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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오십 Nov 02. 2023

좋은 걸 곁에 두자.

Ling Ling - 검정치마


 썩은 가지는 솎아내라.


추석 때 웃자란 가지가 여기저기 뻗쳐있는 레몬나무를 본 고모가 하신 말씀이다. 나는 가지를 솎아내는 게 두려워서 깨작거릴 뿐이었는데 고모는 필요해 보이는 가지도 시원하게 잘라냈다. 그대로 둬도 잘 자라지 않나요.


그대로 두면 양분이 여기저기 분산돼서 잘 못 커.


삶은 메타포로 가득하다. 나는 이제까지 내게 좋은 것, 좋지만 그만할 것, 하고 싶지 않은 것의 분류를 명확히 하지 않았다. 그랬더니 주변엔 그저 그런 것들 투성이에, 매일이 가슴이 벅찰 정도로 행복한 하루는 언제였나 싶다. 딱 엉성하게 자란 레몬나무 그 자체가 나였다.



저녁에 샤워를 하면서 내 인생을 돌아봤다. 왜 내 주변에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없을까. 분명히 어릴 때만 해도 만나면 웃음이 나오는 친구들이 꽤 있었는데.

생각해 보니 나는 모든 관계를 좋게 가져가려고 노력했다. 근데 살다 보면 나한테 별로 관심 없는 사람들이 태반이고, 더 나아가서 내가 뭘 해도 나를 싫어할 사람은 늘 존재했다. 내가 좋아하고 즐겁게 하는 것들에 더 마음을 썼어야 했는데 나는 모든 것을 잡으려고 하다가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붙잡지 못했다. 관계뿐만 아니라 공부도 그랬다. 어영부영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해야 해서 항상 몸은 바쁘고 생각으로 가득했다. 선택과 집중을 하도록 해야겠다. 할 것, 하지 않을 것. 하지 않는 게 생겨야 삶이 수월해질 것 같다.


앞으로는 가지치기도 시원스럽게 하고, 가져갈 것을 더 줄여서 편안하게 살아보도록 해야겠다. 생각해 보면 내 배낭은 늘 무거웠다. 이것도 있어야 하고, 저것도 있어야 하고… 나에게서 중요한 거 딱 손가락에 꼽히는 것들만 챙기고 다녀야겠다. 좋아하지도 않는 것으로 짧은 인생을 채우고 싶지 않다. 좋아하는 것에 더 에너지를 써서 결국엔 내 주변에 다시 사랑하는 것들이 가득했으면 좋겠다. 지금은 너무 멀리 있다. 정리 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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