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st ride home - Magnus Ringblom Quartet
나는 책을 좋아한다. 도서관 가는 것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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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이 잘 되어있는 도시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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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세상의 모든 지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책을 읽는 사람이 현명해지는 것도 아니고
책을 읽는다고 세상이 드라마틱하게 바뀌는 건 아니지만
독서를 하면 이해심이 조금 잠깐 생긴다. 세상이 덜 미워진다.
책을 읽는다는 행위는 별거 아니다.
책을 읽는 척할 수도 있는 거고,
글씨를 따라서 시선을 움직이는 행동에 불과할 수도 있다.
하지만 때때로 정말 깊이 읽게 되는 소설, 혹은 비문학 책들도 있다.
그런 책을 만나면 지금 내가 필요했던 이야기가 이거야! 하면서 마음속에 불이 켜진다.
깜깜했던 구석이 성냥 한 개비로 온기와 빛이 채워지는 그런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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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는 정말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느릿하게 글자만 보는 경우도 있다.
책한테 뭘 바란다기보다 글자를 본다.
관찰하는 느낌으로 지금 손에 쥔 책을 생경하게 바라보다 보면 책이 너무 예쁘다.
한 손에 들리는 무게, 파라락 펼쳐지는 종이 묶음, 바코드, 종이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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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한동안 책을 멀리했던 적도 있다.
책을 읽는 게 허영심에서 비롯된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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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책을 빌려와도 책은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우가 허다했고, 다 읽지도 못한 채 반납하는 경우도 꽤 많았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내 책장에는 안 읽은(= 곧 읽을) 책들이 수두룩 빽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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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멀리하고 나서 나는 좀 따뜻함을 잃었던 것 같다.
삭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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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있다는 이유로 독서하려고 책을 집어드는 그것 역시 멋진 허영이라고 인정한 이후로는 좀 더 책을 많이 읽을 수 있게 되었다.
1년에 두세 권도 안 읽던 3,4년 전과 비교하면 최근 1년 완독 한 책은 스무 권은 훌쩍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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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다 읽지도 못할 책을 가방에 한가득 넣어 다닌 적도 있고,
관심은 있지만 지적 수준이 맞지 않는 책도 부득불 이해하려 애쓴 적도 있었다.
그래도 허영심이면 뭐 어때, 하면서 책을 손에 들고 나니까 마음이 편해져서 더 자주 보게 되었다.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읽고 싶은 책을 편하게 읽을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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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과거에 읽었던 책의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럴 거면 뭐 하러 책을 읽어, 그렇게 생각할 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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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읽고 잊는다는 것도 꽤 멋진 독서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읽고 나서 모든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읽을 당시에 내가 느낀 점은 명확하고,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오히려 잊는 게 더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물론 잘 기억하는 것도 필요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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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독서를 하면서 그래서 글쓴이가 말하고 싶은 말이 뭔지 생각하면서 읽는 습관을 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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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편안하게 읽는 게 최고다, 생각하다 보니까 읽고 잊어버리는 독서를 해왔다.
근래에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추천하고 싶은 영화, 책, 음식 등 소재가 필요한 것 같아서 읽은 책 목록을 어플에 기록하고 있다.
쓰고 있는 어플은 ‘북적북적’, ‘플라이북’이다.
두 어플 모두 훌륭하다. 하지만 쓰임새가 조금 다른데,
우선 북적북적은 내가 읽은 책들을 두께로 표현해 준다. 그래서 독서했다는 성취감을 쌓는데 도움이 된다.
플라이북은 정말, 정말 잘 쓰고 있는 어플로 책을 검색해서 사람들의 후기도 읽어볼 수 있다. 독서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의 독서리스트를 찾아보고 나중에 읽을 책을 발굴하기도 하고, 읽고 싶은 책을 미리 담아두기도 한다. 간단한 독후감도 남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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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평화를 얻는 법은 간단히 할 일을 하고 책을 읽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나는 의지가 약한 인간이라 할 일을 시작하고 마치는 것이 굉장히 어렵지만, 해내면 남들보다 굉장히 큰 만족감을 느낀다.
책을 읽기 위해 할 일을 해낼 것. 뭔가 해내고 싶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