子之燕居자지연거申申如也신신여야夭夭如也요요여야, 달빛서당 12기 이야기
한자로 된 논어 원문을 천천히 함께 읽으면서 공자와 그의 제자들의 캐릭터를 알아가는 재미가 있어. 때론 논어가 연극 대본이나 소설처럼 느껴져.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그림 같은 한자를 손으로 쓰고 논어 내용과 대화하는 이 시간의 경험이 매번 새롭고 특별해.
子之燕居자지연거申申如也신신여야夭夭如也요요여야
공자께서(집에서 )한가로이 계실 때 (용모가) 편안하셨고 (겉모습은)편안하셨어 .
출처 《논어論語》 제7편 술이述而 4장
子之燕居 申申如也 夭夭如也, 달빛서당 12기 2주 차 씨앗문장을 손으로 쓰다 '燕제비 연'이 궁금해졌어. 燕이 제비 외에도 편안하다는 뜻이 있구나. 子之燕居에서 燕는 편안便安이라는 상태로 해석할 수 있어.
원문의 “연燕”은 한가로울 한閒, 편안할 안安, 편안할 연宴'과 통하는 말로 주희도 "연거燕居”를 "한가하여 하는 일이 없는 때(閒暇無事之時)"라고 풀이했다.
인생을 위한 고전, 김원중 옮김
네이버 한자 사전에서 燕을 찾아보면 제비, 잔치, 나라의 이름, 즐겁게 하다, 편안하다, 예쁘다, 함부로 대하다 등의 여러 뜻이 나와. 燕이 원래 제비의 모습에서 본뜻 것이구나. 나는 제비를 봐도 제비인 줄 모를 것 같아 이번 기회에 모습을 찾아봤어. 燕은 중화권 여자 이름에서 종종 본 한자이기도 하다(옛날 이름에 많이 쓰인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싱가포르 화교 가수 孫燕姿 손연자 이름에도 이 한자가 들어가.
춘추 전국 시대에 있던 연燕나라에도 이 한자가 쓰여. 연나라의 수도였던 연경燕京은 현재 중국 수도인 북경 위치였다고 해. 지금도 한국에는 연경이라는 중국음식점이 많이 있어. 중국에서 마셨던 맥주 이름에도 燕京이 들어갔네.
花燕(huāyàn)
예전에 대만 언니와 언어 교환할 때 들었던 표현이야.
먹을 것을 찾아 일정한 거주지 없이 떠돌아다니는 북한의 어린아이들을 지칭하는 은어인 꽃제비를 중국어로 옮긴 표현이었어. 나도 잘 모르던 북한에 대한 이야기를 외국인에게 들었던 순간들도 떠올랐어.
제비 이야기꽃이 활짝 피었네~강남 갔던 제비, 연경이라는 중화요리집, 맥주 이름, 마음 아픈 꽃제비 이야기, 손연자 노래도 찾아들어보고 재밌게 읽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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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반가워라 孫燕姿! 유튜브 링크에 영화랑 음악 다 좋아했던 건데, 잠시 추억여행 다녀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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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을 막론하고 '제비'는 참 귀하게 생각했던 새였던 것 같아.
우리나라 대표 고전 <흥부전>에서도, 서양의 대표 고전 <행복한 왕자>에서도 '제비'의 상징과 역할은 매우 중요했으니 말이야.
나 역시 제비 사진을 다시 찾아봤는데 정말 앙증맞고 예쁘더라고.
앗! 그래서 그런가? '제비족'이라는 단어도 있잖아??! 흠... 요새 많이 쓰지 않는 단어라서 참 다행이야... 우리 귀한 제비의 명예를 살려 주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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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한가로운 날은 아마 제비가 날아오는 잔칫날과 같은 때 일 거야. 그래서 燕 한자가 마음에 쏙 드네.
달빛서당 12기 달님들의 이야기 중에서
子之燕居자지연거申申如也신신여야夭夭如也요요여야, 집에서 한가로이 있는 공자의 모습을 보고 편안함이 느껴진 제자의 시선을 상상했어. 논어는 공자가 직접 쓴 글이 아니라 제자들이 남긴 글이지. 기록에는 기록을 남긴 사람의 시선이 담기잖아.
子之燕居자지연거, 평소에 스승과 만나는 공간이 아닐 거야. 사람은 공간, 환경에 따라 표정, 차림새도 달라지는데 공자도 그랬겠지.
원문의 "신신申申"은 주희의 풀이대로 "용모가 편안하다(容舒)”라는 의미다. 황간은 "마음이 조화로운 것 (心和)"이라고 보았으며, 정약용은 "어투가 자상하다(言語之慈祥也)"라는 의미로 풀었다. 정약용은 "공자가 향당에 있을 때는 성실하여 말을 잘하지 못하는 것처럼 하였고 조정에 있을 때는 말을 잘하나 오직 삼갔다"라고 하였다. 마치 활시위를 당길 때 '한 번은 긴장하게 하고 한번은 느슨하게 하는 것(一張一弛)'과 같이 공적인 영역과 사적인 영역의 엄격한 구분을 말하는 것이다.
인생을 위한 고전, 김원중 옮김
申申如也신신여야夭夭如也요요여야, 스승의 편안함에 대한 제자의 애정이 느껴졌어. 긴장이 좀 풀어헤쳐진 모습을 보고 친밀함을 느낄 때도 있듯이 말이야.
내 능력이 모두 다 잘할 수 없음을 받아들이고 나니 정말인지 편안~~~해~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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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공자님처럼 공무를 보지 않는 순간에도 편안하게 몸과 마음을 잘 이완시켰다면 내 어깨도 솜털과 같이 가벼웠을 텐데...
진정한 쉼을 하게 되는 순간, 우리의 표정에는 단정하고 평온한 용모가 자연스럽게 따라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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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님은 온앤오프가 가능하셨구나. 워라밸을 추구하셨구나 해석해 봤어.
스승님이 집에 한가로이 계시는 편안한 모습에 제자들도 위안이 되었으리라. 감정이라는 것은 전염되기 때문에 글만 읽어도 나도 편안해지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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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하게도 지금의 나의 상태가 이래.
이 문장을 열심히 외어 두었다가 누가 요즘 어떻게 지내냐고 물어보면 "자지연거 신신여야 요요여야"라고 말할 거야. 그럼 다들 얘가 왜 이러나 하겠지?
작년 3월에 퇴사하고 쉬면서 제철 행복과 내 몸과 마음의 건강을 알뜰히 챙기며 살고 있어. 회사를 다니지 않으니, 공부를 보지 않고 몸과 마음이 편안한 상태로 한가로이 쉬는 燕居(연거)이고, 눈치 주는 이 없고 쫓기는 시간이 없으니 申申如(신신여)이며, 봄여름가을겨울, 각각의 계절이 주는 행복감을 만끽하고 있으니 요요여(夭夭如)가 아니고 뭐겠어?
달빛서당 12기 달님들의 이야기 중에서
최근에 어떤 장소에서 누구를 만나 이야기를 하다 어깨에 힘이 들어간 나를 발견했어. 마냥 편하지 않은 사람, 장소에서 나는 긴장하곤 해. 편안함을 느낄 때는 침대에 누워서 창으로 하늘 좀 보고 책을 읽을 때야. 얼마나 편안한지 꾸벅 단잠을 드는 순간을 좋아해. 스스로에게 불편한 순간이 있다면 편한 순간도 계속 선물해 보고 싶어. 성장만큼 쉼도 필요하니까. 내가 언제 편한지 언제 불편한지 계속 알아가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