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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오십 Dec 23. 2023

해럴드 래빗 풋으로부터.

한국의 (         )씨에게.

To. 사랑스러운 금자 씨.


금자 씨. 안녕하십니까.

듣자 하니 이곳에서 가장 미인을 찾으라고 하면 이곳, 금자 씨가 일하는 명함가게로 가면 된다고 하던데 말입니다, 우선 이렇게 편지로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금자 씨, 하나 신기한 사실을 알려줄까요?

아니다, 이건 하나의 퀴즈예요. 맞혀보세요!


기억을 잃어버리는 병에 걸린 사람을 사랑할 때,   ___________ 해서 사랑하기로 했다.


어떤가요. 빈칸에 무슨 말을 썼나요?




금자 씨, 하나 신기한 사실을 알려줄게요. 살면서 조금씩 느낀 기시감 말입니다,

사실 금자 씨는 기억을 잃어버리는 병에 걸린 사람을

사랑했고,

사랑하고 있으며,

사랑할 예정

입니다. 정말 충격적인 소식이죠? 놀랍기도 하고.


근데 그거 아시나요?

금자 씨도 기억을 잃어버린 사람이랍니다. 워낙, 어릴 때라. 그렇죠?

물론 금자 씨는 그때도 사랑스러웠기에 많은 사람이 당신을 사랑해 주었죠.


아! 이유 없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지금 금자 씨가 그러하듯이 기억을 잃어버릴 당신에게 알면서도 큰 사랑을 준, 흐린 기억 속의 그들 말이에요.




그래서, 금자 씨는 자신이 기억을 잃어버리는 병에

걸렸었고, 지금도 종종 앓고 있고, 미래에도 기억을 잃을 예정이며,

또 금자 씨는 자신이 기억을 잃는 병에 걸린 이를

사랑했고, 사랑하고 있으며, 사랑할 예정이라는 걸 이해하셨나요?


혹시 두렵거나, 걱정되시나요?

혹은 지치거나 그만두고 싶나요?

혹은 행복하신가요?




뭐, 아무래도 좋아요. 그거야말로 온전히 금자 씨의 몫이니까요.


그럼에도 제가 먼 우주에서 이런 엄청난 비밀을 금자 씨에게 전해 주는 건, 용기를 주기 위해서예요.

가끔 사랑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낄 때, 이 용기를 꺼내어 보세요.


기억을 잃어버릴 어린아이에게 다 알고서도 기쁜 마음으로 보듬은 마음이

금자 씨 안에는 늘 살아있답니다.


시작과 끝은 꼭 닮았죠.

아기와 노인도 기억을 잃는다는 점에서 닮았고요.

금자 씨, 시간이 두려워서 사랑했던 마음을 잊지 말고, 금자 씨 하고 싶은 대로 하십시오.



추신.

살다 보면 우연히 시계줄을 맨 작고 부드러운 털북숭이 친구를 만날 텐데, 그 친구에게 안부 부탁드리지요.

아니, 어쩌면 제가 더 빠를 수도 있겠군요.

저는 곧 금자 씨를 만나기 위해 웜홀을 통해 올 테니까요!



From. HERALD. R. 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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