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우연사전

[우연사전]: (25) 참다

우연히 발견한 단어로 필연한 문장을 씁니다.

by 두리뭉실

참다

동사

1. 웃음, 울음, 아픔 따위를 억누르고 견디다.

2. 충동, 감정 따위를 억누르고 다스리다.

3. 어떤 기회나 때를 견디어 기다리다.




잘 참는 사람이 어디에서든지 살아남는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살아가면서 불의를 만나는 것, 불만족스러운 상황에 처하는 것 등 온전히 평온하고 만족스러운 환경 속에서 걱정과 갈등 없이 살아가는 것은 불가능한 영역에 가깝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서로의 다름 혹은 갈등을 받아들이며 참아야 한다. 다들 살아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사니까.


나는 정말 잘 참는 성격이다. 사실 잘 참는다기보다는 참지 않으면 발생하는 상황들에 대해 더 두려움을 갖는 편이다. 내가 불편함을 조금 더 감수하더라도, 제한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이 어려움이 일시적일 것이라는 희망에 기대며 참는다. 잘 참는 성격을 장점이라고 생각한 적도 많지만 결국 내 속이 문드러지는 경우가 많았던 만큼 단점이라고도 생각한다. 잘 참는다고 외부의 세계에서는 살아남을 수 있을지라도 결국 정작 나의 세계에서는 살아남기 어렵다. 물론 참아서는 안 되는 순간들도 정말 많다. 해야 하는 말을 해야 하고, 명확한 감정을 표현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모든 순간에 참지 않고 즉각적으로 표출한다면 그건 그것대로 혼란을 야기한다. 그래서 요즘은 언제까지 그리고 어디까지 참아야 하는 것인지 고민이 많다. 어쩌면 참는 것과 참지 않는 것의 경계는 정도의 기준이라기보다는 시간의 누적에 따른 과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즉, 참는다는 것은 이 솔직한 감정과 상황의 분출이 막연한 충동처럼 느껴지지 않도록 스스로 정리하고 다스리며 정제되고 합당한 논리로 다듬으며 적당한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감정의 폭발에는 원인이 있다. 상대는 급작스럽다고 생각할지라도 당사자는 정말 많은 시간을 참아왔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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