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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과 Jan 31. 2019

군계일학

중학교 예비소집일에 있었던 일

오늘은 중학교 예비소집일이었다. 

엄마인 내가 함께 갈 필요는 없었지만 특수반 선생님에게 인사도 하고 상담도 하기 위해 갔다. 내가 중학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아들은 강당에 다른 아이들과 함께 앉아 있었다. 특수 실무원 선생님도 아들의 뒤편에 서서 지켜보고 계셨다. 


아이들 무리에서 잘 앉아 있는 아들을 보니 많이 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옆에 앉은 친구들한테 말을 걸거나 뒤를 돌아보고 불쑥 일어나 화장실에 가겠다고 했지만 그만하면 낯선 공간에서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잘 해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오리엔테이션이 길어지고 1시간쯤 지나니 인내심의 한계에 다다른 아들의 엉덩이가 들썩이기 시작한다. 특수실무원 선생님이 그런 아들을 다독이기 위해 다가갔지만 인내심에 바닥이 난 아들은 자리에 앉아있으라는 특수실무원 선생님의 요구에 반항을 하기 시작했다. 


실랑이를 벌이다 아들이 벌러덩 바닥으로 나자빠 졌다. 그때부터 아들의 감정은 폭발하기 시작했다. 아들의 두 팔을 꼭 잡고 있는 특수실무원 선생님과 뿌리치려는 아들이 대치했다. 많은 학생이 모여있는 곳에서 아들의 감정을 터뜨리게 둘 수는 없었다. 아들을 안정시키기 위해 강당 밖으로 아들을 데리고 나왔다.


특수실무원 선생님과 실랑이를 벌이면서 선생님의 다리를 발로 차서 선생님의 바지에 발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아들은 감정이 격해져서 특수실무원 선생님 말도 내 말도 들리지 않는 듯했다. 맥락에 맞지 않는 말을 할 뿐이었다.


"선생님에게 야단맞을 거야! 내일 졸업식에 안 갈 거야!!"


그런 아들을 겨우겨우 달래 중학교 특수반으로 데리고 가서 마음을 가라앉히도록 했다.


그 자리엔 대부분의 학생이 비장애인 학생이었고,  장애 학생은 9명이었다. 장애 학생 중 특수실무원 선생님과 함께 온 학생도, 그렇게 난동을 부린 학생도 아들뿐이었다.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중학교 생활은 잘할 수 있을지....


비장애 학생과는 비교조차 하지 않겠다.

특수반 학생들 사이에서도 예비소집일부터 문제학생으로 찍힌 아들을 보니 말문이 막히고 생각이 정지되었다.


비교는 금물이다.

아들은 아들일 뿐. 

남과 비교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몇백 명이 모여있는 강당에서 혼자 난동을 부린 아들을 보니 아들의 행동과 장애가 더욱 두드러져 보였다. 솔직히 속상했다.


나중에 진정이 되고 나서 몇 번이고 잘못했다고 했지만 내 마음의 불안을 가시지 않는다. 

내일 졸업식에서는 잘 앉아 있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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