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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리안러버 May 09. 2022

나의 일상기록

코로나가 시작된 이후, 사실 코로나를 탓할 것도 없이 천상 집순이인 나는 아이와 집에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남편이 우리 아침과 아이의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요즘따라 식사시간에 가만있지 못하는 아이와 씨름하며 겨우 아침을 먹이고 설거지를 한다. 그 사이 일어나자마자 돌렸던 빨래가 다되어 빨래 건조 공간에서 보이는 수영장 모습에 푹빠진 만 2살과 씨름하며 빨래를 겨우겨우 건조대에 널어놓는다. 그리고나면 아이 점심 준비. 전자렌지가 없는 우리집은 찬밥을 덥히려면 밥솥에 미리 덥혀놓아야 한다. 미리 해동시켜야하는 반찬이나 국이 있으면 꺼내놓았다가 미니오븐 혹은 가스로 덥히니 새로 음식을 해서 차리는 것 못지 않은 정성이 든다. 물론 나오는 설거지의 양도 음식을 새로한 것만큼이다. 그러다보면 남편과 내 점심거리도 고민. 대충 남아있는 음식이 있으면 다행이지만 없으면 또 새로 요리를 한다. 남편이 점심을 요리할 때가 많긴하지만 결국 설거지는 또 내 몫. 요리하면서 온갖 그릇과 조리도구를 다 쓰는 남편 덕에 내 손은 마를 날이 없다. 남편이 일찍 나가는 날이면 간단하게 시리얼이나 인스턴트 음식으로 점심을 해결할 수 있어 간편하다. 점심 먹으며 아이와 씨름하지 않아도 되고 설거지 양이 줄기 때문에 편하다. 그렇게 부엌에서 아이음식을 겨우 준비해서 먹이려면 그게 또 산 넘어 산. 밥 먹는 중에 의자에서 내려 걸어다니겠다고 하질 않나 입에 이미 들어간 음식을 바닥에 뱉고... 매 끼니가 전쟁이다. 그러다보면 또 낮잠시간. 내 멘탈을 위해서라도 아이를 재워야한다. 얼마가 걸리든 재우겠다는 다짐을 하고 들어가지만 한시간 반 재우기 위해 한시간 이상을 허비하는 우스운 상황이 다반사. 그렇게라도 일단 낮잠을 재우고나면 비로소 내 정신이 돌아온다. 밀린 설거지를 하고 장난감으로 어지럽혀진 장난감을 치우고 소파에 앉았다가 또 저녁에 아이는 뭘 해줘야하나, 우리는 뭘 먹어야하나 고민에 빠진다. 그리고는 또 냉동재료 해동, 재료손질을 시작한다. 잘하면 아이가 깨기 전에 우리 저녁식사 준비를 마칠 수도 있다. 낮잠을 너무 오래 자면 밤잠 자는 시간이 늦어지기에 식사준비가 끝나고나면 다시 아이를 깨운다. 잠에서 깬 아이의 짜증을 받아주며 놀아주다보면 곧 아이의 목욕시간. 아이를 욕조에 넣어놓고 못다한 아이 저녁식사 준비를 한다. 그와중에 욕조에서 걸어나오는 법까지 익힌 아이를 발견하고 식겁해서 화장실로 돌아가 아이 목욕을 마치고 잠옷으로 갈아입힌다. 저녁식사 시간에 다같이 평화롭게 각자의 식사를 하는건 꿈같은 일. 아이를 먼저 겨우 먹여놓고 우리 식사를 시작하거나 혹은 티비가 아이를 잠시 봐주는 동안 우리가 허겁지겁 저녁을 먼저 먹고 아이에게 저녁을 먹인다. 겨우 저녁을 먹이고나면 한 사람은 설거지, 다른 한 사람은 아이와 놀아주면서 할머니 혹은 외할머니와 영상통화를 한다. 그 후 아이가 우유를 다 마시고 나면 양치질을 해주고 밤잠 재우기에 돌입한다. 책 두어권을 읽어주고 또 곁에 누워 잠에 들때까지 토닥여주다보면 밤 10시. 딱히 특별한 일을 하지는 않지만 일상 자체가 가끔은 버겁다. 이렇게 시간이 하루 이틀, 일주일, 한달, 일년 가다보면 아이는 커있고 나는 늙어있겠지 하는 허무한 생각이 든다. 이게 아니라면 철저하게 더 계획해서 아이 점심과 저녁식사 메뉴를 이미 준비해놓아야 아이와 외출이 가능하다. 외출을 해도 싱가폴 더운 날씨에, 유모차를 거부하고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싶어하는 아이 잡으러다니랴 그 와중에 점심 먹이랴... 콧바람이라도 쐬려 나왔는데 결국 집에 있을껄 그랬나 하는 후회를 하는게 한두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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