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발견한 단어로 필연한 문장을 씁니다.
명사
어지러운 기운이나 나는 증세.
현기증, 그것은 추락에 대한 두려움과는 다른 그 무엇이다. 현기증은 우리 발밑에서 우리를 유혹하고 홀리는 공허의 목소리, 나중에는 공포에 질린 나머지 아무리 자제해도 어쩔 수 없이 끌리는 추락에 대한 욕망이다.
-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우리는 보통 언제 현기증이 난다고 말하는가. 일반적인 어지럼증과는 다르다. 어디론가로 빨려 들어가는 듯하고 세상이 소용돌이치는 기분이 들 때, 차원이 뒤죽박죽 헝클어질 때 그제야 어지러움증이 아닌 현기증에 가까워진다.
제대로 걷는 게 어려워지는 건 물론이고 시야가 흐려지며 머지않아 의식을 잃을 것 같은 순간까지 이른다. 마치 암흑의 존재가 나를 저 밑바닥까지 끌어내릴 각오로 엄청난 무게의 추를 몸에 단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쿤데라는 현기증을 추락에 대한 두려움이 아닌 욕망이라고 표현한다. 어지러운 증세에서 벗어날 힘조차 없어 그대로 온몸에 힘이 풀려버린다. 현기증이 찾아와도 어둠 속에 빠지도록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것이 어쩌면 파괴를 원하는 일종의 자학으로도 볼 수 있을까. 지금 처한 공허한 상황에 무력감을 느끼고 결국에는 새로운 빛을 향해 나아가기보다는 차라리 추락하기를 택하는 자기 파괴적 행위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