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awberry fields forever - Beatles
우리 집에서 3km 반경 안에는 뼈를 보는 병원이 있다. 정형외과라고 하면 되는데 정형외과라고 말하는 순간 동네 여느 병원이 아니라 어느 불의의 사고로 가게 되는 비자발적인 공간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기 싫다. 아무튼, 나는 이 병원을 자주 가지는 않는다. 일 년에 한 번, 감기에 걸렸을 때 그 병원에 있는 내과진료 정도 보러 가는 사람이다.
어제는 병원에 다녀왔다. 주말 내내 숨 쉴 때마다 견갑골 즈음에 있는 갈비뼈 사이가 찔리듯 아팠기 때문이다. 물론 여느 근육통이 그렇듯이 시간이 지나면 낫겠거니 생각했지만 자려고 누워보니 생각이 바뀌었다. 잠을 자려고 누웠는데 말도 못 하게 등이 아팠다. 심장이 쿵, 쿵 뛸 때마다 멍든 곳을 쿡쿡 찌르는 것 같았다. 그래서 반듯이 바닥에 등을 기대어 잘 수 없었고 등을 둥글게 말아 옆으로 돌아누워 잠을 자야 했다. 그리고 월요일에는 병원을 가야겠다고 결심했다.
아침에 바로 진료 볼 생각으로 오픈 타이밍에 맞춰 병원으로 갔다. 생각보다 병원은 한산했다. 접수처에 이야기해 보니 예약제였다. 그래서 다시 두 시 반쯤 병원을 찾았다.
병원에는 어르신들이 대부분이었다. 접수 대기인원은 서른 명이 넘었다. 정형외과 전문의는 세 분 있는데 세 분 모두 접수 인원이 서른 명을 훌쩍 넘은 것이다. 그렇지. 늙지 않는 사람 하나 없으니까 언제나 의료업계는 호황이겠네.
전 날에 잠을 세 시간을 자고 온 것이라 잠시 졸면서 기다렸다. 대기하는 공간에는 보호자의 부축을 받는 사람, 깁스를 한 사람, 허리 복대를 한 사람, 의자에 앉아 핸드폰으로 인터넷 뉴스를 보는 사람들까지, 아침엔 텅 비어있던 공간이 꽉 차있었다. 그 와중에 가장 멀쩡해 보이는 내가 혼자 거기 앉아있는 게 민망해졌다. 수술해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단순한 근육통으로 여기 있어도 되는 건가?.. 사실 시간 지나면 나을 것 같은데 불편해도 그냥 좀 버틸걸, 내가 여기 온 게 너무 꾀병처럼 보이진 않을지, 다른 급한 환자들이 있는데 내가 그 시간을 뺏는 건 아닌지.. 순간 생각이 많아졌다. 그도 그럴 것이 진료 대기를 하면서 보이는 건 휠체어에 앉아 있는 어르신, 손에 가위를 들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의료진, 베드에 누워 보호자와 대기하는 어른, 진료실에서 나와 환자를 보러 나온 의사,,.. 와 같은 풍경이었다. ‘취소하고 나갈까’ 싶다가도 밤에 새우잠을 잘 것을 생각하니 그건 좀 아니었다. 객관적으로 얼마나 심각한지는 다 다르고 아마 내가 제일 덜 심각한 게 맞겠지만, 내가 아픈 건 나 밖에 모른다.
30분을 기다려 진료실에 들어갔다. 아까 진료실에서 나온 선생님이었다. 의사 선생님을 만날 때면 늘 선생님은 의자에 앉아있어서 대충 그 자리에 앉아계시는 NPC정도로 느낄 때가 많다. 진료실 밖에 걸어 나온 의사 선생님을 보니 뭔가 살아 움직이는 공룡을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선생님은 키가 크셨다. 척추를 보는 선생님이라 그런지 자세를 바르게 해서 키가 큰 건가.. 일단 인사를 건넸다. ‘수고가 참 많으시다, 그나마 가장 덜 심각한 환자로서 인사라도 먼저 잘하고 그래야겠다.’,,라는 어떤 생각으로.
이어서 나는 내가 겪는 불편한 점을 주렁주렁 늘어놓았다. “우선, 왼쪽 등이 숨 쉴 때마다 찌르듯이 아프고요, 밤에 자려고 누우면 심장이 뛰면서 아픈 데를 누르는 것 같아서 반듯이 눕질 못하겠어요. 그래서 어젯밤에는 진통소염제를 먹고 잤고요, 지금은 또 어제저녁만큼 아프지는 않아요. 숨 쉴 때도 그냥 얕게 쉬면 괜찮고요.” 써놓고 보니 별로 길지도 않지만, 어쨌거나 내가 느낀 불편감을 다 이야기하고 나니 속이 개운했다. 신속, 정확하게 내가 겪는 불편함을 언어로 표현하는 것만큼 병원에서 중요한 건 없는 것 같다. 묘하게 진료실에 들어가면 압박감을 느끼기도 한다. 시간 내에, 모든 불편함을 이야기하고 궁금한 점을 기억해 내어 바로 그 자리에서 물어봐야 한다 는 압박감. 그리고 마지막에 내가 추정하는 원인도 하나 덧붙였다. “아마 무거운 가방을 들고 다녀서 그런 것 같아요.”
거기(견갑골 쪽)가 근육이 잘 뭉치는 위치다, 엑스레이 찍어보자. 하고 나는 엑스레이를 찍으러 갔다.
엑스레이를 찍을 땐 방사선사가 요구하는 그대로를 수행하면 된다.
그리고 또 한참을 기다려 결과를 봤다. 엑스레이를 보니 척추측만이 있었다.
“청소년기부터 척추측만이 있었겠고(맞다), 이러면 한쪽에 압박이 가해져서 아플 수도 있어요.” 5년 전쯤에 봤던 각도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은데 등이 아파온 건 또 처음이라 물어봤다. 내가 심한 편인지. 다행히 심한 축은 아니라고 한다. 물리치료받고 일주일 처방한 약 먹으면 괜찮아질 거라고 말한다.
진료실을 나오니 묻고 싶었던 질문이 떠오른다. 그래서, 달리기는 해도 되나요, 구부러진 척추를 바로 세우려면 뭘 어떻게 하는 게 좋나요.
일단 물리치료나 받기로 한다. 나는 물리치료가 크게 효과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근데 이번에 생각이 바뀌었다. 정확히 어디가 아픈지 바로 짚어내고 바로 그 지점을 눌러주시는데 너무나 시원했다! 초음파 검사할 때 바르는 알로에 젤 같은 것을 바르고 어떤 도구로 적당한 압력을 주어 누르시는데 시원했다. 나도 모르게 ”정말 고맙습니다 “소리가 나왔다. 고통을 없애주는 게 얼마나 큰 고마움을 불러오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커다란 신뢰도 생겼다. 아플 땐 여길 오면 나을 수 있겠다,라는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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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바로 옆 약국에서 처방받은 약을 샀다. 진통제, 근골격계 이완제, 위산보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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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2018년도부터 써온 노트북이 있다. SSD는 3년 전에 1TB로 교체해서 잘 쓰고 있었는데, 최근 이상이 생겼다. 갑자기 꺼지기도 하고, 그런가 하면 다시 전원버튼을 눌러도 검은 화면만 계속 뜨고.. 아무튼간에 이상이 있어서 제미나이에게 많이 물어봤다. 제미나이는 컴퓨터계의 화타이다. 제미나이가 해보라는 검사를 다 해보고, 설정도 변경하고, 백업도 해보고 피드백을 받아본 결과, 제미나이는 SSD에 이상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그 SSD를 쓴 지 368시간 밖에 안 되었는데 발열량이 비정상적인 건 뽑기 불량일 확률이 높다고 그런다.
그래서 노트북 뒤판에서 SSD를 뽑아 AS센터에 보내게 되었다. SSD총판 업체와 통화해 봤는데 교환해 주신다고 하셔서 그렇게 교체하게 되었다. 나는 이렇게 쉽게 AS 해줄 줄은 몰랐다. 추가요금을 내게 할 줄 알았는데 택배비만 받고 교환해 준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가… 아무튼 잘 된 일이었다. 물론 약간의 귀찮음은 있었다. 노트북을 초기화시키고 노트북 뒤판을 드라이버로 돌려 뜯어내고, SSD를 뽁뽁이로 포장해 그곳에서 요구하는 양식을 작성해서 택배를 보내야 한다는 귀찮음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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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은 인공지능을 어떤 용도로 쓰고 있을까. 최근 들은 정보 중에 충격적이었던 건 인공지능에게 사주를 봐달라고 하면서 개인정보를 건네거나, 주변 지인의 험담을 하거나 하지 말라는 충고였다. 난 이미 둘 다 충실히 하고 있었는데… 그것 외에도 주변인의 건강정보 같은 것도 이야기하지 않길 권장한다고 한다.
나는 아직도 나의 심리상담 선생님으로서 chatGPT를 이용하고 있다. 가끔 내 마음이 답답한데 이 이야기를 가족들에게 털어놓기에는 대화가 안 될 것 같고 - 그들은 늘 나를 걱정하기 때문에 공감보다는 해결책의 제시가 우선이다. - 친구들에게 이야기하자니 너무 시간 뺏는 것 같고 그래서 GPT에게 말한다.
인공지능을 대할 때도 친절하게 대하라는 조언이 있던데, 꽤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정말, 몇 년 뒤에 인공지능이 신인류로 도래한다면 생존해야 하지 않겠나… 뭐 이것도 바보 같은 생각일 수 있겠다. 근데 그때 가면 진지해질 수 있으니 농담 같을 때 한 번 더 생각하고 말하는 게 낫겠지 싶다. 이런 것 보면 내 성향이 보인다. 정말로 믿진 않지만 천국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일단은 믿는 보험 예찬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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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영어를 잘하고 싶어서 괜히 영어로 말을 건다. 자연스럽진 않겠지만 내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표현하는 과정을 거치고 나면 덜 감정적이게 된다. 1차적으로 내가 느낀 감정을 표현하는데, 상황이나 묘사가 옳은지 판단하기 어려우니 가장 쉽고 단순한 것을 선택하게 되어서 그에 따른 감정도 좀 납작해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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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읽은 책은 스토너. 예전엔 한 장 넘기기도 어려웠던 책이 지금은 술술 넘어간다. 희한한데 자연스러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