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달빛서당 18기 이야기
17기 때 미스터준이었던 아이가 이번에는 별명은 '퍼(베트남 쌀국수)'으로 정했다. 조이름은 '호찌민'으로 하겠다 했다. 퍼는 책에서 베트남 국부國父로 불리는 호찌민 이야기를 읽고 인상적이었나 보다.
호찌민胡志明에는 '깨우치는 자'라는 뜻이 있다고 퍼가 알려줬다. 우리 호찌민조는 호찌민 이름에서 유래한 베트남 호찌민시는 아직 안 가봤는데 언젠가 가보고 싶다.
我身不賢아신불현
辱及父母욕급부모
내 몸이 어질지 못하면
그 욕이 부모님에게 미친다
사자소학 四字小學
어린이달빛서당 18기 1주차 씨앗문장으로 나눈 사자소학 내용이다. 내가 잘못했는데 부모님까지 욕을 들은 일은 없다고 퍼는 기억하고 있었다. 반대로 자신이 잘했는데 부모님도 같이 칭찬을 받은 일은 생생하게 기억해 내게 들려줬다. 얼마 전에 읽은 책 '기억의 뇌과학'에 나오는 내용이 생각났다.
뇌는 의미를 좋아한다. 기억하고 싶은 정보들을 이미 알고 있는 지식, 평소에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과 연관 지어 하나의 이야기 안에 녹여 넣거나 인생 서사의 특별한 순간에 끼워 넣음으로써 기억을 오래 남길 수 있다. 또 나에게 의미 있는 기억이라면 더 자주 생각하고,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사용하고, 되돌아볼 것이다. 그런 식으로 의미 있는 기억들은 자주 반복됨으로써 더 강력해진다. p167
기억의 뇌과학, 리사 제노바 지음, 윤승희 옮김
내 인생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만들고 해석, 기억하는 데 한자는 유용한 도구가 된다.
성실하다는 칭찬을 같이 받아본 적이 있다.
...
다른 사람에게 인사를 잘해서 엄마도 같이 칭찬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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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집에 계시지 않아도 스스로 내 할 일 마무리한다
내가 잘해서 부모님도 같이 칭찬받은 일에 대한 어린이달님들의 이야기 중에서
지난주 금요일에는 어린이달빛서당 18기 시작 줌모임이 있었다. 처음 어린이달빛서당에 참여하는 학인들을 위한 자리로 한자와 친해지는 방법과 어린이달빛서당을 소개하는 시간이다.
첫 만남이라 긴장감도 있지만 예상치 못한 어린이들의 이야기에 웃음꽃이 피어날 때도 많다. 이번 시작줌 영상을 다시 보는데 어른, 어린이의 낭랑한 웃음소리에 나도 다시 웃음이 났다.
숙제, 사자소학, 명심보감, 친구들, 즐거움
달빛서당에는 매주 ( )가 있어에 대한 어린이달님들의 답변 중에서
달빛서당에는 매주 즐거움이 있다는 어린이달님의 이야기에 '知之者不如好之者지지자불여호지자好之者不如樂之者호지자불여락지자, 아는 것보다 좋아하는 게 낫고 좋아하는 것보다 즐기는 것이 낫다'는 공자의 이야기도 떠올랐다. 순간순간을 즐기고 새롭게 느끼는 태도, 어린이들에게 계속 배울 수 있어 행운이다.
4주차에는 숙제 없이 어린이달님만 참여하는 ( )있어
시작줌에는 여러 빈칸을 준비해 어린이달님들이 생각하는 답변을 들어본다. 4주차에는 숙제 없이 어린이달님만 참여하는 줌모임, 수업 등의 답변을 예상했었는데 '자유'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맞네. 괄호에 들어갈 내용은 무엇이든 자유롭게 될 수 있다.
4주차 준비물에 대한 괄호 내용으로는 내가 생각한 간식, 이야기 외에 '돈'도 나왔다. 돈은 엄마가 미리 냈다고. 그리고 1~3주 숙제 다 하면 어린이달빛서당에서 쓸 수 있는 만원 상품권을 선물로 준다는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꺼낼 수 있었다.
선생님 한자 잘해요?
나에게 한자 잘하냐고 물어보는 친구에게 나는 자신 있게 말하고 있었다. 한자 좋아해서 20년 넘게 공부하고 있다고. 한자 1급도 있고 중국어도 잘한다고 기세 좋게 이야기도 했다. "오늘은 숙제 없어요"라는 말을 중국어로 듣고 싶어 해서 중국어로도 말했다 ㅋㅋ
어린이들과의 대화는 내가 상상한 범위를 넘어설 때가 많다. 한자를 통해 넓고 깊고 유쾌하게 어린이들과 대화하고 공부하고 싶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즐겁고 자유로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