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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달빛서당

고전 사자소학 독서 대화

아이와 함께하는 첫 인문학공부 어린이달빛서당 19기 이야기

by 모순


어린이달빛서당 18기 때 '퍼'였던 아이가 자신의 별명을 코드네임 J로 하고 조이름은 쇼컷조로 정했다. 책 〈코드네임 숏컷〉이 좋아서 그렇게 이름을 지었다고 했다.



父母責之부모책지
勿怒勿答물노물답
부모님이 나를 꾸짖으시더라도
화내지 말고 말대답하지 말라

사자소학 四字小學

지난주 어린이달빛서당에서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눈 사자소학 씨앗문장이다.


父母責之부모책지勿怒勿答물노물답,부모님이 나를 꾸짖으시더라도 화내지 말고 말대답하지 말라, 이 문장을 처음 읽고 나는 좀 놀랐다. 부모님이 나를 꾸짖으시더라도 勿怒물노, 화내지 말라는 것까지는 이해하겠는데 勿答물답, 대답하지 말라니, 아이를 존중하지 않는 문장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국어사전에서 '말대답'을 찾아봤더니 이런 뜻이 나왔다.


말대답
1. 손윗사람의 말에 반대한다는 뜻의 이유를 붙이어 말함. 또는 그런 대답
2. 묻는 말을 맞받아서 대답함. 또는 그런 대답.

표준국어대사전


나는 원래 사전의 2번 뜻만 알고 있었다. '말대답'에 손윗사람의 말에 반대한다는 뜻의 이유를 붙이어 말함이라는 뜻도 있구나. 반대도 자신의 의견을 나타내는 방법인데 "말대답, 말대꾸"라 이름 붙여 사전에 봉쇄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연장자나 부모로서 어떤 말을 하고 싶어도 한국말로 하면 이미 대등하지가 않다. 내가 한 말에 어린 사람이 쉽사리 반대 의견을 말할 수가 없다. 한국말로 어린 사람이 반대 의견을 말하면 어쩐지 불편하게 들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말을 하는 상황에서는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이 어떤 주장을 하면 나는 '네, 네' 대답만 할 뿐 내 생각을 꺼내려 하지 않고, 나보다 어린 사람에게는 애초에 내 의견을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영어로 하면 각자 자신의 의견을 말해도 예의에 어긋나게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애정을 표현할 때에는 한국말로 하지만, 교훈을 들려줄 때에는 영어로 말하게 된다. 영어로 하면 감정이나 강요, 위아래 관계에 대한 전제 없이 내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만을 전달하는 게 더 쉽게 느껴진다. 이럴 때 아이들에게 내가 들려준 이야기에 대한 의견을 묻는데, 아이가 '엄마는'이렇게 말하지 않고 'You' 라고 지칭하는 게 편하다. 관계보다는 내용에 집중하게 된다 .p171

긴 인생을 위한 짧은 영어책, 박혜윤 지음



영어에서도 이와 같은 단어가 있는지 궁금해서 AI 퍼플렉시티에게 물어봤다. 동사형으로는 Talk back, 명사형으로는 Back talk이 권위 있는 사람(부모, 선생님, 상사 등)에게 무례하게 대답하거나 반항적으로 응답하는 상황에 쓰인다는 답변이 나왔다.


이 두 표현은 모두 "말대답"의 의미를 담고 있으나, 영어에서는 "반대"라는 뜻보다는 "무례함이나" "반항적 태도"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AI 퍼플렉시티


Talk back, Back talk이 반대라는 뜻보다 무례함이나 반항적 태도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AI의 분석에 눈길이 머물렀다.


/엄마가 나한테 10번 쓰라고 했는데 쓰기 귀찮아서 화냈다

/짜증만 내고 화만 냈어요. 왜냐면 억울했거든

/내가 짜증 날 때: 원래 내가 옷을 혼자 입는데 엄마가 입으라고 할 때

/엄마가 계속 이 문제를 맞다 했는데 내가 아니라고 계속 말대꾸를 한적 있다

/물건을 던졌을 때 안 던졌다고 말대답했다

/부모님이 꾸짖으실 때 말대답한 적 없었음 왜냐하면 우리 엄마는 무섭기 때문이다

/엄마가 혼날 때는 말대꾸를 안 하고 아빠가 놀릴 때 말대꾸를 한다

어린이달빛서당 19기 어린이달님의 이야기 중에서



코드네임J와 함께 책 초등 사자소학 '위 구절의 뜻을 함께 생각해 볼까요?'에 나온 내용을 소리 내서 읽는데. '부모님이 나를 꾸짖으시는 것은 내가 미워서가 아니라 내가 잘 되기를 바라시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을 읽고 코드네임J가 담임 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씀을 나에게 들려줬다. " 싫어하면 혼내지도 않는다고. 아예 관심이 없다고."



아이들에게 억울한 게 있다면 반드시 말을 하고 오해를 풀 수 있도록 하라고 가르치고 있어. 그건 말대답을 해서 버릇없는 게 아니라 감정이 상하거나 화가 났을 때도 자기의 의견을 명확히 전달하는 연습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

어린이달빛서당 19기 어른달님의 이야기 중에서



'父母責之부모책지勿怒勿答물노물답,부모님이 나를 꾸짖으시더라도 화내지 말고 말대답하지 말라' 이 문장을 읽고 나도 아이를 꾸짖을 때의 태도를 돌아보게 되었다. 감정에 휩싸여서 아이에게 모진 말을 쏟아부을 때도 있는데 그러면 내가 아이에게 원래 가르치려고 했던 것과는 거리가 멀어지는 것 같다. 아이와 대화할 때 사자소학, 한자가 매개가 되면 여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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