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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un mu Jun 28. 2023

그냥 슬픈 워킹맘

아프지 마 내 새끼.



일을 시작하면서 제일 걱정한 것이 아이가 아플 때였다.

내가 일하는 시간은 긴 시간이 아니지만 아플 땐 누구나 서러우니까-

혹시나 열이 나거나 하면 더더욱 몸이 말을 안들을 테니까-


지난번 아이가 급체했을 땐 한편으론 '주말이어서 다행이다.'라고 생각했었다.

그 생각을 하게 된 생각도 솔직히 좀 당황스럽기도 했다.


요새 에어컨, 선풍기바람에 일교차도 심하고 아이들은 구내염, 열감기로 난리다.

나로 인해 우리 아이도 아플까 봐, 나로 인해 우리 반 아이들도 아플까 봐 한동안 마스크 쓰며 일하기도 했다.

다행히 우리 반 아가들은 아직까지 아프지 않고 씩씩하게 웃으며 자라고 있다.

말을 배우는 아이들이기에 마스크를 잠시 씌웠을 때 안타깝기도 했는데 그래도 밝은 아이들은 참 이쁘다.


내 아이가 아플까 봐 걱정했던 일은 어제 일어나고 말았다.

전날까지만 해도 멀쩡히 밥도 잘 먹고 까불던 아이가 일어나자마자 "목이 아파." 하고 호소했다.

아프다는 아이의 말을 믿고 싶지 않았다.


출근 준비도 해야 하고, 아이 병원에도 가봐야 할 테고, 담임 선생님께 전달도 해야 할 테고,

아이 점심은....? 집에 아픈 아이 혼자서....?

생각이 계속 꼬리를 물었고 복잡했다.


급히 담임 선생님께 연락드리고 아이는 남편과 함께 병원에 다녀오기로 했다.

출근하면서 발걸음이 제일 무거운 날이었던 것 같다.

아이 점심은 중간에 연락해 봐서 도시락을 배달시켜주던지 아니면 퇴근 후 챙겨줄 생각이었는데 다행히 남편이 챙겨주었다.


목이 많이 부어 열이 날 수 있다고 하셨다는데 저녁 되니 열이 오르기 시작한다.

다행히 밥은 잘 먹어주었는데 가래가 뒤로 넘어가니 잠을 자도 푹 못 자고 계속 뒤척이며 깨기도 했다.

밤이 어떻게 지나간 건지 모르겠는 지난밤.


아무래도 열이 났었고 잠도 못 잤기에 등교는 못할 것 같고,

볶음밥을 만들어 보온통에 넣어 두었다.

해열제도 챙겨두고 혹시 간식을 챙겨 먹을지 모르니 핫도그는 전자레인지에 1분만 돌리면 된다고 메모지에 적어놨다.


중간중간 아이 열 체크를 하고, 남편도 아이와 통화를 하며 낮시간을 보냈다.

아이가 체크해서 보낸 열 수치는 다행히 오르지 않아서 해열제 복용은 안 해도 되었다.

우선 그것으로 안심-


언제 오냐며 보채는 문자는 없고 수시로 열 체크해서 보내주던 문자에 고마웠다.


우리 반 아이들을 케어하며 집에 있을 내 아이도 생각이 났고,

아이들 이름 부르다 내 아이 이름이 새어 나오기도 했다.

조금 울컥하기도 했지만 잘 참아냈다.


열이 나지 않았고, 나의 아이는 초등학생이라 그래도 견딜만한 편이다.

게다가 나는 근무시간이 짧으니까 말이다.


아이는 어리고 많이 아픈데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일 때의 워킹맘들은 얼마나 애가 닳을까 싶었다.

가까이 누군가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내가 감당해야 할 일일 때의 답답함과 서글픔이 얼마나 클지 느껴졌다.


일하다 보니 여자들도 나를 위해 일을 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그게 아이를 위한 일이라고도 생각되고 말이다.

그런데 이럴 땐 참 어렵다. 답이 없어 더 어렵다.


모든 워킹맘들 응원합니다. 제일 강한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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