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pper - 아이유
자신의 욕망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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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세라핌 antifragile
눈빛엔 거대한 des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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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 더 위닝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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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 욕망, 욕구, 꿈. 실현가능성. 현실적…. 실현 불가능한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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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하는 것을 욕망하게 하는 게 요즘 트렌드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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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꿈꾸는 게 두렵다.
터무니없어서 남들이 비웃을까 봐, 그리고 나조차도 믿을 수가 없는 실현불가능한 계획은 차라리 꿈꾸기를 미룬다.
두려운 사람도 있지만 정말 꿈이 없는 사람도 있다.
현실가능한 계획에 대해서만 고르고, 고르다가 결국 고르고 싶지 않은 것들만 있는 현실에 발 딛고 그저 묵묵히 살아가기로 한다.
그것마저도 행운이라고 여겨질 때가 있다.
욕망은 시시때때로 변화한다. 어제는 이걸 가지고 싶었다가, 오늘은 이걸 가지고 싶었다가…
차라리 자신이 욕망하고 있는 것을 부인하거나 차라리 잊기를 바란다. 그 편이 편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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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평생 돈을 많이 벌지 못할 것임을 알고 있기에 백화점을 가지 않는다.
아버지 말로는 백화점은 쓸데없는 물건을 잔뜩 모아두고 사람들을 현혹시켜서 그들이 노동한 돈을 빼가는 곳이기에 자발적으로 백화점을 갈 일은 없다. 간혹 영화를 보자고 하면 그때 백화점 8층에 있는 롯데시네마를 같이 가신다.
한편으로는 아버지는 ‘부’를 꿈꾸기에 백화점을 가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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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사람들이 대체로 욕망하는 건 비슷하다.
젊음, 아름다움, 건강함, 풍족함, 멋진 차, 내 소유의 정갈한 집, 반짝이는 액세서리, 행복한 가정….
유튜브 동영상 제작자는 스마트폰을 가진 모든 사람들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카메라로 담아냄으로써 누군가 욕망하는 가치를 슬쩍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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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들 셀프카메라, 유튜버 채널 같은 것이다.
나는 해쭈 동영상을 보면서 행복한 가정에 대한 로망을 해소하고,
방탄소년단 동영상을 보면서 욕망의 결이 비슷한 이들이 모였을 때 느껴지는 편안함을 해소한다.
뉴진스가 스페인에서 옷과 액세서리 쇼핑한 영상을 보면서 해외여행에 대한 욕구를 대리만족한다.
꿈 제작자 같기도 하다. 나마저도 잘 알지 못하는 내 무의식 영역의 욕망을 알 수 있게 해주는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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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같은 또래의 어떤 사람은 자신의 꿈, 그러니까 커다란 무대에서 팬들과 즐겁게 공연하는 꿈을 꾼다.
그들은 매일 그들의 욕망을 위해 산다.
자신의 욕망을 정확히 알고 있고, 시간을 자신의 욕망을 해소하는데 쓰고, 또 자신의 욕망을 통해 또 다른 부를 얻는다.
일 이년 후에 그들이 벌어들인 자본, 멋진 동료들, 성숙해진 내면 그런 것들을 유튜브 브이로그나 인스타그램 등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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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아이돌들 브이로그를 본다.
해외에서 아침으로 호텔 조식을 먹고, 낮에는 오픈 테라스가 있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백화점으로 원하는 물품을 거침없이 쇼핑한다.
하지만 너무 모든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지 말 것.
일궈낸 부가 얼마나 거대한지 타인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정도로 유난스럽게 보여주지 말 것.
태어날 때부터 가진 타인에 대해서는 크게 질투하지 않지만 욕망한 바를 성실하게 성취한 타인에 대해서는 크게 질투하기 쉽다.
시작은 같았는데 결과가 다른 것 같으니까.
나도 할 수 있었는데 잘 못 살아낸 것 같으니까.
욕망을 감추거나, 외면하면서 꿈과 멀어져 버린 것 같으니까.
이래서 시작조차 하지 않고 포기하는 건 진 것과 다름없다고 하는 건가 보다.
욕망을 이해하고 승리하기 위해 적절히 자신을 억압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성장했다, 혹은 성공했다고 평가한다.
물론 욕망을 가져야 성공도 하고, 승리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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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하는 삶을 사는 것, 그리고 그것을 매체로 보여주는 것. 나의 욕망을 쟁취해서 타인에게 보여주는 것.
타인이 볼 때 멋있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아름답게 포장하여 전시하는 것.
유튜브는 욕망을 전시해 놓은 백화점 같다. 가지고 싶은 걸 골라봐, 어떤 인생이든.
가지지 못할 것 같은 어떤 부러움에 대해서는 질투가 아니라 그저 선망의 대상이 된다.
적당히 카타르시스도 느낀다. 그리고 너무나도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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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욕망을 모방한다.
어떻게 보면 이빨 없는 사육된 가축이 된 느낌이다.
먹여주고, 재워주고, 보살펴주는 것에 익숙해져서 내가 욕망하는 것마저도 누군가의 욕망을 모방하게 된다.
들판 너머에 있는 자유로움에 대해 알지 못하기에 원하지도 않는다.
끊임없이 의심해야 한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게 이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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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꿈을 향해 달리고, 노력해서 일궈낸 부는 확실히 대단하다.
어떤 욕망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통제하고 억압해 내야 하니까.
자신이 생각하는 아름다움을 위해서 맛있는 디저트를 딱 한 입씩만 먹고 내려놓는다던지,
잘 읽히지 않는 책이라도 읽으려고 노력하거나 잠자는 대신 언어공부를 꾸준히 한다던지.
어느 하나를 손에 쥐기 위해서 내려놓는 건 당연하다.
그리고 손에 쥔 결과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뭐라 할 수 없다. 가지겠다고 해서 가졌는데,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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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태도는 두 가지로 나뉘는 거 같다. 가지거나, 버리거나.
각기 다른 욕망들이 부딪치면서 세상이 돌아간다.
누군가는 욕망하기를 그만둔 사람도 있다.
가지고 싶은 게 없어. 무기력하다.
차라리 아무것도 가지지 않을래, 가지고 싶은 걸 못 가질 바에야.
사실 욕망이 있어야 노력해야 할 점이 생기는 것이다.
너무나 피곤한 나머지 ‘차라리 욕망하지 않겠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바라는 게 없으면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손에 쥔 게 아무것도 없다고 느껴질 때조차 손에는 자유가 들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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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사람의 욕망이 가시는 것은 아니다.
영원히 인정하지 못하는 걸지도 모른다.
도덕적으로 타락한 것이 아닌 한에서야 자신의 욕구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게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요즘 음악 콘셉트에서 나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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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을 쇼핑하는 건 굉장히 쉽다.
유튜브를 보고 바라는 삶, 가지고 싶은 물건 등을 바라면 된다.
그렇지만 가진 것을 바탕으로 그 욕망을 계산해 나가는 건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내가 가진 무엇이 가장 가치 있게 여겨지는 건지, 가진 무형의 자산을 돈으로 교환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조금씩 원하는 것에 가까워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스스로 계산하고 행동해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자신을 통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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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자기 통제를 넘어서 착취를 하는 경우도 있다.
자신이 바라는 욕망을 실현시키기 위해 자신을 억압하고, 착취해서 얻어낸다.
욕망의 상향곡선과 자기만족의 하향곡선의 교차점을 알아야 한다.
최소한의 억압과 통제로 성공과 승리를 하는 법을 아는 사람은 좀 편안한 삶을 살지 않을까 싶다. 적어도 자기 자신의 문제에 관해서는 말이다.
가질 수 없더라도 욕망하길 포기하지 않는 것,
그게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태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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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점에서 양보해야 할 것들이 생겨난다.
우선순위 정하기. 가장 큰 욕망을 위해 움직인다. 그 과정에서 사소한 욕망들도 해소할 수 있는 건 해소한다.
가치관…
가장 많이 바라는 건 멋진 삶이겠지 싶다.
엄마아빠와 해외여행도 가고, 하고 싶은 취미생활도 하는 자유로움이고….
무엇보다 돈 때문에, 돈이 없어서 하지 못하는 일들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경제적으로 풍요롭고 싶다.
남들이 욕심낼만한 큰 꿈을 꿀 것.
가장 큰 꿈을 가진 사람은 응원하게 된다.
바랄 수도 없을 것 같이 큰 꿈을 가진 사람은 동경하게 된다.
가끔 그 큰 꿈을 전시해서 돈을 벌 수도 있다, 요즘 같은 세상은. 도구가 발달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