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큐레이션 씨앗문장 읽고 글쓰는 달빛서당 12기 이야기
달빛서당 방학 동안 번역에 관한 책을 찾아 읽었다. 글을 다른 언어로 옮김, 다른 두 세상을 연결하는 일이다. 달빛서당도 다른 세계가 포개지는 시공간이라고 생각한다.
다름이 겹쳐지는 그 길에서 펼쳐지는 감각을 좋아한다. 달빛서당이라는 시공간에 사람들을 초대하고자 번역처럼 새로운 연결고리를 만든다. 그 과정에서 나도 배우는 것이 많다.
子曰자왈學如不及학여불급猶恐失之유공실지
공자께서 말씀하셨어. "배울 때는 미치지 못할 것처럼 하며, 그것을 잃어버릴까 봐 두려워하듯이 한다."
출처 《논어論語》 제8편 태백泰伯 17장
달빛서당 12기 2주차에 함께 이야기 나눈 씨앗문장이다. 學如不及학여불급猶恐失之유공실지, 배울 때는 미치지 못할 것처럼 하며, 그것을 잃어버릴까 봐 두려워하듯이 한다, 이 문장을 어린이달빛서당에서 어린이들과 먼저 읽었었다. 學如不及학여불급猶恐失之유공실지는 명심보감 근학勤學편에도 나온다.
지난주 첫 번째 글에서 '두려움'을 쓸 때 강렬한 감정이 들었다.
나는 자주 두렵다. 내가 말한 것을 못 지킬까 봐. 약속을 못 지킬 때 몸을 숨기고 싶을 만큼 부끄러움을 느낀다. 나에게 중요한 가치는 신뢰다.
믿음을 만드는 방법도 한자에서 배웠다. 사람 인人과 말씀 언言으로 이뤄진 믿을 신信을 떠올리면 눈에 보이지 않았던 믿음에 몸과 영혼이 생기는 길을 알 것 같았다. 스스로 한 말을 계속해서 몸으로 행해보는 것이다.
달빛서당 12기 1주차 기록 중에서
두려움이란 감정이 논어에는 어떻게 나올까 하고 찾다가 두려울 공恐이 쓰인 學如不及학여불급猶恐失之유공실지 이 문장과 다시 만났다. 공자는 끝에 다다르지 못할 것처럼 계속해서 배움을 좇고 두려워하는 것은 뭐다? 배움을 잃는 것이란다.
내가 두려움에서 강한 감정이 일어난 것은 동시에 느껴졌던 욕망 때문이었다. "Behind every fear, lies a wish, 모든 두려움 뒤에는 소망이 있다"라는 문장을 기억한다. 5년 전 아이를 잠시 잃어버린 적이 있다. 엄청난 두려움에 숨을 못 쉴 정도였는데 나에게 아이가 어떤 존재인지 실종의 두려움으로 생생하게 느꼈다. 무엇을 내가 잃을까 두려워하거나 불안하다면 그것은 나의 소망을 알려주는 지표가 될 수 있다.
배움에는 끝이 없음
배울수록 아는 것이 부족함
겸손한 자세
연마, 끊임없는 반복
부족함을 느껴야
배움이 올바로 될 수 있다.
....
반복적인 습習으로
체화體化시키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공부인 것 같아.
난 무엇을 체화體化
시키고 싶은 걸까?
어쩌다 달빛서당까지 왔을까? ...ㅎㅎㅎ
...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나는 마냥 싫지가 않아. 두려움을 아는 인간은 매력적이야. 인간적이고. 두려움은 인간을 겸손하게 만들고,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기도 하지. 하지만, 무엇이든 적절한 균형이 중요한 것 같아. 두려움에 가려져 내 본연의 가능성을 짓눌러버리면 그건 곤란하니까.
...
살아가는 모든 과정이 배움이고, 그 배움이 꼭 필요함을 잘 이해하고 있는 지금이 좋다. 그래서 배움 앞에서 겸손해야 하고 배운 것을 잊어버리거나 실천하지 못할 것을 두려워하는 자세로 살아야 하는 것 같다.
學如不及학여불급猶恐失之유공실지에 대한 달빛서당 12기 달님들의 이야기 중에서
운명이 건네는 호의, Favor라는 책을 읽었다. 이 책의 부제는 '불안을 통해 운의 흐름을 타는 방법'이다. 불안으로 소화장애, 불면증 등 신체화 증상이 나타날 때 도움이 되는 방법에 관한 질문에 저자는 그럴 때는 경외심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게 좋다고 한다.
경외심이 몸 안에서 염증이 작용하는 정도를 낮추고 면역력을 높이며 스트레스도 줄인다고. 배움, 관계, 삶에 대해 공경하면서 두려워하는 것, 겸손하고 경이로움을 느끼는 태도일 수 있겠다.
"한자어 敬畏心 경외심 그대로 공경하면서 두려워한다는 뜻이에요. 우리가 오로라나 거대한 폭포와 같은 자연 현상 앞에 서면 경외심을 느끼곤 하는데요. 마찬가지로 삶에 대해 경외심을 갖는다는 것은 우리가 인생을 겸손하고 경이롭게 대하는 것을 뜻해요." 사람들이 자세를 바로 하고 진지하게 서윤이 말에 귀를 기울였다. "특히 경외심에 대한 감수성을 깨우는 것이 중요해요. 삶 자체가 보여주는 경이로움과 신비에 마음을 여는 거죠. 인생을 살다 보면 슬프고 비극적인 일들도 일어나지만, 그 너머의 것들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우리 또한 그 이상의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는 거예요. "
운명이 건네는 호의 favor, 이서윤, 홍주연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