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도 넘게 열이 나고 머리가 아팠다.
눈도 붓고 온몸에 두드러기가 일어났다.
춥고 기운이 없어 계속 눕고만 싶었다.
기침까지 시작하자
걱정되는 마음으로 병원을 찾았다.
“양성이네요.”
며칠 전 음성을 통보했던 의사 선생님이
이번에는 양성이라 말했다.
지난주 아이가 앓았지만
나는 코로나를 비껴간 줄 알았다.
지나갔다고 내가 기뻐하던 순간
코로나는 잠복해있었다.
잠복(潛伏)
1.드러나지 않게 숨음.
2. 병원체에 감염되어 있으면서도 병의 증상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음. 그런 상태.
표준국어대사전
드러나지 않게 엎드려 있던 불행들이
나 여기있지롱하고 달려 나오는 것 같았다.
몸이 약해지니 마음도 약해졌다.
파스텔 톤의 봄 양말을 다 신어보기도 전에
콜록콜록 격리가 시작되었다.
아프니까 우선순위가 단순해졌다.
밥 먹고 약 먹고 자고
3~4일간 이 사이클이 돌아가자
슬슬 딴짓도 할 기운이 생겼다.
아직 목소리는 잘 안 나와 대화는 어렵지만
글을 읽고 쓸 정도로 회복했다.
아침 요가도 다시 시작했다.
“엄마 코로나 다 나아요. 나처럼요.”
신학기에 코로나에 걸려
친구들이 놀릴까 봐 걱정했던 아이는
어느새 씩씩하게 학교에 다시 적응 중이다.
띠띠띠띠띠띠
아이가 혼자 대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습은
아직도 대견스럽기만 하다.
나는 누워서 실패한 이야기를 읽고
스르르 잠을 잔다.
창문으로 하늘도 본다.
3월을 시작하며
몸에 바짝 든
힘이 저절로 빠진다.
나의 확진으로 남편은 재택근무를 하며
아이를 돌본다.
고맙기도 하지만
가족 간 거리 두기는 어려워
혼자 밖에 있고 싶기도 했다
내일은 다시 봄 양말 신고 걸어야겠다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고소하고 바삭한 빵을 뜯어야지.
희망은 가까운 데 있다.
일주일 사이 꽃이 좀 피었으려나?
살만하니 책상 위
지구본을 돌리며 상상 여행을 시작해본다.
햇살 닿은 지구본 속 파란 바다가
반짝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