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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오뚜오 Feb 11. 2016

이방인(Stranger)-알베르 카뮈

누가 이방인일까?

                                                                                                                                                                                                                                                                                                                         


 한국에서 번역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게 일어났던 알베르 카뮈의 소설 <이방인>. 알베르 카뮈는 생전에 노벨상을 수상 하는 등 작가로서 꽤나 큰 영예를 안았다. 알베르 카뮈가 이렇게 주목받는 작가가 되고, 이방인이 세계 문학 중에서도 손꼽히는 이유에 대해서, 책을 읽고 난 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우선 이방인은 번역의 역할이 아주 중요한 책이다.(그만큼 번역 오류로 인해 시끌벅적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나는 엄마를 무척이나 사랑해요. 하지만 모든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원하죠."라는 구문이 있어 골똘히 생각하다가, 약 여섯 권 정도의 다른 번역가의 이방인 책들을  살펴봤는데, 덤덤하게 표현한 책도 있고, 모든 사람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은 책도 있었다. 이 한 구절의 역할이 꽤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프랑스어를 알지 못해 원서를 검토해보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다. 카뮈가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이었을까. 인간 본연의 가족에 대한 사랑 또한 부정했던 것인지, 다른 뜻이 숨어 있는 것인지 궁금했다. 


 우선 이 책은 우리가 굉장히 낯설게 느껴질 정도로 담담한 어조로 전개된다. 뫼르소(주인공)에게 인간적 면모는 조금도 느낄 수 없는데, 기본적인 인간의 감정에 대해 철저히 배제하고 사실만을 바라보는 뫼르소의 모습이 갓난아이처럼 느껴졌다. 아무것도 없는 無의 상태에서 바라본 세상의 모습, 작가가 말하고자 했던 것은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갖은 환경과 문화의 영향을 받는다. 내가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역량이 생기기 전에 사람들이 옳다고 하는 것을 먼저 접하게 된다. 이러한 영향으로 자연스레 타인의 시선이나 관념을 중심으로 사고하게 되고, 인간의 감성적인 면모에도 은근한 강박관념을 가지게 되는지도 모른다. 예를 들면,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슬퍼야 한다거나 죽음을  두려워해야 한다는 등 말이다. 


 뫼르소는 이런 기존의 철학과 관념을 철저히 타파한다.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슬퍼하지 않으며, 아랍인을 반사적으로 총으로 쏘아 죽이고도 큰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이런 뫼르소의 비인간적인 면모에서 우리 사회의 사이코패스 등을 상상해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작가는 절대로 인간의 사이코적인 모습을 보여주려 이 소설을 집필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오히려 인간의 가장 순수한(원초적인)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으리라. 특히나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개념이나 관습, 관념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하려 극단적으로 無에 가까이 있는 뫼르소라는 인간을 빗대어 표현한 것은 아닐까.


 뫼르소는 살인죄로 법정에 끌려갔지만, 사람들은 살인행위가 아닌 뫼르소가 어머니 장례식 때에 슬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극악한 살인자로 몰아간다. 본질이 아닌 곳에 초점을 두고 진행되는 재판에서 뫼르소의 이방인(Stranger) 으로서의 모습은 극대화된다. 사람들은 왜 主流의 일들을 非主流에 초점을 맞춰 해석하려 하는 걸까. 


 사형 선고를 받은 뫼르소는 가장 순수한 상태에서 죽음에 대해 반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발버둥 쳐 보기도 하고, 죽음을 피하려는 본능적 모습도 보인다. 하지만 역시나 인간들은 이런 뫼르소에게 기독교적 방법으로 죽음을 접하도록 강요하고, 강요받은 뫼르소는 처음으로 소리를 지르는 등 격한 반응을 보인다. 


 인간을 짐승의 한 종류라고 생각하면 카뮈의 의도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해석된다. 우리는  태어나자마자 가장 순수한 상태에서 가장 생각이 없다.  그때 접하는 것들로 세상에 대해 학습하고 모든 사물을 개념 짓는다. 사람을 사랑해야 한다는 관념도  없을뿐더러, 태어나고 먹고 자고 죽는 것,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생활하는 유일한 시점이다. 


 그래서 뫼르소의 관점에서 본 인간들은 살인자보다 더 추악했으며, 모순적이었다. 사상들과 관념은 모두 허구일지도 모르고, 인지하고 있는 것들은 모두 믿을 수 없는 상태에 도달했다.


 이 책의 매력은 인간적인 인간들의 모습이 비인간적으로 보이고, 비인간적인 모습의 뫼르소가 인간적으로 보인다는 데에 있었다. 그런 점에서 작가의  제삼자가 바라보는 듯한 객관적인 문체는 굉장히 신선했고, 뚜렷이 이렇다 저렇다 하다고 주장하는 바가 없는 담담한 어조는 오히려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을 가장 정확하고 확실하게 전달해 주었다고 본다.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이 꼭 당연하리라는 법은 없다. 가끔은 낯선 이방인의 모습으로 주변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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