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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과 Feb 06. 2019

침묵이 이렇게 어려운 거였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상담기(1)

우울증으로 2018년 2월 병원을 찾았고 꾸준히 반년쯤 병원 진료와 약물 복용을 했을 때 의사 선생님께서 상담을 권하셨다. 나에겐 상담이 더 필요할 것 같다고 하시면서 상담을 전문으로 하시는 의사 선생님을 추천해주셨다. 하지만 따로 시간 내기가 힘들어서 연락을 하지 못했다. 


그렇게 몇 달이 흘렀고 약물 치료로는 어떤 한계를 느꼈다. 확실히 불안, 가슴 답답, 짜증 등의 신체적 증상을 줄었지만 가슴 깊은 곳의 공허, 우울은 여전했다. 예전에 받았던 연락처를 찾아 연락을 했다. 2018년 11월이었다.


2018년 11월부터 매주 1번씩 40분간 상담을 하고 있다. 상담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하고 공감해주기도 하지만 상당히 힘든 시간이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를 되돌아봐야 하고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다시 살펴봐야 할 때는 심리적 저항감이 일었다.


어느 날 상담을 하는데 선생님이 아무 말도 하지 않으시고 가만히 계셨다. 순간 많이 당황했다. 내 성격상 대화가 끊어지면 무슨 말이도 해야 했다. 침묵이 너무 어색했다. 말씀을 안 하기로 작정하셨는지 내가 질문을 해도 가만히 있기만 하셨다.


덩달아 나도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가만히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 머릿속엔 무수히 많은 생각이 끊임없이 생겨나고 없어지길 반복했다.


'선생님이 왜 이러시지?'

'내가 말을 다시 걸어볼까?'

'언제까지 가만히 있어야 할까? 아.. 숨 막혀.'


생각만 끊임없이 생겨나는 것이 아니었다. 눈을 어디다 둘지 몰라 내 눈앞에 있는 연필꽂이에 꽂혀있는 볼펜을 세기도 하고 끊임없이 여기저기 쳐다보았다. 가만히 있지 못하는 나를 느꼈다.


이윽고 선생님이 말을 거셨다.


"아무 말하지 않고 있는 것이 많이 힘드신가 봐요?"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대화를 계속 이어나갔다. 나는 침묵하는 시간이 어땠는지 선생님에게 설명했다. 끊임없이 생겨나는 생각들, 가만히 있지 못하는 시선들에 대해서....


상담이 끝나고 집에 오는 길에 느꼈다.

아.. 정말 나는 가만히 있지 못하는구나.

뭐라도 해야 하는구나. 생각을 하던 뭘 보던... 여하튼 뭘 하지 않고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 내가 늘 피곤한 이유가 있었다.

쉰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조차 나는 쉬지 못하고 무언가를 걱정하고 떠올리고 되새기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니 피곤할 수밖에...


그 이후 몇 번 그런 침묵의 시간이 있었다.

지금은 그 시간이 조금은 편해졌다. 

그렇게 가만히 멍 때리고 있거나 상담을 하다가도 침묵하고 있으면

나도 몰랐던 억눌렀던 감정들이 솟아나 울컥 눈물이 나기도 했다.


그러고서는 나는 상담의 묘미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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