 4시간 일찍 집에 도착했다.


이런 나에겐 '꿈' 이 하나 있다....            

                                                                                 

내 '꿈'은 세. 계. 일. 주. 다.


평생을 누가 돌봐주지 않으면 안 되는 아들이 생겨버린 나는 혼자 세계여행을 떠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내 '꿈'을 포기하고 싶지도 않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아들과 함께 세계여행'이다.


세상의 시간표대로 살아야 하는 아이가 아니기에 학교쯤은 한 해 쉬고 언제든지 나만 마음먹으면 떠날 수 있다.


오늘 하루 여정과  '아들과 함께하는 세계여행'이 오버랩되면서 세계여행을 떠났을 때 어떨지 예상이 됐다.



1. 맛 집은 당연히 들를 수가 없다.

     - 유독 자주, 급하게 울리는 아들의 배꼽시계에 맞추려면 맛 집을 찾아간다거나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음식을 먹을 수 없다. 당장 눈앞에 있는 식당으로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2. 관광 명소를 제대로 구경할 수 없다.

   - 세계여행이라면 아무래도 굵직굵직한 관광 명소들 위주로 다닐 텐데 기껏 어렵게 찾아가서는 아들의 시시각각 변하는 심정에 따라 그곳에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정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3. 정신이 혼미해져 분실 및 도난이 잦을 것 같다.

  -오늘도 두꺼운 겉옷과 가방은 사물함에 넣어두고 들어간다는 것이 그만 아들 파카와 가방만 넣고 내 옷은 그냥 입고 사물함을 잠궈버렸디. 두꺼운 겉옷을 입고서는 도저히 아들 케어가 어려울 것 같아 1000원을 넣고 문을 열어 다시 내 옷을 넣었다. 아들과 있으면 정신이 반쯤 나간다. 그러니 세계여행 가서 여권, 핸드폰, 사진기 그 외 물품 간수가 되려나?


4. 아들의 생리현상 해소에 어려움이 많을 것 같다.

  - 버스를 타려는데 갑자기 소변이 마렵단다. 칼바람이 불어서 춥다고 난리면서 곧 도착할 버스를 타지 못하면 한참을  또 기다려야 하는데 난감했다.  기차에서 소변을 보다가 실수를 해서 내복과 바지가 흠뻑 젖어버렸다. 하필 유독 춥다는 오늘 같은 날씨에!!

  어쩔 수 없이 푹 젖어버린 내복을 벗기고 바지만 입혔다. 휴지로 바지에 있는 오줌을 닦아냈다. 이런 일은 언제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똥을 바지에 안 싼 게 다행이다.


5. 이런 모든 것이 종합적으로 몰려올 경우 세계여행을 포기할까 걱정된다.

  - 일이 하루에 한 개씩만 일어난다면 또다시 힘을 내보겠다. 하지만 사건 사고가 연타로 발생한다면 이겨내지 못하고 짐을 싸서 집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오늘도 3단 콤보에 다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이 목까지 차올랐다. 자칫하다간 세계여행이라는 꿈을 이루기는커녕 내 명만 짧게 하는 내 무덤 파기 프로젝트가 되어버릴 수 있다.



세계여행이라는 꿈은 나에게는 욕심일까?


아니!!


1. 남들 하루 만에 볼 곳을 이틀, 삼 일 동안 오래 보면 된다.


2. 아들 덕분에 더 다양한 여행이 될 수도 있다. 오늘도 부산역에서 키자니아까지 지하철도 타보고 버스도 타보지 않았던가?


3. 소문난 맛 집은 찾아갈 수 없을지 몰라도 동네에서 우연히 숨은 고수가 만드는 음식을 먹을 수도 있겠다. 아니면 관광객의 입에 맞춰진 음식이 아닌 완전 로컬 음식을 맛볼 수 있지 않을까?


그래...



'세계여행'이라는 꿈이 욕심이 아니라 남들처럼 '세계여행'을 하려는 게 욕심이었던 것이다.

여전히 정형화된 생각에 사로잡혀있는 나를 본다.


꼭 맛 집에 가야 하나? 꼭 7대 관광 명소 같은 곳에 가야 하나? 계획대로 움직여야 하나?

오늘 또 아들 덕분에 하나 깨닫는다.



특별한 아들이 있는 나는 아마도 특별한 세계 여행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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