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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순 Mar 31. 2022

중국어의 비밀 3장/한자의 어제와 오늘

한자의 쓸모

"엄마 전용이 뭐예요?"


소방차 주차 전용이라는 글자를 본 아이가 물었다.

아이의 질문에 내 머릿속에는

전용(專用)한자가 둥둥 떠다닌다.

중국어 발음 [zhuān yòng]과 함께

오로지 전 (專)쓸 용( 用)


"옹 오로지 거기에만 쓰인다는 뜻이네. 여긴 소방차만 주차할 수 있는 곳이야."



표현상 받은 것을 축하한다고 했을 때도

아이는 나에게

표현이 뭔지 되물었다.

내 머릿속에 돌아다니는 한자를 잡아

아이 앞에서 입으로 꺼내어 본다.


내가 좋아하는 한자 이야기를

아이와도 하길 바랐다.

그렇게 함께 모국어의 그릇을  만들고 싶었다.

아이가 오다가다 볼 수 있게 한자 벽그림

6종 세트를 7,900원에 주문했다.

우리 대화에서 나오는 한자어를

찾는 놀이를 했다.


6종 세트에는 8급~4급 한자, 천자문이 있었다.

아이는 한자 옆에 그림이 있는 8급~5급

내용을 주로 보았다.

복잡한 한자 옆에 그림이 있어

아이가 이미지를 통해

그 뜻을 상상하곤 했다.

뒷면에 그림도 그린다.


아이는 역도 선수가 되고 싶다 했는데

역도는 힘 력(力)길도(道)가 합쳐진 거예요?

라고 묻기도 했다.

익숙해서 까먹고 있던

한자의 조어(造語)기능이 떠올랐다.

역도 힘의 길?

중국어로도 力道였나?

헷갈려 찾아보니 舉重[jǔ zhòng]이었다.


들 거 舉

무거울 중 重

무거운 것을 든다.

그렇지

역도는 무거운 것을 들어 올리는 경기다.


한자로 해체해 뜻을 유추하고

중국어로 발음하며

머릿속에 모습을 상상하는 것

한자, 중국어를 공부하며 갖게 된 습관이다.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한자를 배웠지만

본격적으로 공부한 것은

대학교 국사학과에 입학한 이후였다.

그리고 중국 교환학생을 준비하며

한자 실력 급수 1급을 땄다.


한자 공부는 중국어 어휘에 필요한 기초를 닦아주었다.

한자를 알아가며

한국어에서 쓰이고 있는 한자가 궁금해

국어사전도 계속 찾아본다.

모국어와 거리 두기가 되면서

나의 관점, 이야기가 생긴다.


한자 하나에도 가진 뜻이 여러 가지이고

한국어, 중국어에서

그 다양한 뜻이 쓰이기 때문에

뜻을 폭넓게 아는 것이 좋다.


내가 알고 있는 내용이

틀릴 수도 있다 생각하는 태도

우리말에 계속 호기심을 갖는 것

한자, 중국어 공부의 가장 큰 수확이다.


알고 있는지

스스로 질문을 하는 것

알고 있는 내용을

스스로 재구성해보는 것

모국어의 그릇은

메타인지, 문해력과 연결된다.


중국어의 비밀을 읽으며 한자에 대한 이야기가 특히 흥미로웠다.

한국인을 위한 한자 사용 설명을

잘할 수 있으면 좋겠다.




중국어의 비밀/한국인을 위한 중국어 사용설명서


p93 한자의 역사는 현재 확인된 것만으로도 3,000년이 넘는다. 이렇게 긴 세월 동안 본질적으로 큰 변화 없이 계속 사용되고 있는 문자는 지구 상에서 한자가 거의 유일하다. 물론 한자도 크고 작은 변화를 계속 겪어왔다.


박종한, 양세욱, 김석영 지음/중국어의 비밀/궁리출판사



3,000년이 넘는 역사와 이야기를 가진 한자 그 자체로 고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p115  20세기는 한자 역사상 또 한 차례의 극적인 변화가 발생했다. 바로 중화인민공화국 수립이 후 진행된 한자의 간화(簡化)이다.


...


중국에서 본격적인 한자의 간화 작업이 이뤄진 것은 1950년대이다.


박종한, 양세욱, 김석영 지음/중국어의 비밀/궁리출판사



대만에서는 간체자 대신 번체자를 쓰고 있어요.

체자만 배우는 대신 한자를 공부해 대만 회사에서 번체자를 알아보고 글을 쓰는데 수월하게 적응할 수 있었어요. 컴퓨터로 주로 작업해 손으로 한자 쓰는 것은 많이 까먹었어요. 한자  손글씨도 연습해 봐야겠어요.



p123 물론 작자와 작품에 따라 다소간의 차이가 있겠지만 3,000개 정도의 한자를 알면 책을 읽는데 큰 문제가 없음을 알 수 있다.



박종한, 양세욱, 김석영 지음/중국어의 비밀/궁리출판사


가끔 대만 동료들도 읽지 못하는 한자를 검색해 볼 때가 있었어요. 원어민도 모르는 글자가 있다는 것이 중국어(한자) 공부를 계속해 나가는 데 힘이 되어줍니다. 3,000개 정도의 한자를 알면 중국어로 된 책을 읽는데 문제가 없다는 이 문장도 반갑네요.


한국에서 치러지는 한자능력 검정시험 1급 평가한 자수가 3,500자인데 한자 시험과 중국어 공부를 같이 하면서 시너지 효과가 났던 시기도 생각나요. 한국어 한자 독음과 중국어 발음을 동시에 익히면 일석이조의 공부법 같아요. 중국어(한자)라는 드넓은 바다에서 자유롭게 수영하는 기분을 계속 갖고 싶어요.


매일 겸손하게, 재밌게 새롭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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