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가 - 하현상
인생의 고점과 저점을 상상하며 어떤 삶이 더 견디기 어려울까를 상상하고 있다.
모두가 모른 척하기도 하고 가끔은 잊기도 하지만 우리는 모두 죽음을 살고 있다.
서서히 모든 걸 다 갖게 되었다고, 이뤄냈다고 믿었을 때 서서히 젊음, 미소, 관용, 감사, 사랑을 서서히 잃어가는 게,
아니면 처음부터 다 가지고 태어나서 계속 잃어가기만 하는 게
어떤 게 더 아플까.
물론 쓸데없는 상상이지만 잠깐 흥미로웠다.
살아본다면 2번의 삶을 살아보고 싶지만 사실 많이 힘들 것 같다.
이걸로 보아 스스로 나는 2번의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가진 게 굉장히 아직도 많은 건 사실이다. 가끔 내가 혹시 2의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어쩌면 꽤 괜찮은 삶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대개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을 거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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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내려가기만 하는 그래프의 삶은 드물 것 같다.
대개가 젊은 날엔 힘들어도 함께 웃어주고 슬퍼도 같이 울어주니까 어려운 와중에도 괜찮을 수 있는데
살다 보니까 어쩔 수 없이 사라져 가는 것들에 허무해지는 것 같다.
생각해 보니 어떤 삶이든 그냥 안아주고 싶다.
같이 내려가는 인생인데 춥지 않도록
아무래도 인사는 가장 마지막에서, 헤어지는 게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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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가는 일이 슬픈 일일 거라고만 상상한다면 오산이다.
죽음 자체를 하강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우리는 언제든, 원하기만 한다면 둥둥 떠오를 수 있다.
좋은 음악을 들을 때, 오래된 이야기를 읽을 때, 악기를 연주할 때, 사람한테 미소 지을 때… 그렇게 조금씩이나마 땅에서 2cm 정도는 떠오를 수는 있다.
물론 전체적으로 볼 땐 죽어가고 있지만 말이다. 어쩔 수 없는 결말 앞에서 자주 웃는 건 전체적으로 그래프를 위로 밀어 올리는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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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얼마 안 되는 재주가 많거나 적거나 그것이 무슨 소용 있겠소. 결국 모든 것에는 끝이 있는 법인데!”
그리고 그는 입을 다물었다. 뒤루아는 그날 밤 유쾌한 기분이었기 때문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선생님, 오늘은 매우 기분이 언짢으시군요.”
시인은 대답했다.
“아니요, 이봐요, 난 언제나 그렇다오. 당신도 오륙 년 지나면 이렇게 될 거요. 인생이란 산길과 같소. 올라가는 동안은 꼭대기가 보이니까 행복을 느끼지요. 그러나 다 올라가면 갑자기 내리막길이 눈앞에 나타나고, 더욱이 그 끝은 죽음이오. 올라갈 때에는 천천히 올라가지만 내려갈 때에는 빠르단 말이오. 당신 나이에는 즐거운 일만 많아서 여러 가지 희망을, 결코 실현하지 못하는 희망도 가슴에 품지만 내 나이가 되면 이제는 아무것도 기대할 것이 없고 그저 죽음이 있을 뿐이오.”
뒤루아는 웃기 시작했다.
“이거 정말 말씀만 들어도 등골이 오싹해집니다.”
노르베르 드 바렌이 다시 말을 이었다.
“아니, 당신은 아직 내 말을 몰라. 그러나 나중에 언젠가는 지금 내가 이야기한 것을 반드시 생각해 낼 거요. 흔히 말하듯이 웃을 수 없는 날이 많은 사람들에게 상당히 빠르게 다가오게 되오. 눈에 보이는 모든 것 뒤에는 죽음이 보이거든.
아아, 그대는 이 죽음이라는 말의 의미마저도 모를 거요. 그대 나이에는 무의미한 말이오. 그러나 내 나이에는 참으로 두려운 거요.
그렇소, 곧 알게 될 거요. 왠지, 또 계기가 무엇인지도 전혀 모르게. 그리고 그렇게 되면 인생의 모습이 한순간에 변하고 마는 거요. 나는 십오 년 전부터 마치 세균이라도 몸속에 기르는 것처럼 죽음이 조금씩, 한 달마다, 한 시간마다, 마치 집이 무너져 가는 것처럼 나를 좀먹어 가는 것을 느껴 왔소.
…
당신은 무엇을 기대하오? 사랑? 그러나 키스를 즐기는 것도 순식간이고 곧 할 수 없게 될 거요,
그리고 그 밖엔? 돈? 무엇 때문에? 여자에게 주기 위해? 대단한 행복이지! 그보다도 실컷 먹고 피둥피둥 살이 쪄서 매일 밤 관절염에 시달려서 신음하기 위해선가요?
그리고 또 있나요? 명예? 그러나 그것도 사랑이라는 형태로 수확할 수 없다면 무슨 소용이겠소?
그럼 그다음엔? 마지막엔 언제나 죽음이 있을 뿐이오. “
…
“늙은이가 주책없는 말을 무척 많이 했소만, 모두 잊으시오. 그리고 나이에 어울리게 사시오. 잘 가오.”
벨아미, 기 드 모파상, 송덕호 옮김, 민음사, 185, 186, 189p
벨아미와 노시인의 대화를 발췌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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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23번째 책, 벨아미를 읽고 있다. 2부 7장을 읽을 차례다.
사실 위의 글은 아주 일부고, 죽음이 소재는 아니다. 글의 주 재료는 불륜이다.
잘생긴 퇴역군인 ‘벨아미(아름다운 남자라는 뜻)’가 신문기자 친구를 통해 사교계에 진출해서 이 여자, 저 여자를 유혹하고 다니는 내용이다. 물론 잘생긴 주인공이 과연 누구까지 유혹하게 되는지- 궁금증과, 적절한 길이의 심리묘사와 옛날 그 시절에는 어디서 어떻게 불륜을 했는지에 대한 궁금증으로 충분히 흥미롭게 읽고 있었는데, 막상 기억에 남는 건 노시인의 말이었다.
1부 중후반 무렵, 그러니까 순조롭게 상류층 부인을 열정적으로 유혹한 상태에서 노시인의 ‘죽음’에 대한 말이 나오고 난 이후로는 왜 이렇게까지 이 사람은 유혹을 하고, 유혹을 하는 건지, 그렇게까지 높이 올라가서 뭘 하려고…라는 생각이 들더라. 하지만 생각해 보니 인간 기본적인 욕구가 상승이라고 생각하니 그리 이상하지도 않았다. 더 많이 가지고 싶고, 없으니까 채우고 싶고…
벨아미라는 소설에서 나오는 여성들도 캐릭터가 모두 달라서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서 다가가는지 보는 재미가 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캐릭터가 있다.
벨아미가 왈테르 부인을 매달려서 유혹했고 성당에서 밀회하는데 왈테르 부인의 반응이 기억에 남는다. 신문사 사장의 부인인 왈테르 부인이 묘사된 바로는 기품 있고, 고상하고 포근한, 두 딸의 어머니였는데 완전히 뒤바뀐다. 지나가는 신부님 붙잡고 당장 고해성사하게 해달라고 비는 장면이 제일 강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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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나의 소비습관을 보면서 반성하게 된다. 나는 왜 그렇게 무언가를 필요하지도 않은데 가지고 싶어 하는 건가.
습관적으로 소파에 앉으면 온라인 쇼핑몰에 들어가서 필요한 것도 없는데 가지고 싶은 것을 굳이 찾고, 옷을 사고, 방금 전에는 또 온라인으로 책을 주문했다. 아니, 대체 왜 연필깍지를 사느냐고…
건강하게 해소하려고 해야겠다.
욕망의 크기를 줄일 수만 있다면 조금은 안정적으로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애써 가진 그릇을 비워보려 해도 아예 그릇이 없어야 채우지 않을 것 같다.
아니, 애초에 황금만능주의에서 벗어나 나를 크게 불려 갈 생각보다 할 수 있는 걸 하면서 바쁘게 살면 황금에 욕심날 시간도 부족하지 않을까. 내가 많이 한가한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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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다 생각하는 방식이 달라서 같은 걸 보고도 다르게 살아가는 것 같다.
결국엔 모두가 죽음으로 가고 있다는 건 진실이지만 그래서 우리는 무얼 하고 살아야 하는지, 또 그래서 어떤 마음, 어떤 모습으로 살고 모두 싶은지 다르다.
마치 계획적인 사람과 비계획적인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밟고 있는 여행지는 같은 것처럼.
부모가 아이의 교육을 두고 엄격할지, 조금 더 품어줄지 티격태격하지만 사실 잘 키우고 싶은 마음은 같은 것처럼
도착하는 건 다 같지만 어떻게는 각자의 방식으로 노력하는 게 있는 것 같다. 다들 잘 풀렸으면 좋겠고, 적당히 다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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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마무리하다가 기억에 남는 게 있어서 마저 쓴다.
파친코 시즌2 드라마에서 몇 화인지 기억나진 않는데 극 중 나이 든 선자가 손주 솔로몬에게 한 말이다.
정확한 워딩이 기억이 나지 않아 내가 느낀 대로 문장을 남긴다.
- 부자가 되는 것보다 중요한 건 어떻게 부자가 되었냐, 다.
누군가를 속이면서, 혹은 피해를 주면서, 침략을 하면서 부자가 되는 건 옳지 않다는 말이다. 살아가면서 거의 모든 사람들이 자기가 잘 되었으면, 잘 살았으면 하고 살아가는데 함께 살아가면서 서로의 욕망이 부딪치면서 영역이 겹치기도 하고, 충돌하고… 그게 침략이 될 때가 있다.
생각보다 남에게 피해 안 주면서 살기는 어렵다. 혼자 흥얼거리는 목소리도 누군가에게는 영역침해일 수 있고, 그냥 존재 자체가 피해인 경우도 있다. 차라리 스스로를 그렇게 좋은 사람 아니라고 생각하고, 소개하고 사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사회화 때 배우는 게 있다.
사과하고, 용서하고, 악수하고… 그게 안 되면 서로 멀리 떨어지고.
그리고 때가 중요하다. 제 때 사과하고, 용서하고, 악수하고.
그리고 사랑이 제일이다. 사랑하는 마음.
벨아미가 사랑한 여자가 있나,.. 생각해 보면 조금 허무해지긴 하는데 그런 사랑 말고 인류애.. 말이다. 소설 속에서 프랑스가 모로코를 점령하는 내용도 나오는데 그 과정에서 벨아미가 좀 기자정신이 있었다면 아주 달라지진 않았어도 완전히 황금에 매료되기보다 자신에게 조금이나마 가까워질 기회가 있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벨아미는 공채를 사서 돈을 불리는데 눈이 돌아가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