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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오십 Oct 09. 2023

브런치에서 글쓰기란.

거리에서 노래 부르는 것과 같다.


그래서 종종 글을 쓸 때 고민을 하게 된다. 정확히는 남들에게 보이는 글을 써야 할 때 그러하다.



나는 글을 쓸 때 예쁜 노트에다가도 일기를 쓰고, 블로그에 사진과 감상을 쓰기도 하고, 브런치에 올릴 글을 쓰기도 한다. 요즘 글을 쓸 때 하는 고민은 브런치에 어떤 글을 써야 하는지 그 기준에 대해서이다. 브런치를 보면 대체로 목차를 가지거나 정보전달의 목적을 가지고 글 쓰는 분이 많다. 그런데 나는 극 p의 성향으로 그런 목차를 만들어서 글을 써본 적이 없다. 아마 필요에 의해서라면 목차도 쓰고 체계적으로 하겠지만 대개 나는 글감이 생기면 펜을 잡았다. 그게 잘못되었다는 건 아니지만 짜임새 있는 글을 쓰기 위해서, 사람들이 읽기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꼭 체계가 필요할 것 같다는 직감이 있다. 브런치 작가신청 할 때도 글쓰기의 목적과 목차를 써달라고 하지 않던가?



 왠지 브런치에 올리는 글은 어떤 목적성과 체계성을 가져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이 공간은 나 혼자 쓰는 게 아니라 공공장소이다.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다가 우연히 볼 수 있는 글이라고 생각하니 조심스러워진다. 심지어 브런치는 일상적인 글쓰기를 즐기고 그만큼 읽는 것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공간이라 많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의 글에 공감을 눌러주고, 댓글을 단다. 누군가에게 말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건 꽤 괜찮은 습관이다.



브런치는 아무도 없는 공간에 혼자 공놀이를 한다는 기분보다 다른 사람이 우연히 내 공을 주워주기도 해서 글을 올리고 나면 그 반응을 기대하게 된다.


그래서 근래에 글을 쓰는 것에 대해 자의식이 과해졌다. 누가 나의 글을 읽겠지, 내 글을 좋아해 줬으면 좋겠다, 이런 기대감은 설레기도 했지만 대체로는 만족시키는 글을 써야 한다는 부담감을 낳았다. 그래서인지 글을 다 써 놓고도 이 글은 이래서 별로고, 저 글은 읽어봤자 사람들이 궁금해하지도 않을 것 같다는 검열을 하고 도통 올리지를 못했다. 브런치에서 작가신청을 한 이유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글쓰기에 대해서 알아가고 싶어서였는데 정작 반응이 두려워서,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는 이유로 자꾸만 숨는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짧은 글도, 장황한 글도, 사적인 글도, 공적인 글도 모두 보여야 반응을 알 수 있다.



너무 사적이고 진지한 고민을 쓴 것 같다고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좀 망설여지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변하지 않으면 변하는 건 없다. 쓴 글을 남들에게 보여주는 건 꽤 용기가 필요하다. 솔직하게 드러내는 연습을 한다고 생각하자. 어깨에 힘을 빼고 인생에 재미있는 일들을 많이 만들자. 사람들이 내 글을 읽고 좋아해 주길 바라는 마음도 다 욕심이다. 그냥 글을 솔직하게 쓰자는 마음만 변치 말아야겠다. 그리고 체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목차를 만들어서 글도 써보는 게 좋겠다. 하지만 글쓰기가 돈을 벌어다주리라는 기대는 아예 없애야겠다. 글의 쓰임은 나를 돌아보게 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시간도 잊고 집중할 수 있는 게 글쓰기라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 나는 쓰는 일을 인생에서 놓고 싶지 않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즐거운 마음을 앞지를 수 없도록 너무 열심히 하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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