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가 되고 살이 되는 상담기(2)
상담을 하다 침묵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익숙해질 때쯤이었다. 대화를 하다가 멍하니 가만히 있는데 갑자기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순간 나도 당황했다.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있는데 갑자기 눈물이 나서 저도 당황스럽네요."
눈물을 닦으면서 선생님께 말했다.
늘 내 귀에 왕왕거리던 생각들이 싹 걷히고 나니 내 안에 꼭꼭 숨겨두었던 문제들이 감정의 형태로 먼저 드러나는 것 같았다. 눈물이 정말 줄줄 났다.
선생님은 아무 말씀 없이 그런 나를 기다려주셨다. 눈물을 흘리는데
'정말 너무 힘들다. 나는 지쳤어.'
라는 마음의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런 느낌이 드니 그렇게 힘든 내가 너무 안쓰러워서 눈물이 더 났다.
늘 힘내야 한다고.. 할 수 있다고... 나를 다독이고 몰아붙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들어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 정도는 견딜 수 있다고 다그쳤던 것 같다.
그런데 하나도 괜찮지 않았다. 내 속 마음은 말이다.
나의 우울은 그런 괜찮지 않던 나의 속마음의 외침을 아니었을까? 내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나는 너무 힘들다고 외치지 못하게 하니까 아무것도 하기 싫고 짜증 나고 이유 없이 다 그만두고 싶어 졌던 것 같다. 나를 알아주지도 인정하지도 않는데 무슨 힘이 나겠는가?
"휴직을 하던 사표를 내던 해야겠어요. 엄마 노릇을 그만둘 수는 없으니까요."
그러는데 눈물이 더 났다. 뭔가 나를 알아준 느낌. 내가 내 스스로를 알아준 느낌이었다.
그런데 뒤이어 휴직하거나 사표를 내면 안 되는 현실적인 이유들이 생각났다. 그 이유를 선생님에게 말하고 있는데 순식간에 그 슬픈 감정이 쑥 안으로 들어가 버린 느낌이 들었다.
평상시 그 담담하고 하면 된다, 해야 한다... 하던 그 마음으로 돌변했다. 울음이 쏙 들어갔다.
참 특이한 경험이었다.
그 누가 아닌 내가 나를 억누르고 있었다.
내가 나를 힘들게 하고 있었다.
그걸 깨달았다.
상담은 상담자가 나를 일깨워주기도 하지만
대게는 나 스스로 나에 대해 깨닫게 되는 것 같다.
그것이 상담의 묘미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