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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오십 Feb 22. 2024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살아가기엔 욕심이 많아 혼란하다.

매복 사랑니를 뽑았지만 정신은 말짱하다.

MBTI 유형검사를 하면 늘 P유형이 나왔다.

계획을 짜고 실행하려는 J성향을 좀 습득하려고 계획표도 써보고 스케줄관리도 하려고 한다.

그래야 좀 균형 잡힌 인간이 될 것 같아서.


꾸준하다는 건 ‘매일’ 해야 꾸준하다는 거다.

우선순위를 알고 거기에 대해서 전략적으로 행동하는 거, 정말 멋진 J형 인간이 되고 싶다..


*


오늘은 엄마와 진솔한 대화를 했다.

요약하자면,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살기에 욕심이 많다. 내가 어떤 태도를 가지는 게 좋을지에 대해서 대화했다.


*


나는 통제가 잘 안 되는 인간 같다고. 충동성 때문에 즐겁지도 않은 유튜브를 몇 시간이나 보고 스스로에게 스트레스를 받는 인간임을 고백했다.

그와 동시에 이런 내가 공부를 해서 자격을 갖추는 과정이 빠르지도 않고, 불안감만 높이는 방법인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


스마트폰과 아이패드를 강물에 빠트리고 내 삶의 우선순위를 제대로 파악하며 현실을 사는 게 가능했다면 나는 아마 다른 모습의 나였을 것이다.


*


나도 그렇고, 엄마아빠도 그렇고 참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것 같다.


*


조건이 덜 필요한 일을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지금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도 없고, 정확히 무얼 하고 싶다는 것도 없는 상태에서는.


세상에 꼭 필요해서 있는 일과 필요하진 않지만 나 좋다고 하는 일들이 있다.

전자는 사명감이 있어야 하고 후자는 후자대로 치열한 면이 있다.

필요한 사람이 아니어도 쓸모 있는 인간정도는 될 수 있다면 지금 마음에서는 너무 기쁘게 살아갈 것 같다.



*


웃긴 점.


기능사 시험을 준비하다가 때려치운 우리 아빠. 1,2,3단원만 그렇게 꼼꼼히 공부하더니 지쳐버려서 뒷단원은 펼치지도 못하고 기능사 시험을 때려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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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이런 면에서 유전을 느낀다. 나도 앞 단원은 늘 열심히 공부하다가 뒤에 가서 힘이 떨어지는 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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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에 감사할 줄 아는 지금 모습의 엄마는 순전히 후천적 노력에 의한 것임을 오늘 알았다.


*


엄마는 건물주에게 월세를 내면서  작은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엄마의 꿈은 좀 더 큰 평수의 사무실을 자신이 소유하고, 좋은 사람들과 협력해서 일하는 것이었다. 스티브 잡스. 후대 평가에서 소시오패스로 평가받기도 하는 스티브잡스가 참 부러웠다고 한다. 돈이 좀 더 있으면 더 많은 돈을 기부할 수도 있고,… 그녀는 20년째 그 조그만 사무실에서 월세를 내며 살아가고 있다.


*


그럼에도 거래처에 연락을 할 때 늘 ‘감사합니다.’라는 문장을 잊지 않으려는 노력을 한다.


*


엄마는 공부를 열심히 해서 의사라도 해볼걸, 하는 생각을 한다고 한다. 근데 엄마, 엄마는 그때 돌아가도 그러지 못할걸? 그렇게 말했다.


사람에게 한계를 둘 수는 없지만 사람 각자가 가진 특성이 있다.


*


엄마는 때로는 미안했다고 한다. 공부를 될 때까지 해본 적도 없어서 딸이 막막해할 때 정말 하면 된다고 추상적으로밖에 말할 수 없어서.


*


집안에 혹은 지인 중에 어떤 전문직이나 기술을 가진 직업을 가졌다는 건 굉장한 이득이다.

남들은 잘 모르는 하지만 우리 집안에서는 자연스럽게 알고 있는 어떤 정보나 생활 패턴 같은 게 있는 것이기 때문에.

아비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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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로울 만큼 욕심이 큰데 내 그릇은 그 정도가 아니란 걸 알 때, 거기서 오는 묘한 해방감이 있다.

대화에서 답을 구할 일은 아니었고 운 좋게도 선택할 기회가 있다.

젊을 땐 좀 더 욕심내도 된다고 하는데 적당히, 가랑이 찢어지지 않을 정도로 욕심내보도록 하겠다.


*


그렇다고 그렇게 부러워할 것도 아니다. 내가 엄마, 아빠로부터 자연스럽게 뭔가를 받고 태어났듯이 내가 부러워하는 누군가도 그냥 자연스럽게 타고났을 뿐이니까.


그래도 아주 가끔, 정말 가끔 막연하게 부러워질 때도 있긴 하다. 별로 도움은 안 되지만 그럴 땐 주변에 감사하고 살아야 한다.


서로 사랑하는 집안에 태어나서 참 감사하다고 오늘은 그렇게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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