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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과 Nov 15. 2019

걷기의 추억(1)

                                                                                                                                                                                                                                                                                                                                                                                                           

오래 전 이야기다. 
인도로 배낭여행을 갔다. 20대의 치기 어린 행동이었을까? 내 키 반만 한 배낭을 메고 잘도 돌아다녔다. 조금 좋은 기차칸을 예약해도 되련만 3등 칸 기차에 배낭을 베개 삼아 20시간씩 타고 돌아다녔다. 기차를 내려서 릭샤나 택시를 타도 되는데 웬만한 거리는 걸어서 이동했다.
 
중간에 일행을 만나서 같이 걸어 다닐 때도 있었지만 혼자서도 잘 걸어 다녔다. 지도도 잘 볼 줄 몰라 엉뚱한 곳을 한참을 뱅뱅 돌다가 제 길을 찾으면 그렇게 기뻤다  숙소를 잡은 다음 근처를 어슬렁거리다가 샤워 싹 한 다음 게스트 하우스 옥상 식당에서 해지는 걸 보며 시원한 맥주 한잔 또는 라씨 한잔 마시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다이어트!! 다이어트!! 입에 달고 살아도 빠지지 않던 살이 배낭여행 한 달 만에 쏙 빠졌다. 억지로 굶지도 운동하지 않아도 저절로 빠졌다. 먹고 싶을 때 먹고 걷고 싶을 때 걷고 자고 싶을 때 자니 몸이 더 이상 폭식을 원하지 않았다. 잠도 잘 왔다.
 
네팔 히말라야 언저리 트레킹으로 2박 3일 걸었을 때가 제일 많이 걸은 것 같다. 비가 추적추적 내려서 옷도 홀딱 다 젖었고 거머리가 발목과 종아리를 휘감아도 힘든 것은 그때뿐. 싹 씻고 젖은 머리 휘날리며 오늘은 뭐 먹나 하며 어슬렁거리는 것이 얼마나 상쾌하고 여유로웠던지 모른다. 활짝 갠 파란 하늘을 보며 굽이굽이 계단 논을 따라 줄지어 걸으면 저절로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다.
 
두 번째 배낭여행은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여행이었는데 캄보디아 앙코르와트를 볼 때 자동차를 대절하긴 했지만 1박 2일 동안 여기저기 많이 볼 욕심으로 부지런히 걸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렇게 하루 종일 걸었나 모르겠다  이십 대 초반이니 몸이 쌩쌩해서 그랬을 것이다.
  
두 번의 긴 배낭여행 뒤 15여 년 동안 혼자 길게 여행을 가본 적이 없다. 혼자 여행은커녕 혼자 여유롭게 걸었던 적이 없던 것 같다. 물론 아들을 남편에게 맡기고 집 앞 공원을 한두 시간  걸었던 적은 있다. 하지만 그건 왠지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처럼 지루했다.
  
낯선 곳에서 팽팽한 긴장감을 가지고 두리번거리는 재미, 낯선 곳이 하루 이틀 만에 조금 익숙해지면서 여유로워져 빈둥빈둥 걸을 때의 자유로움 등이 없다. 오직 건강(정신적이든 육체적이든)이라는 이유로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작심하고 나가서 걷는 건 재미가 없다.
  
글을 쓰다 보니 잠자고 있던 나의 모험심을 깨우고 싶다. 길게는 못 가더라도 단 며칠만이라도 일상을 훌훌 털고 자유롭게 걸을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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