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ty - Ella Fitzgerald
옷을 좋아한다.
옷 구경하는 것도 즐긴다.
교복에서 졸업하고부터 좋아하는 옷을 골라서 입을 기회가 많이 생겼고, 좋아하는 소재, 어울리는 기장, 스타일을 바탕으로 적절히 어울리게 입는 걸 즐기게 되었다.
내가 추구하는 건 꾸안꾸… 인데 어쩌다 보니 그냥 안꾸가 되어버렸다.
어쩌면 처음부터 안꾸였는데 누군가 그 추레함 속의 멋짐을 알아보길 바라고 내 패션은 꾸안꾸를 추구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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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넉한 조거팬츠, 저명도 저채도의 후드집업에 검은색 나일론 백팩을 메고 캡모자를 쓰면 내가 세상 제일 자유로운 인간인 것 같았다.
전에도 편안함에 치중한 옷들을 많이 입었는데, 요즘은 더 그렇다.
이제는 단순히 멋진 옷보다 가볍고 더 편안한 옷을 자주 찾게 됐다.
자라에서 산 긴팔 티셔츠, 보세 면바지만 입고 있다.
물론 각 티셔츠와 바지의 핏은 다 다르다. 물론 모아보면 비슷하긴 하다.
단색의 저명도, 저채도의 따뜻한 톤의 색의 티셔츠, 세미와이드에 바지 밑단이 바닥에 닿는 긴 바지가 대부분이다.
간혹 가다가 후드집업 같은 건 고명도 빨간색을 가지고 있기도 한데, 그건 좀 예외고 대부분 아이보리, 차콜, 남색, 갈색, 고동색이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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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화장품은 챙겨 바르는데 화장은 안 한다.
토너, 수분크림, 오일, 세럼, 선크림은 바르지만 컨실러, 메이크업 베이스 제품은 없다.
틴트도 안 바르고 대신 립밤을 좋은 걸 사서 발랐다.
눈썹도 다듬고 헤어라인 정리 정도는 했다.
화장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건 지금 피부가 가장 좋을 땐데 굳이 화장을 해야 하나, 싶어서 그랬다.
그리고 나는 대학교 2, 3학년 때 호르몬 변화로 얼굴에 화농성 여드름이 한 달에 두 어개씩 규칙적으로 났다.
밤샘도 종종 하고, 수면시간이 불규칙적인 데다가 식사 시간도 불규칙하고 좋은 걸 먹지 않았다.
그때 그냥 거울을 안 보고 살았는데 그러면 언젠가 괜찮아지지 않을까 싶어서 대충 살아봤다.
하지만 그때도 나는 옷에 관심이 많았다. 당시에는 셔츠에 니트베스트, 짜임패턴이 있는 카디건, 점퍼류를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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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드티, 맨투맨, 청바지, 점퍼… 캐주얼한 옷을 많이 입었는데 슬슬 조금 더 어른스러운 분위기로 넘어가야 할 때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거울에 비친 나는 입술에 핏기도 없고 높은 도수의 안경을 끼고… 후드티에 회색 운동복 바지를 입고 있었다.
빅뱅이론, 셜록과 같은 미드/영드를 보면서 너드 캐릭터를 좋아했는데 나는 너드… 라기엔 특출 난 게 없어 보여서 더 이상 너드미를 추구할 수 없게 되었다, 심리적으로. 아무도 뭐라 하지 않지만 나만 주장하는 나의 너드미를 누가 인정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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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처럼 검은 터틀넥에 청바지,라는 어떤 상징성을 가진 패션이라기엔 중구난방으로 아침에 집히는 대로 입는 나의 패션은 일관성이 없다.
그냥 정돈된 옷차림을 하나 제대로 갖추는 게 필요하다고 느낀다. 옷을 살 필요는 없고 가진 옷 중에서 잘 매치를 해보도록 해야겠다. 깔끔하게 단정하게.
옷을 아무리 잘 입어도 얼굴과 조화되지 않으면 영 별로라는 걸 깨달았다.
며칠 전에 가족과 졸업사진을 찍는데 노메이크업, 그냥 자다 일어나서 찍었다. 사진을 보고 외면적인 변화도 필요하겠다 싶었다. 옷은 괜찮은데 얼굴이 준비되지 않았다. 적어도 혈색은 있어야지 싶어서 틴트를 찾아봤는데 올해 8월에 유통기한이 끝난다. 2년 전에 샀나..?
그래서 하나 새로 장만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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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에도 관심을 가지니 새로운 세계가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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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컬러에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새로운 틴트를 하나 사려고 보니 요즘 틴트는 다 퍼스널 컬러를 바탕으로 홍보를 하고 있었다.
내 퍼스널 컬러를 찾으려고 이리저리 노력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내가 쿨톤인지 웜톤인지도 모르겠고, 뭐 라이트, 뮤트, 딥… 잘 모르겠다. 쿨톤이라고 하면 쿨톤 같고 웜톤이라고 하면 웜톤 같아서 틴트만 1시간 고르다가 퍼스널컬러 찾기를 그만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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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울릴지 자신은 없는데 소거법으로 베이지 바탕의 분홍색 웜톤 틴트를 하나 골랐다.
소거법은 이런 것이다. 이제까지 내가 살아오면서 전혀 내 얼굴에 매칭이 안 되는 컬러의 제품을 선택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것인데, 나의 경우는 흰색이 많이 들어간 라이트 한 컬러라던지, 너무 선명한 색상이라던지, 피부톤에 비해 톤다운 된 밀도 높은 색을 제외시켰다.
그랬더니 적당히 미적지근한 분홍색 틴트가 남았다. 뉴트럴, 뮤트 이런 단어가 이런 중채도, 중명도의 색상을 말한다.
오늘부터 나는 중명도 중채도의 적당한 회색빛이 있는, 그런데 웜과 쿨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타입의 사람이라고 스스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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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트 색을 보면 다 다르다. 빨간색이라고 다 같은 빨간색이 아니고, 분홍색이라고 다 같은 분홍도 아니다. 플럼(자두) 색도 있고, 딸기 우유색도 있다. 착색되면 주황색이 남는 분홍색 틴트도 있고, 무화과 색 틴트도 있다. 무엇보다 사람들은 코랄을 선호하나 보다. 내가 본 001호 틴트는 대부분 코랄 아니면 코랄이 첨가된 다른 색이었다.
이래서 사람들이 그렇게 화장품을 모으게 되는 건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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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 가면 좀 더 포멀 한 룩을 입겠거니, 그런 생각을 하셨고 미리미리 그런 옷들도 시도해 봐야겠다.
현재 어떤 공식적인 석상…? 에 가려면 입을 옷이 없다. 블라우스, 슬랙스, 구두. 정말 낯설지만 오늘 틴트 구매하는 것만큼 어려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