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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과 Jun 09. 2019

엉터리 간헐적 단식으로
9kg 뺀 사연

모든 것은 타이밍이다.

2월이었다. 설 연휴 즈음 나는 연일 내 생애 최고 몸무게를 갱신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SBS 스페셜에서 본 "간헐적 단식"  먹던 대로 먹되 16시간 공복 상태만 유지하면 된다니 우울함의 극치에서 도저히 운동이나 식이요법으로 다이어트를 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내 상태에서는 귀가 솔깃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장 두가지 목표를 세웠다  

https://brunch.co.kr/@dungdang/78

그 즈음 나는 집에서 늘 쇼파에 누워있었다. 의욕도 힘도 없던 나는 앉아 있기조차 힘들었다. 그래서 스몰스텝 목표로 집에서 누워있지만은 말자라는 소박한 계획을 세웠다.

집에만 오면 저녁에 폭식하고 자다가도 일어나서 뭘 먹어야 그 포만감에 다시 잠드는 정말 안좋은 습관에 절어있던 나는 역시나 소박하게  12시간이라도 위를 쉬게 하자는 목표를 잡았다. 

습관이 이리도 무서운 것이다. 쇼파에 누워있지 않고 앉아있는게 왜 이리 어색한지. 몸이 저절로 쓰러져 쇼파와 한몸이 되려고 했다. 식탐은 더욱 나를 괴롭혔따. 처음 며칠은 야밤에 음식을 입에 넣고 싶어 몸부림을 쳤다.

하지만 거울이나 창에 비친 나의 모습에 내가 깜짝깜짝 놀라는 삶을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는 욕망이 더 컸다. 이렇게 고무 풍선처럼 살이 찌다가는 더욱 우울의 수렁에 빠져들것 같았다.

그리고 3월이 되었고 새학기가 되었고 이런 사건이 벌어졌다.  




작년 한국어 학급에는 1학기에는 3명의 신입생과 2명의 기존 학생 총 5명의 학생이 있었다. 올해 3월에도 신입생 3명과 기존 학생 3명 총 6명의 학생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3월 중순에 한 명의 학생이 입급했다. 4월 중순에 2명의 학생이 더 들어왔고 일주일 후 한 명의 학생이 더 들어와서 순식간에 총 10명의 학생이 되어버렸다.



10명이 뭐 많냐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국말이 거의 통하지 않는 학생들에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연령도 다 다른 데다가 베트남 학생이 주를 이루던 작년과는 달리 나라도 인도, 페루, 베트남, 카자흐스탄 등으로 다양해졌다. 무엇보다도 똑같이 한글을 가르쳐도 연령, 성향, 학습 습득 속도에 따라 진도가 다 달랐다. 



한국어 강사님이 주 3회 2시간씩 오셔서 함께 가르쳐주셨지만 나머지 이틀은 그야말로 맨붕이었다. 한꺼번에 8명씩 몰려오면 수학적으로 단순히 따져봐도 40분인 수업 시간을 8로 나누어 5분씩 밖에 한국어 공부를 봐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더군다나 타지에 와서인지 성향 때문인지 한국어 수업을 거부하고 마냥 엎드려 있는 학생도 있고, 수업 시간에 벌떡 일어나 돌아다닌다든지 공부하자는 내 말에 비웃기라도 하듯이 이상한 소리를 내는 학생도 있었다. 서로 싸우는 것 까지는 괜찮다. 말이 안 통하니 마음을 잘 풀어줄 수가 없었다.



교사는 말이 무기인데 내 무기를 빼앗긴 채 전쟁터에 서 있는 느낌이었다. 3월을 하루하루가 막막하게 보내고 있는데 4월에 3명이 더 한국어 학급에 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7명도 버거운데.... 10명이라니....



이 상황을 피하고만 싶어서 휴직을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7kg 가까이 살이 빠졌다. 먹는 낙이 내 유일한 낙이었는데 입맛조차 없어져 버린 것이었다.





그렇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입맛이 없어져버렸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더 먹는 스타일이었던 나는 스트레스 상황을 넘는 극단의 스트레스 상황에서 입맛을 잃어버린 것이었다.

저절로 간헐적 단식이 되었다. 제대로 먹는 식사는 학교 급식 뿐이었다. 어떨때는 그조차 넘기지 못했다.

살이 쑥쑥 빠지기 시작했다.

한번 안 먹기 시작하니 뭘 먹으면 더 속이 불편했다. 기름진 음식이나 밖에서 사 먹는 음식은 더 먹을 수 없게 되었다. 집밥이나 과일, 채소 등이 속이 편했다.

운동이라고는 1도 하지 않고 단 3달만에 9kg을 뺐다.

물론 좋은 방법은 아니었다. 미용실에 갔더니 머리숱이 많이 적어졌다는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들었다. 기력이 없고 가끔 어지럽기도 했다.

지방은 그대로고 근육만 빠졌을까봐 pt 받는 곳에서 인바디를 해봤더니 다행히 지방 많이, 근육 조금 빠져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9kg정도 빠지고는 몸무게는 찌지도 빠지지도 않는 답보 상태다. 

너무 못 먹어서 영양제를 챙겨먹을 생각이다. 어느정도 살이 빠졌으니 이제는 운동을 좀 해서 활력을 높힐 생각이다.

일단 살이 쪄서 맞지 않던 옷이 맞아서 기분이 좋다. 우울한 마음이 조금은 업되는 것 같다.

근본없는 간헐적 단식과 극심한 스트레스의 콜라보레이션으로 9kg을 빼고 보니 길거리에 걸려있는 Okg 감량 책임 보장...이런 문구가 조금 우습다.

건강하게 뺀 살은 아니지만 지금부터 건강을 챙겨보려한다.

급속히 살을 빼고자 하는 사람에게 조심스럽게 간헐적 단식과 극심한 스트레스를 권해본다.

물론 간헐적 단식과 적당한 운동이 최선이지만.....그럴 수 있었다면 애초에 살이 찌지도 않았으리라...

애니웨이. 지금의 몸무게를 유지하면서 근육을 늘이고 건강한 먹거리를 챙겨먹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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