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4일 월요일. 진현이의 11번째 생일. 태어닌 지 만 10년.
나는 그 날 아침. 허리디스크가 재발했는지 허리 통증을 느꼈다.
움직이지 못할 정도는 아니였지만 며칠 가겠구나..싶었다.
수업만 하고 조퇴하고 침 맞고...
침 맞으려고 누워있는데 참 서글펐다.
그러고 며칠 뒤
눈에 헤르페스 바이러스(입을 부르트게 하는 그 바이러스) 눈병이 발병했다.
입이 부르터도 아픈데..그 바이러스가 눈에 수포를 생기게 하면 정말 아프다...
허리 통증에 눈까지 부르트니..
정말..정신력까지 저 밑으로 내려간다..
아니..버텨내다가 버틸 힘이 없어져서 미끄러져 내려 가는 느낌...
결국
금요일에는 학교를 가지 못했다.
하지만...학교를 가지 못하는 그 와중에도 나는 진현이를 데려다 주고 데리고 와야 했다.
정말 일어나기 싫었다.
눈에서 눈물인지 짓물인지 흘러내려 연신 손수건으로 닦아내야 하고
허리 통증이 묵직하게 나를 눌러 내렸다.
몸을 일으켜 비가 오락가락해서 흐리고 스산한 날씨를 뜷고 진현이를 데리러 갔다.
날씨 탓이었겠지..
너무 서글펐다.
무엇하나 제대로 되는 것이 없는 느낌..
남은 것은 아픈 몸뚱아리 뿐인것 같은 느낌..
그냥 다 그만두고 싶은 느낌...
무언지 모르겠지만...져버린 느낌...
나에게 있는 좋은 것들 감사한 것들은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냥 한바탕 시원하게 울고 나면 속이 시원할거 같은데 뭔가에 막혀 눈물도 나오지 않는 그 먹먹함.
그렇게 진현이를 데리러 갔고...
진현이를 만났다.
그냥 차까지 얌전히 가주면 좋으련만...
길을 걸어가던 진현이는 난데 없이 미용실 문을 열어젖혔고..
문을 열어젖혔다면 곱게 인사라도 하면 좋으련만...
그곳에 계신 아주머니들에게
"야 꺼져." 라고 손가락질을 하는 것이다.
황급히 죄송하다고 하고 진현이를 밖으로 데리고 가려했지만..
고장난 허리때문인지..내가 진현이 힘에 후달린다.
겨우..밖으로 데리고 나와 진현이의 손을 잡아 끌고 차로 향하는데...
그제서야 눈물이 났다.
그냥 눈물이 줄줄 났다.
차에 타서 운전을 하는데도 눈물이 줄줄 났다.
그때까지도 멋도 모르고 까부는 진현이...
내가 코를 훌쩍이는 소리를 들었나 보다...
엄마 울어? 라고 하길래..
그래...라고 했다.
잠시 조용해진 진현이...
그래..차라리 눈물이 나니 속이 시원하다.
그래..나는 강하지도 않고..힘들다.
학교에서도 힘들고 집에서도 힘들다...
힘들어 하는 나를 인정해주는 그런 눈물이였나 보다.
집에 와서...
대충 밥을 챙겨주고..
아까 샀던 조리퐁을 먹던 진현이가
힘없이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나에게
침묻는 손으로 조리퐁을 집어서 준다.
"엄마 힘 줘."
"뭐? 엄마 힘 내라고?"
"응."
눈물이 주르륵 난다.
11살이 엄마 힘내 라는 말도 어법에 맞게 말도 못해서...
그래도 엄마라고 힘내라는 말을 해주는 진현이가 고마워서...
그래...
힘들다 엄마.
그래도 힘을 낸다.
너 때문에.
같이 행복하자.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