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는 옆자리에 있는 임 선배에게 교육을 받았다. 팀장이 자리를 비우자마자 그녀는 편의점에 들러 사온 초코 과자 한 봉지와 지렁이 모양의 젤리를 뜯어서 먹기 시작했고 옆 자리의 나에게는 포도 주스 한 병을 건넸다.
“오후에 힘들 때 마셔.”
“감사합니다.”
“우선 통근버스. 이건 담당이 아니어도 여러 직원들이 물어보니까 알고 있으면 좋아. 사실 별로 할 건 없어. 내가 보내줬던 노선도 숙지하고 직원들이 물어보면 얘기 해주면 돼.”
통근버스는 노선이 4개였고 각 노선마다 정류장이 스무 개 쯤은 되었기 때문에 담당자가 정확한 탑승 위치를 아는 것은 어려워 보였다. 노선도를 만드는 일도 우리 회사가 아닌 협력 업체인 버스 회사에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임 선배가 나에게 탑승 위치를 잘못 알려준 것도 구조상 그럴 수 밖에 없네 싶었다. 그렇다기엔 그녀가 너무 자신감에 차 있긴 했지만.
교육을 시작한지 30분 남짓 되었을 때, 아침에 통근 버스에서 만났던 얼굴이 사무실로 들어오는게 보였다. 현장 라인의 반장이라던 그녀는 서류 뭉치를 들고 우리 팀으로 다가 왔는데 그녀를 본 임 선배가 밝아진 표정으로 하이톤 목소리를 냈다.
“언니, 왔어요?”
“응, 밥 먹었지? 이거 특근 인원 조사한 거. 어? 왔네요?”
그녀가 대답을 하다가 나를 보고 알은 체를 했다.
“네, 반장님. 다시 뵙네요. 아까 이름을 말씀 못 드렸는데, 신입사원 박두릅입니다.”
“저는 이정순이에요. 생산팀 반장이고. 앞으로 자주 봐요.”
“뭐야? 둘이 벌써 알아?”
임 선배가 눈을 크게 뜨며 고개를 번갈아 쳐다봤다.
“아까 버스에서 봤어. 네가 오늘 신입사원 온다고 노래를 불렀잖아. 까먹을 수가 있어야지. 우리 라인 사람들 다 알고 있을걸?”
“아, 그랬나? 어쨌든 우리 부족한 신입사원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반장님~”
임 선배가 일어나더니 내 뒤통수를 살짝 눌러 고개를 숙이는 시늉을 하도록 하며 한껏 장난스러운 목소리를 냈다. 임 선배는 반장이 오자 한결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는데 그 때부터 그녀의 성대에 무례함이라도 발라 놓은 것처럼 쏟아내는 모든 말들에 예의라고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아니, 얘 아까 사장님이랑 러브샷했다? 나 진짜 식겁했잖아.”
“또 그러시디?”
“응, 근데 왜 했는지 알아? 완전 노잼 건배사 때문! 뭐 였더라? '잘 부탁드립니다, 오냐'라고 했지?”
그녀의 깔깔 대는 소리가 벽을 타고 울렸다. 소리가 어찌나 컸는지 옆 부서의 직원들이 이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녀가 급하게 스스로 입을 막는 시늉을 하고는 내게 질문을 던졌다.
“근데 진짜 왜 그런걸로 한거야? 어디서 본거야?”
“아, 그냥 인터넷 검색을…”
“뭐? 입사하기 전에 그런 걸 찾아봤어? 무슨 장기자랑이라도 또 준비해온 거 아냐? 연습해 온 거 있으면 춤이라도 출래?”
그녀가 참지 못하고 계속해서 푸핫,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반장이 이제 됐다는 듯이 손사래를 쳤다.
“라정아, 너 목소리가 제일 커. 나 이제 다시 라인 들어가 봐야해서 내려간다.”
그제서야 임 사원은 눈물을 닦는 체하며 웃음을 멈췄다.
“아 언니, 오후에 당 떨어지는데 이거 가져가요.”
그녀가 건넨 것은 내 책상 위에 있던 포도주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