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밥은 먹기 싫다며 떡볶이, 순대, 튀김을 사달라고 하는 아들.
저녁 반찬을 뭘로 하나 고민하던 차에 내심 잘 됐다 생각하며(아들 미안...!) 근처 대형마트 안 푸드코트로 갔다.
포장 주문 한 것을 받으려는데 아들이 눈앞에 보글보글 끓고 있는 떡볶이를 보더니 다짜고짜 "맛 좀 보자!"라며 달려든다. "떡볶이 샀으니까 집에 가서 먹자."라고 달래고 있는데 아주머니께서 "떡볶이는 매운데... 이거 먹어."라고 웃으시며 먹음직한 어묵 꼬치 하나를 아들에게 건네주신다.
아들은 신이 났고 나는 연신 허리를 굽히며 "아휴... 감사합니다.. 받아도 되는지..." 하고 인사를 하며 마트를 빠져나왔다.
아들과 뭘 사러 같이 가면 종종 이런 일이 있다. 딱 봐도 다른 아이와 달라 보이는 말투와 행동으로 아들의 장애를 짐작하고는 다소 엉뚱하고 과장된 언행도 이해해 주시고 나아가 배려나 친절을 베풀어주시는 분들이 많다.
어떻게 생각하면 그런 친절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고 동정같이 느껴져서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좋게 생각하려고 한다. 그렇게 어묵 꼬치 하나 쥐어주시면서 그 아주머니도 기쁨이나 뿌듯함을 느끼셨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아들이지만 그렇기에 도움을 주는 사람이 존재하게 하고 그 사람들로 하여금 도움을 주는 기쁨을 느끼게 해주는 것 아닐까? 그렇다면 그것이 아들의 역할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언젠가 한 적이 있다.
그렇게 사회는 주고받고 돕고 도움받으면서 그렇게 유지되는 것은 아닐까? 모두 잘나고 모두 건강하고 모두 도움이 필요 없는 "나. 잘. 난"사회..는 없다.
나와 아들은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또 누구를 도울 수도 있다. 그렇게 우리는 삶의 의미를 찾고 존재의 이유를 찾아가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 아닐까?
누구의 도움을 받는다고 누구의 배척을 받는다고 슬퍼하지 말자. 인생은 돌고 돌아 내가 도움을 줄 수도 있고 내가 누구를 선택할 위치에 가기도 한다.
어묵 꼬치 하나 받아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한 생각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