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선택한 고전 독서 대화
논어 함께 읽고 글 쓰는 달빛서당 13기가 시작되었다. 손때 묻은 논어 책을 뒤적이며 학인들과 나눌 씨앗문장을 고른다.
겨울 지나 봄, 논어 큐레이션 주제로 '소통, 대화'가 떠올랐고 내 손길이 멈춘 곳은 제4편 이인里仁이었다.
총 20편으로 이뤄진 논어의 각 편명은 처음 문장(자왈 제외)에 나온 두 글자에서 딴 것이다.
子曰자왈里仁爲美리인위미擇不處仁택불처인焉得知언득지
마을이 인한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마을을) 가려서 인한 사람들이 사는 곳에 살지 않으면, 어찌 지혜를 얻었다고 하겠는가?
《논어論語》 제4편 이인里仁 1장
이 문장은 달빛서당 5기 2주 차에 함께 읽었던 문장이기도 하다. 23년 6월에 나는 이 문장을 읽고 이런 기록을 했다.
우리말 해석을 참고하는 김원중 옮김 논어에는 里仁爲美 이 ‘마을이 인한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로 나온다. 중국어 풀이를 참고로 하는 문장에서는 里仁爲美에서 里를 거주하다는 뜻을 가진 동사로 해석했다. 처음에는 나도 마을이 인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는데 문장을 곱씹을수록 인한 곳에 사는 그 행위가 아름답게 느껴진다. 다음에 이어지는 한자가 擇으로 선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니 里가 행동으로 보인다.
인한 곳에 사는 것을 美라고 이야기한 공자의 말이 흥미롭다. 擇不處仁한 경험을 통해 스스로에게 맞는 (仁한) 환경을 찾고 만들어 가는 것이 인생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혜이자 사랑이라 믿는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시간과 돈을 들여 달빛서당이라는 마을을 선택한 학인들을 떠올린다. 스스로 바라는 "아름다움과 지혜"를 생각해 보고 실천해 보는 환경을 만들어야지. 우선 나부터 시작이다.
논어 이인 편에는 이런 문장도 있다.
子曰자왈君子欲訥於言而敏於行군자욕눌어언이민어행
공자께서 말씀하셨어. "군자는 말이 어눌하고 행동은 민첩하려고 한다.
《논어論語》 제4편 이인里仁 24장 내용
달빛서당 4기 1주 차에 읽은 문장으로 말보다, 행동, 실천이 중요함을 이른다. 공자가 제자들에게 한 말이 설득력을 가지고 기록된 것은 공자가 자신의 말을 행동으로 옮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왜 공부할까? 기존의 지식을 접하고 아, 좋은 말씀이네요. 하고 끝나면 되는 것일까? 학생 때처럼 시험을 보는 것도 아니고 당장 무엇이 생기는 것이 아닌데 시간과 돈을 들여 왜 논어를 천천히 읽는 기회를 스스로에게 줄까? 배움으로 원하는 변화를 이끌어내고 닿고 싶은 삶을 사는데 가까워지고 싶어서 아닐까?
평생 배우는 것을 즐기고 사람들과 함께 나눈 공자의 말에는 통찰력이 있다. 시대가 바뀌어도 통할 수 있는 것, 빨리 변하는 세상의 속도에서도 썩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는 지혜를 배우고 내 삶에 적용해 보고 싶다.
달빛서당 4기 1주차 기록 중에서
달빛서당 13기 1주 차 씨앗문장에 나온 한자에 나온 한자 約 맺을 약을 보고 내가 제약, 약속하고 싶은 바가 떠올랐다.
나는 달빛서당 13기에서 속도를 제약할 것이다. 외부의 속도에 휩싸이지 않고 느리더라도 내가 바라는 방향을 더듬더듬 찾는다. 논어를 손으로 쓰고 중국어 원문을 암송하며 천천히 생각을 길어 올려 글을 쓸 것임을 약속한다.
공부가 몸에 새겨지는 비효율 시간을 의도적으로 가질 것이다. 생동하는 계절 봄, 4주간 달빛서당에서 다채롭게 피어날 이야기꽃을 천천히 기다린다.
속도는 우리를 유혹하지만 진정한 돌파구는 삶이 느려진 순간에, 막간의 휴식 기간에 나타난다. p137
아직 20대일 때 프랭클린은 대화의 기술에 관한 짧은 에세이를 썼다. 나는 이 글을 읽을 때마다 매번 그 시의성과 현재성에 감탄한다. 프랭클린은 전보와 전화, 페이스타임과 줌, 슬랙과 스냅챗이 등장하기 전에 이 글을 썼다. 그러나 대화의 기술에 관한 그의 논평은 거의 300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만큼이나 시의적절하다. 이 글은 수많은 기술 발전에도 대화란 여전히 연결되기를 희망하며 다른 사람에게 말을 건네는 행위임을 상기시킨다. p158
프랭클린 익스프레스, 에릭 와이너 지음, 김하현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