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의 모순/5회/어머니, 양성입니다

by 모순

"머리가 지끈지끈해요."


라고 말하는 아이의 손을 잡았는데 차가웠다.

체온을 재어보니 39도가 넘었다.

학교에서 받은 자가 키트를 찾아 검사해본다.

한 줄만 나와서 다행이다.


아이는 힘들었는지 곤히 잠들어 있었다.

설거지하고 키트를 버리려고 하는데

연한 한 줄이 더 보였다.

양성 반응이었다.


잠시 의자에 앉아 멍하니 있다

하나 남은 키트를 뜯어 면봉으로 내 코도 쑤셔본다.

나는 계속 한줄이었다.


걷기도 힘들어하는 아이를 부축해

동네 소아과에 가서 신속 항원 검사를 받았다.

기다리는 내내 아이는 몸이 처져 누워있고 싶어 했다.

검사 결과를 들으러 진료실 문을 열었다.


“어머니, 양성입니다.”

의사 선생님의 한마디가

내 마음에 거센 파도를 만들었다.

그렇게 우리집에도 코로나가 도착했다.


많은 보도를 들어도

주변 사람들이 걸려도

그렇게 와닿지는 않았나보다.

이제 코로나라는 글자가 증상으로 보였다.


아이는 약을 먹고 집에서 쉬면서

열도 떨어지고 기운을 찾았다.

많이 놀랐는데 아이가 회복하는 모습을 보니 긴장이 풀렸다.


아이를 집에서 돌봐야 하는데

나도 아플까 봐 걱정이었다.

머리가 지끈지끈

기침이 콜록콜록할 때는

나도 걸렸구나 싶었다.


신속 항원 검사에서 음성을 받은

남편과 나도 감기약도 챙겨 먹고 물도 많이 마셨다.


작년 가을에 아이가 밀접접촉자로 분류되어

함께 2주간 자가격리를 했었다.

그 시간을 떠올리니 기운이 좀 났다.


시간은 흐른다.

몸에서 바이러스도 빠져나갈 것이다.

다시 찾은 자유도 달콤할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며 밥을 하고 아이와 놀았다.

지칠 때면 달고 기름진 음식을 먹고 자전거를 탔다.

따로 또 함께 읽기로 한 책을 읽고 글도 썼다.

놀이 천재인 아이는 집에서도 잘 놀았다.

텔레비전도 많이 봤다.



이 생활에 적응할 때쯤

우린 다시 매일 아침 학교에 가는 일상에 적응해야 한다.

격리 생활에도 적응했듯이

다시 찾은 일상의 리듬에도

우리 함께 춤추듯 지내보자.

아모르파티에서 읽고 있는 그리스인 조르바에

기대고 싶은 문장이 많았다.



당신이 춤을 배우고 내 말을 배우면 우리가 서로 나누지 못할 이야기가 어디 있겠소?

...

모든 것이 어긋났을 때, 자신의 영혼을 시험대 위에 올려놓고 그 인내와 용기를 시험해 보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

외부적으로는 참패했으면서도 속으로는 정복자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 인간은 더할 나위 없는 긍지와 환희를 느끼는 법이다. 외부적인 파멸은 지고의 행복으로 바뀌는 것이었다.

...

재수 없는 사람은 자기의 초라한 존재 밖에도 스스로 자만하는 장벽을 쌓는 법이다.


그리스인조르바25장/니코스카잔키스지음/이윤기옮김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리집에도 찾아왔던 시간

낮이 길어지기 시작한다는 춘분도 지났다.

따뜻한 봄이 성큼 다가왔다.


"밖에 나오니까 좋아요. 오늘은 가장 즐거운 날이에요"


일주일만에 손을 잡고 산책하는 길에 아이는 말했다.

코로나는 지긋지긋하지만

그래 오늘은 가장 즐거운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