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그루의 나무가 있다.
나무에는 부분 부분 저마다의 역할이 있다.
뿌리는 나무가 쓰러지지 않게 지지해주고, 물과 양분을 흡수한다.
줄기는 아래로는 뿌리, 위로는 가지를 연결하고 물과 양분의 이동통로가 되어 준다.
잎은 광합성을 해서 영양분을 만든다.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저마다 생김새만큼이나 하는 일이 다르다.
몸과 마음이 힘들어 잠시 서서 나를 되돌아 보고 있는 요즘.
갑자기 나무 한 그루가 떠올랐다.
나는 혹시 광합성 하려는 뿌리, 혹은 나무가 쓰러지지 않게 지지해주려는 이파리 같은 삶을 살고 있진 않았을까?
해야 하기에, 해왔기에 아무 생각 없이 해내려고만 했던 지난 날들.
나는 어쩌면 불가능한 일, 나와 맞지 않는 일에 고군분투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니 주르륵 답이 딸려 나온다.
그래. 내가 생긴 대로 살지 않아서 이렇게 힘겹구나.
문제가 있다. 이제는 너무 오랫동안 생긴 대로 살지 않아서인지 내가 원래 어떻게 생겨먹은 사람인지 모르겠다.
다시 한참을 돌아가야 할 것 같다.
돌아가면서 되짚어 보자.
나의 모습은 어땠는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
생긴 모습이 사회가 만들어놓은 잣대와 조금 다르더라도 놀라지 말자.
당황해서 사람들이 말하는 그 모습에 나를 맞추려다 보면 나무를 단단히 버티고 서있게 해야 하는 뿌리가 광합성하려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될 테니까.
늦은 것은 없다.
내 모습을 다시 찾으면 그렇게 살아내면 되는 것이니까.
조금은 쉬자. 서든, 앉든, 눕든 그 자리에서 쉬자.
그러면 잊고 있었던 나의 모습이 떠오를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