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청스럽게 살기
예민함을 갖고 있는 나는 이 예민함이 마냥 나쁘지 않지만 그렇다고 마냥 좋지도 않은 것이기에 그래도 난 예민함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어느 순간 받아들였다. 나 혼자 “난 예민하지 않아! 상대가 그렇게 받아들이는 거지” 하면 더 어려운 관계가 되어 버린다.
다행히도 난 적당히 능청스러움을 좋아하고 갖고 있다.
어린 시절엔 마냥 그 젊음만을 내세우며 뾰족 했겠지만 출산, 육아를 해가고 늦게 일을 시작하면서 내가 모르는 능청스러움이 내 안에 있는 걸 알았다.
가만 보면 나의 배우자도 안 그러는 듯 능청 떨 때 내가 즐거워하는 걸 보면 적당한 능청스러움에 매력을 느끼나 보다.
예민한 만큼 상처도 많이 받던 시절. 그것도 혼자만.
이젠 나이도 먹은 만큼 적당히 흘려버리는 것도 몸에 배었다.
안타깝게도 직장에 따로 주차장이 없어 갓길에 해야 한다.
운이 좋으면 직장과 가까운 곳 아니면 좀 걸어서 가야 하는데 날도 더운 요즘이라 직장의 주차문제도 크게 고려해야 하는구나 배워간다.
갓길은 어른들도 오가시기에 신경을 써야 하는데 하루는 쭉 들어오다 어른들이 휴식을 하는 정자 앞쪽에 자리가 비어 세워보았다.
바로 앞에 댄 건 아니지만 내 차의 앞부분이 정자를 살짝 가리고 있었다.
크지도 않은 차이지만 어른들이 더위를 피해 이용하시는 거라 이건 아니지 싶을 때 앞집 아저씨가 두 눈을 부릅뜨고 다가오시며 톡 쏘는 말투로 “여기다 대면 안되죠!!!” 하는 것이다.
나에게 화를 내시 었다!!!!
그때 나는 “아유 안 그래도 고민 중이었어요!!!” 하며
쓰윽 빠져나갔고 다행히 좋은 자리에 주차를 할 수 있었다.
뭐랄까 별거 아닌 에피소드였지만,
아저씨의 반응에 나의 예민함만 나가서 “ 알아요! 제가 알아서 할게요”라고 했으면 나도 아저씨도 아침부터 열이 올랐겠지.
적당한 내 속의 능글거림이 들어간 말투에 아저씨도 더 이상 별 말 안 하시고 나도 하루가 무던함을 느꼈다.
그렇다.
뾰족 에 뾰족으로 대응하지 않기.
그게 진짜 나를 위한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