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동료가 금요일에 "주말 잘 보내요.", "주말이 있으니 그래도 직장 생활 버텨요."라고 하면 맞장구치지 못한다.
나는 주말이 전혀 기다려지지 않는다. 직장맘들은 이런 말을 자주 한다. "직장에서 퇴근해서 집으로 출근한다." 절대적으로 공감한다.
첫째, 주말의 백미는 늦잠이다. 하지만 이유는 모르겠지만 주중보다 일찍 일어나는 아들 때문에 늦잠을 자지 못한다. 누워 있으면 먹을 거 달라고 난리다. 보통 13살까지 키워놓으면 자기가 알아서 먹고 싶은 거 찾아먹겠지만 아들은 그러질 못하니 엄마를 자꾸만 부를 수밖에.
둘째, 삼시 세 끼를 다 신경 써야 한다. 솔직히 말하겠다. 삼시 세 끼를 직접 다 요리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나만 바라보고 있는 두 남자의 메뉴는 내가 골라야 한다. 때론 남편이 뭐 먹자 해주면 좋겠는데(남편이 차리는 건 기대도 안 함) 너무나 아내의 의견을 존중하는 바람에 나의 처분만 기다리고 있다.
더군다나 착한 아내, 엄마 콤플렉스 같은 건 없는 거 같은데 부실한 식사를 내놓을 때마다 꽤 마음이 쓰인다.
셋째, 두 남자 싸움에 내 등이 터진다. 행복한 고민일까? 나를 두고 두 남자가 은근히 신경전이 심하다. 남편이 나하고 무슨 말이라도 나누려면 아들이 난리다. 음식을 남편을 주려 하면 자기가 먹겠노라고 떼를 쓴다. 그럼 내가 남편이라면 그런 아들을 너그러이 이해하겠는데 남편은 남편대로 자기 권리를 찾고 싶어 한다. (이럴 때 보면 남편은 큰아들이 맞다)
거기다 보통 아이와는 다른 충동적인 행동에 남편은 대처하기 힘들어한다. 내가 둘 사이를 계속 중재해야 하는 것이다. 나는 태생적으로 갈등을 싫어해서 갈등 상황에서는 피하는 편이다. 그런데 남편이랑 아들이 투닥거리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 지수가 올라간다.
넷째,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야 충전이 되는 스타일인데 내 시간이 전혀 없다. 아들은 내 껌딱지다. 어딜 가든 함께 하고 싶어 하는데 아무리 자식이지만 나도 내 시간을 가지고 싶다. 한 일주일 어디로 떠나서 아무것도 안 하고 늘어져 있으면 좋겠다. 일주일까진 무리고 남편에게 하루나 이틀 휴가를 내고 아들을 보게 한 뒤 금토일 이렇게 여행을 떠나 볼 생각이긴 하다. 그런데 막상 그렇게 하려니 남편과 아들이 눈에 밟힌다. 마음이 너무 약한 나.
다섯째, 주말이라 집에만 있을 수 없으니 어디라도 나가야 한다. 체력이 떨어졌는지 망아지같이 나대는 아들 뒤따라 다니는 게 너무나 힘들다. 아무나 보고 손가락질에 야!라고 소리 지르는 통에 정신적인 긴장감은 말도 못한다.
여섯째, 조금 있으면 상황이 나아지겠지 하는 희망이 안 보인다. 아들이 1살 때 나 10살 때 나 20살 때나 똑같이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눈 감을 때까지 아들의 보호자로 살아야 한다. 13살인데도 어떨 땐 3살 아기보다도 손이 많이 가는 부분이 있다. 우리 아들은 어떤 면에서는 '자라지 않는 아이'인 것이다. 앞으로는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없을 때 사람은 절망하게 된다.
이렇게 토, 일요일을 보내면 뭔가 정리되지 않고 흐트러진 느낌이 든다. 민족스럽지가 않고 힘들고 혼자 있고 싶어진다.
그래서 달력에 빨간 날이 쭉 있으면 기분이 처진다. "어떻게 버틸까?"라는 생각에 미리 마음이 힘들어진다. 닥치지도 않은 주말과 연휴를 미리 걱정하는 건 소용도 없고 옳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12년을 반복하고 보니 조건 반사적으로 그런 마음이 든다. 이래서 습관이 무섭다.
아직은 어떻게 나의 힘듦을 해결해나가야 할지 모르겠다. 깜깜한 터널 안에 있는 느낌이다.
그래도 지금 주저앉을 수 없는 이유는 나를 포기할 수 없고 아들을 포기할 수 없고 가족을 놓아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방법을 찾을 것이다.
힘 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