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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오십 Nov 03. 2023

롤모델 갖기의 부작용.

The Age of Worry - John Mayer


나는 롤모델을 잘못 활용한 사람이다.

그가 이룬 성취가 마음에 들어서 그 사람의 코어를 닮으면 될 거야, 하면서 강박적으로 따라 했던 시절이 있다. 그 사람을 따라 한다고 내 삶이 그 사람처럼 흘러가지는 않는다. 이 점을 간과했기 때문에 실망이 컸다. 아기 고양이가 자란다고 사자가 될 수 있는 건 아니지 말이다. 자기 개발서에 쓰인 마법처럼 인생이 바뀌는 법을 읽으면 나 같은 이상주의자는 정말 될 것이라고 믿고 열정을 다하는데, 이렇듯 기대가 컸던 만큼 크게 회의적으로 돌아서게 되었다.


 그렇지만 롤모델을 가지면 좋겠다고 지금은 또다시 그렇게 생각한다. 같은 걸 먹는다고 모든 사람이 똑같이 자라지는 않는다. 하지만 내가 가진 어떤 한계점 안에서 가장 괜찮은 모습이 될 수 있다. 그 사람의 성취까지 비슷하게 이루겠다는 마음으로 롤모델을 가지게 되면 자신에게 크게 실망할 일이 생긴다. 하지만 가볍게 이 사람은 이래서 좋아, 이런 표현 정도로 크게 의미 부여하지 않고 나대로 살다 보면 어쩌다가 내 삶이 괜찮아 보이는 날도 올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다른 사람이 아무리 훌륭하다고 너무 따라 하다 보면 내가 없어진다.



그런 점에서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루틴을 존경한다. 오전엔 글을 쓰고, 오후에는 달린다. 루틴 말고도 그의 줏대 있는 인생이 부럽다. 살면서 고민이란 걸 해봤을까 궁금해진다. 물론 과정 없이 현재의 결괏값만 보고 그의 일대기를 읽으니까 더 명쾌해 보이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나의 경우엔 이거 해서 안 되면 어떡하지, 저거 해서 안 되면 너무 부끄러울 것 같아. 이런 생각을 수도 없이 하며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뒤로 미뤄왔기 때문에 대학수업에 시간을 쓰기보다 레코드샵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지냈다는 그의 인생이 너무 줏대 있었다. 여기서 나는 그의 기상시간과 삶의 규칙을 그대로 복사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고, 좋아하는 일을 놓지 않고 꾸준히 행한 것에 감명받는 것이 포인트다. 스스로를 좀처럼 긍정적으로 달라지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아. 돌이켜보니까 올해 달리기를 꾸준히 한 데에는 하루키의 덕이 있는 것 같다. 수필을 읽고 꾸준히 10km를 달리는 게 멋져서 나도 모르게 따라 했던 것 같다. 물론 10km는 아니고. 3km 정도지만 일주일에 세 번 이상 뛴다. 달리기는 자신감을 얻는데 도움이 된다. 내가 이만큼 빨리, 하지만 호흡을 안정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몸에 대한 믿음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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