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이제 배경은 실내만 나오는.. 관념적 파리 여행.
오늘 낮잠을 자면서 꿈을 꿨다.
‘나’는 고등학생인데 프랑스 파리로 수학여행을 온 것이다.
희한하게 관광은 뒤로하고 친구들과 숙소로 향했다.
참고로 파리의 집들은 옛날부터 있던 건물을 고쳐쓰기 때문에 그 분위기가 매우 오래되었지만 잘 관리가 되어있었다.
무거운 캐리어를 들고 계단을 올라갔다. 3층, 4층쯤 되었을까. 앞서 올라가던 친구들이 먼저 방에 들어가서 방을 찜하기 시작했다.
푸른색 나무로 내부 인테리어가 되어있는 첫 번째 방은 꽤 널찍했다. 근데 특이하게도 여러 명이 자려고 온 숙소인데 침대가 하나였다. 한 친구가 먼저 찜을 했다.
화장실이 첫 번째 방의 반 크기로 꽤 컸고, 텅 비어있었다. 심지어 변기는 2대, 칸막이가 되어있고 샤워부스 없이 샤워기 한 대만 놓여있었다.
화장실을 넘어 또 다른 문을 여니 두 번째 방이 나왔다. 이곳도 첫 번째 방과 동일하게 컸고, 싱글사이즈 침대 하나랑 책상 하나가 놓여있었다. 거기서 일기를 쓰면 대문호가 될 것 같은 그런 고풍스러운 갈색 나무 책상이었다. 근데 이 방도 누군가가 먼저 배낭을 놔두었다.
결국 또 다른 문을 열어 세 번째 방이 나왔다.
방이 가장 조그마했지만, 그래도 좁지는 않았다.
이층 침대 두 개 사이에 단층 침대 하나가 놓여있었고, 그 단층침대 머리맡에는 파리의 풍경이 보이는 창이 있었다.
내가 어떤 침대를 선택했는지는 기억에 나지 않는다. 뒤에 이어 오는 친구들이 오기 전에 마음에 드는 침대를 고르려는 순간 잠에서 깼다.
돌아보고 나니 나는 첫 번째 방이 마음에 들었었다. 잠에서 깼는데 아, 그 첫 번째 방을 먼저 잽싸게 차지할 걸, 그런 마음이 들었다. 근데 또 지금 생각해 보니 마지막 방도 괜찮았다. 다만 왠지 조급한 마음이 들었던 이유는 함께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이 얼마나 더 있는지 알지 못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해몽을 하자면, 글쎼 뭔가 선택 앞에서 스스로 망설인다는 걸 알고 있고 그에 대해 조바심을 느낀다는 거 아닐까 싶다. 하지만 그렇게 부정적이고 다급한 느낌은 아니었고 파리에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방들도 마음에 들었다. 하여간 특이한 꿈이었다. 파리로 수학여행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