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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오십 Oct 30. 2023

친구라고 착각하던 관계

Won't Go Home Without You - Maroon5

 나에게는 친구라고 착각하던 관계가 있었다. 나는 불편함을 느꼈는데 애써 그 감정을 무시했던 관계였다. 다름에서 오는 불편함인데 그 아이는 나와 다르게 왁자지껄하고, 걸걸한 입담을 가지고 있다. 장난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근데 장난은 사람을 봐가면서 쳐야 하는 것이지 않은가.. 싫고 미운 걸 떠나서 안 맞는 사이였다.

 오늘 저녁에 중학교 동창에게 연락이 왔다. 5년 만에 그 아이 소식을 들었고, 뒤이어 그 애에게서 연락이 왔다. 걔는 나와 맞지도 않는데 왜 그렇게 나와 관계를 이어나가고 싶어 할까. 과거에 시간을 공유했다는 이유로 추억을 더듬고 싶은 건가. 외로운 건가. 나도 모르게 차갑게 말이 나왔다.

 왜, 좀 지난 사람들과 추억을 이야기하고 살가울 수도 있었겠지만 애써 관계를 이어나가고 싶지 않았다. 잘 지내는 것 같네, 잘 지내고. 진심으로 말했다.


- 너 나를 친구로 생각하는 건 맞지?, 우리 친구 맞지?


그 애의 물음에는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거짓말하기에는 내 마음이 명확했다.


- 그냥, 지인이지 뭐.


 돌아보니 대놓고 철벽을 치긴 했다. 미안하지만 굳이 만나서 시간을 함께 보낼 그럴 마음은 없다. 난 그 애와의 시간이 즐겁지 않았다. 우연히 만났을 때 그냥 나쁘지도, 좋지도 않을 정도로만 남았으면 한다.


 대화를 들은 다른 동창은 너희는 안 맞아서 그럴 줄 알았다고 했다. 괜히 전화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하는데 괜히 불편하게 만든 것 같아서 잠깐 미안할 뻔했지만, 사실 미안하지 않았다. 내가 많이 시니컬해졌다고 한다. 그렇게 들렸다니 조금 속이 시원해졌다. 이제 정말 내가 원하지 않는 관계에 대해서 거절을 표현할 수 있게 된 거니까.


공부를 하다가 이만 접고 도서관을 나왔다. 집에 가는 길에 왜 그렇게 Won't go home without you가 떠올랐는지 모르겠다. 이어폰에 나오는 노래를 들으며 집으로 가는데 바람이 시원했다.


It's not over tonight

Just give me one more chance to make it right

I may not make it through the night

I won't go home without you 


가사는 붙잡는 노래인데 만남을 정리한다는 데서 떠올랐나 보다. 그 애와는 손절이 아니다. 적극적으로 붙잡거나 붙잡히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이다. 손절이라는 단어에는 혐오가 있어서 그렇게 표현하지 않겠다. 우린 이제 아무 관계도 아닌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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