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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달빛서당

어린이들과 함께 한자 공부, 고전 독서하는

어린이달빛서당 이야기

by 모순

어린이달빛서당 18기가 시작되었다. 매번 시작은 떨리고 설렌다. 계속할 수 있는 힘과 방향에 도움을 주는 것은 함께하는 이들이다. 귀한 시간과 돈을 내서 참가한 학인들이 쓴 신청 내용을 여러 번 읽는다. 나는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내가 파는 상품의 구매자는 어른이고 참여자는 어른과 어린이다. 4주차 줌수업에서는 어린이 학인들만 만나는데 그 시간에서도 배우는 게 많다. 지난번 줌수업에 처음 참여한 지혜(별명)의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바로 고쳐지지 않고 아이도 답답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좀 이따 줌화면 스케치북에 적힌 글자가 등장했다. 자신의 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다른 방식으로 수업에 참여하는 주도성에 나는 감동을 받았다. (줌수업때 채팅창은 막아둔다) 다행히 나중에는 문제를 해결해 지혜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지혜의 모습을 보고 논어에서 읽은 공자의 교육관이 생각났다.


不憤不啓불분불계不悱不發불비불발擧一隅不以三隅反거일우불이삼우반則不復也즉불부야

애가 탈 정도로 알고 싶어 하지 않으면 깨우쳐주지 않고 표현하고 싶어 안달이 난 상태가 아니면 말문을 틔워주지 않는다. 한 방면을 가르쳐 주면 나머지 세 방면을 스스로 알아서 반응을 보여야지 그렇지 않으면 나는 반복해서 그를 가르쳐 주지 않는다.

《논어論語》 제7편 술이述而 8장


줌수업에서 맹고가 친구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한자는 많을 다多였다. 그 내용을 참고해 많을 다多가 들어가는 사자성어 다다익선을 어린이들과 이야기했다. 다다익선이라는 제목을 가진 백남준 작품도 사진으로 함께 감상하면서.


다다익선多多益善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은 뭘까?


행복

실력

행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 수치數值로 나오는 것을 떠올리며 나는 돈을 생각했었다. 그런데 행복, 실력, 행운 등 어린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바로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 다다익선多多益善의 뜻을 새롭게 생각해 본다.


어과동을 기다려요

아이돌포카를 좋아해요


어린이달빛서당 신청서에는 어린이달님을 소개하는 항목도 있다. 성별, 학년 외에도 어린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한 정보가 있는데 가끔 이건 뭘까?하는 내용이 있어 검색해본다 ㅋㅋ 어과동은 어린이 과학동아, 아이돌포카는 아이돌 포토카드였다. 어린이들이 '수익'이라는 말을 써서 수익收益인 줄 알았는데 수학 익힘책의 줄인 말을 알았던 경우도 있다. 한자를 통해 만나는 어린이들을 통해 나의 어휘, 세상도 넓어진다. 대화에서 얻게 된 씨앗은 내게 와서 한자라는 토양에서 발아發芽한다.


줄임말을 쓰듯이 긴 의미의 말을 한자漢字로 쓰면 짧아진다는 것, 그래서 교과서나 표지판 등 여러 의사소통에서 한자가 많이 쓰이고 있다는 것을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한다. 한자를 알아간다는 것은 한글로 표기된 수많은 줄임말의 시작점, 그 뜻을 알아가는 것과 같다. 한자어를 한자로 풀지 않고 이해하는 것이 더 어려운 길이라 생각한다.


길게 이야기할 필요도 없다. 한자의 특징, 필요성과 재미는 네 글자로 된 사자성어, 네 글자씩으로 이루어진 사자소학을 놀이하듯 접하면 절로 느낄 수도 있다.


어떻게 꾸준히 한자를 좋아할 수 있었어?

한자를 배워 생긴 변화가 뭐야?

달빛서당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받았던 질문이다. 이번에 어린이달빛서당 18기를 준비하면서도 이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을 찾고있었다. 꾸준히 한자를 좋아하는 방법은 한자의 재미, 의미를 계속 발견하는 것이다. 한자를 배워 생긴 변화는 내가 무엇을 아는지, 무엇이 궁금한지 탐구하게 된 것이다.


대학에 가서 한자에 관심을 갖기 전에 나는 내가 궁금한 것보다 시험에서 묻는 것에 대한 정답을 찾는 데 집중했었다. 공부, 삶에서 중요한 가치와 방향성을 놓치고 있던 때라고 기억한다. 그래서 더 어린이들과 한자 공부를 하고 싶었다.


아이들이 시험에서 조금 더 자유로울 수 있는 시기에 스스로의 재미, 궁금증, 관심에 푹 빠져보는 것, 그 과정에 한자라는 생각 도구가 든든한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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