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던 공간 탈바꿈하기.
슬슬 이사 갈 준비를 하면서 머물 공간을 어떻게 하면 편하게 쓸 수 있을지 구상 중이다.
일단 우리 집에 쌓인 짐이 어마어마해서.. (물론 정리한다고 해왔지만 살다 보면 물건이 쌓인다.) 먼저 물건을 분류하는 작업부터 해야 할 듯싶다. 그다음에 먼지를 닦고, 보수가 필요한 곳은 보수한 다음 가구를 원하는 위치로 옮기면 될 것 같다.
물론 가장 어려운 단계가 물건을 분류하는 일이다. 특히 내 물건이 아닌 건 정리해 주기 어려우니까 나를 제외한 두 동거인께 공손히 부탁드리는 수밖에… 그래도 그들은 내가 원하는 기간 내에 일을 시작하지도 않을 것 같긴 하다만.
그런 경우를 대비해 내 공간을 우선 정리하고 내 공간이 아늑해 보이고 좋아 보이게 만드는 게 우선인 듯싶다. 아무래도 그들은 바쁘고, 삶이 정신없이 흘러가니 말이다. 어쩌다 본 나의 방이 꽤 합리적이고 편안해 보인다면,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해 동선과 기능을 정리한 방안을 슬쩍 흘리듯이 넘겨야겠다.
가장 중요한 건 내가 보기에 답답해 보여도 혼자 안달 나서 그들의 삶을 맘대로 변화시키려고 하지 말 것.
- Organize space ; 각자의 영역.
현재의 ‘금짱&쭈니&남반구’가 거주하는 모 아파트 평면이다. 32평형으로 과거엔 4인가구가 살았고, 23년도까지는 금짱 님과 쭈니 님 둘이, 그리고 다가올 24년도 상반기에는 내가 추가되어 3인가구가 생활하는 공간이다.
우선 하늘색은 쭈니 님, 보라색은 금짱 님, 주황색은 ‘나‘ 의 영역이다. 참고로 쭈니 님과 금짱 님은 부부다. 개인이 집에서 가장 오래, 자주 머물며 활동이 있는 곳을 표시한 것이다. 아래는 그들의 조건이다.
1. 금짱님이 자주 쓰는 공간은 주방, 냉장고가 있는 베란다, 그리고 책장과 빨래가 혼재되어 있는 미지의 공간이다. 금짱 님은 굉장히 깔끔하신 편이라 세탁기와 건조기를 자주 이용한다.
2. 쭈니 님은 사실 주로 머무는 곳이 거실이다. 서재를 가지고 싶었으나 자식들에게 방을 내어주느라 그의 꿈의 서재는 이제까지 없었다. 첫째 딸이 독립을 한 지금, 지금이 기회다.
3. ‘나’는 머무는 곳이 내 방이다. 불만이 있다면 가족 모두가 접근성이 좋은 현관에 가까운 화장실을 쓰기 때문에 저녁시간, 아침시간이면 혼자 조용히 있고 싶어도 굉장히 소란스럽다는 점이다.
4. 추가적으로 분기마다 이 삼주 머무는 첫째 딸을 위한 여분의 공간도 필요하다.
이런 니즈를 반영해 ‘나’를 위한 공간을 재설계해봤다.
- Space zoning : ‘나‘(남반구)
다음으로 금짱 님을 위한 대안이다.
- Space zoning : 금자 님
기존 금짱 님의 가사노동 동선은 꽤 비효율적이다. 세탁기와 빨래를 정리하는 공간, 빨래를 개는 공간, 보관하는 곳이 모두 자유분방하게 위치해 있고, 특히 주방에 냉장고가 두 개인데 주로 사용하는 냉장고는 밖에 있어 요리할 때마다 바깥 냉장고로 가야 한다. 옷도 정리가 시급해 보인다. 근 5년간 홈쇼핑에서 옷을 샀기 때문에 이렇게나 많다고 인지할 새도 없이 옷이 옷장에서 넘쳐나기 시작했다.
금짱 님 해법은 간단하다. 안 쓰는 물건을 줄여나갈 것.
쭈니 님 해법은 금자 님에 비해 수월하다.
- Space zoning : 태현 님
금짱 님의 정리로 인해 생겨난 공간을 자유롭게 배치하면 되기 때문이다.
-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물으신다면.
이렇게 쓰고 보니 금짱 님과 쭈니 님이 굉장히 물건을 쌓아두고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처럼 비칠까 두렵다. 다만 그분들은 그들의 삶에 있어서 우선순위가 자신의 앞가림을 제대로 하고 사는 것이었기에 그들이 살고 있는 집에 대해 애로사항은 후순위로 밀려나서 짐정리가 시급한 지금이 온 것일 뿐이다. 그분들은 그들 삶에 있어서 굉장히 노력했다.
좋은 공간, 효율적으로 배치된 좋은 공간은 내가 공간을 제어하고 있다는 감각, 그리고 약간의 시간적, 공간적 여유가 생겨난다.
1년 동안 몸소 체험한 경험을 바탕으로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나’, 그리고 금짱 님, 쭈니 님께도 그 경험을 나누고 싶어서 대뜸 이런 글을 쓰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