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먼지라는 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청소기를 매주 토요일에 청소한다. 청소기 안의 먼지를 제거하고 햇빛에 바삭하게 말린다. 그리고 재조립시켜서 방안의 먼지를 모은다. 나는 매일 오전에 청소기로 먼지를 모은다. 청소기를 깨끗하게 만들고 난 다음 날 청소기 안의 먼지는 미미해서 보이지도 않는다. 내가 청소를 한 건지, 내 방에 먼지가 있긴 한 건지 의심스럽다.
일요일 - 먼지가 있긴 한가,
월요일 - 먼지가 모이는 건지 뭔지도 모르겠다.
화요일 - 그냥 의례적으로 청소기를 돌린다.
수요일 - 그냥 한다.
목요일 - 청소기 안에 쌓인 먼지가 보이기 시작한다.
금요일 - 꽤 회색 먼지들이 덩어리 져있다.
토요일 - 청소기를 돌리는데 거름망에 먼지가 가득 껴있는 것 같다. 케이스를 열어서 신문지를 펴고 탈탈 털어보니 일주일 간 모은 먼지가 꽤 된다.
한 방을 바라고 되는 일은 없는 것 같다. 시나브로 되는 것이 많다. 인생을 미분해서 느끼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 것 같다.
오늘 일요일,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이런 진리를 느낀다.
앉을 곳을 찾느라 미어캣처럼 두리번거리는 사람들 중에 한 분이 어떤 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별로 가고 싶은 자리가 아니었다. 근데 마침 콘센트도 있고 아늑한 안쪽자리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일어났다. 그분은 복닥거리는 자리지만 괜찮은 자리 근처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운 좋게 ‘ 그 자리로 옮길 수 있었다.
운도 준비된 사람에게 온다고 한다. 매일 조금씩 가까워지려는 노력 같지도 않은 미분된 행동이 어느 순간 모두가 ‘와, 저걸 해냈다고?’ 하는 걸 만들어내기도 한다. 아무 생각 없이 조금씩 움직여본다. 바라는 것보다 그냥 해보는 거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청소기를 밀었다. 그리고 글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