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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과 Nov 15. 2019

부러우면 지는건데 부러워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러 갔다가 나오는 길이였다. 내 차 앞을 어떤 차가 가로막고 비상 깜빡이를 켜고 있길래 뭐지... 하며 보았다.
 
어른 한 명과 아이 3명이 차를 타려고 달려오는 중이었다. 어른은 앞 좌석에,  2~4학년쯤 되어 보이는 아이 3명은 뒷좌석에 탔고 차는 이내 떠났다.
떠나는 차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아이들끼리 스스로 자동차 뒷좌석에 탈 수 있다는 것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너무 부러웠다. 
 
아들과 차를 탈 땐 아기들에게 하듯 카시트에 앉게 하고 안전벨트까지 해주어야 한다.(안전벨트를 풀 수는 있지만 손힘이 약하고 흔들려서 끼우기다 힘들다.) 
 
우리 차 뒷문은 양쪽 모두 안쪽에서 열 수 없다. 원래 아들이 타고 있는 쪽만 안에서 열리지 않도록 해두었는데 어느 날 시내 한복판 도로에서 자기가 가자는 방향대로 가지 않는다는 이유로 안전벨트를 풀고 맞은편 문은 열어 도로 밖으로 나가 버렸다. 차라리 시내였던 게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서행 중이었으니까 다행이였지 만약 제 속도로 달리고 있는데 차 문을 열였다 생각하면 아찔하기만 하다. 
 
어디를 가든 데려다주고 데려다 와야 한다. 혼자서 등하교 하는 아이들을 보면 봐도 봐도 신기하다. 너무 부럽다. 다른 학부모들은 당연한 일이겠지...
 
혼자 가는 것 연습해보려고 아파트 밑에서 나만 잠시 있고 먼저 올라가라고 했는데 신발을 벗어 엘리베이터 사이에 끼워 넣어 엘리베이터가 움직이 않게도 만들었다. 밖으로 나와 신발을 끼웠으니 망정이지 안에서 그랬다면 엘리베이터 안에 갇혀서 어떻게 됐을지 모른다. 늘 내 상상 이상의 일을 벌인다. 내 상상력이 부족한 건지....
그 이후로 한시도 떼어놓질 못하고 있다. 
 
내 친구들은 이제 아이들이 중학생 또는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어 꽤 자유로운 생활을 한다. 나는 그게 너무 부럽다. 이제 점심 정도는 먹을 거 준비해두면 스스로 먹고 학원까지 간단다. 너무 부럽다.
 
나는 아들이 올 시간 넘어서까지 일을 보려면 누구한테 아들을 봐달다고 꼭 부탁을 해야 한다. (늘 늦는 남편은 도움이 별로 안된다.) 자연히 모임이나 뭘 배운다는 건 어렵다.
 
족쇄가 채워진 처럼 몸과 마음이 무겁다. 뭔가 해보려 하면 아들에 대해 신경 쓸게 많아 좀 해보려다가 포기한다. 학습된 무기력으로 시도조차 하지 않게되었다.
 
집에서 뭔가를 해보면 되지 않냐고? 아들이랑 함께 있을 땐 아무것도 하질 못한다. 전화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내가 전화 통화를 하면 바로 부엌으로 가서 가스레인지를 켜서 아무거나 올려놓고 깔깔 웃는다. 손님도 초대하지 못한다. 손님과 잠시 이야기하던 중 베란다로 장난감 트럭을 16층에서 던져서 밑에 있던 차 앞 유리가 박살이 났다.
내가 다른 일을 하거나 누가 오면 더 충동적으로 돌변한다. 엄마가 자신을 제어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가 보다.
 
나는 스스로 아무것도 안 하게 되었다. 그냥  tv를 보거나 스마트폰만 본다. 책을 보면 안 되냐고? 언제 아들에게 달려가야 할지 몰라 항상 대기 중 또는 놀아주거나 상대해줘야 한다. 뭔가에 집중하기 어렵다.
 
방학 동안 나에게 오롯이 주어지는 시간은 3시간 30분이다.(활동보조 선생님과 치료실 가는 시간)  금쪽같은 시간이지만 반찬을 만들거나 볼일을 보면 어느새 다 지나가 버린다. 오전 내내 아들을 돌보다다 보면 지치고 기분이 나빠진다. 그럼 아들이 없는 동안 멍하니 tv 보고 있을 때도 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이 그런 날이다.
 
물론 다른 아이도 키우기 힘든 것은 마찬가지다. 2~3살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나와 비슷한 처지일테고. 나는 네버엔딩 스토리라는 것이 차이점이다. 13살이 되어도 4~5살 아이 돌보듯 해야 하는 이 상황에 힘이 빠진다. 긴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나왔나 보다. 1-2년은 열정적으로 간병하고 희생할 수 있지만 10년을 한결같이 내 시간을 나누고 돌보니 쉽지가 않다. 자식이라 이나마 버틴다.
 
언젠가 선배가 단체 카톡에서 아이가 영재교육원에 선발이 되어 매주 1~2번 데려다주어야 하는데 힘이 든다...는 자랑성 푸념을 늘어놓는데 정말 욕하고 싶었다. 이면에는 부러움이겠지...
 
나도 멀쩡한 아이랑 대화다운 대화를 하며 살고 싶다. "멀쩡"에 대한 기준이 뭐냐?... 사람마다 그 나름의 어려움이 있다고... 위로 아닌 위로는 필요 없다.
 
더 힘든 곳을 보라고? 그래.. 맞다. 지금도 병원에서 퇴원하지 못하는 아이들도 많지. 스스로 음식을 씹어 넘기지도 못하는 아이들도 있지... 그런 생각을 한다고 지금의 내가 안 힘든 건 아니다. 
 
도서관 주차장에서 스스로 뛰어 자동차 문을 열고 타는 아이들을 보고 울컥 눈물이 난 나를 스스로 위로해본다.
 
그래... 씩씩한 척 받아들인 척 쿨한 척 한 거지 많이 힘들었구나... 그래... 많이 힘들었어.... 방법을 찾아보자. 혼자 울지 말고 방법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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