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들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쓸까..."
눈을 뜨고 세수를 하고 밥을 먹고 글쓰기 위해 도서관으로 이동하며 생각했다.
내가 좋아하는 도서관의 커다란 책상에 앉아 '오늘은 이별 이야기를 쓰자' 라고 되뇌었다.
뇌 속을 이별 이야기를 쓰기에 알맞는 환경으로 조절했다. 여느때처럼 아이폰 메모장을 열고 글을 썼다.
"그녀는 까르보나라 스파게티를 먹는 중에 이별을 통보했다."
'밥이나 다 먹고나서 말하지...'
"내가 작게 중얼거리며, 숟가락과 포크를 접시 바깥에 내려놓았다. "
라고 끼적거리고 있었다.
첫 문장을 쓰면, 뇌 신경회로 전체에 불이 들어온다. 그리고 동시다발적으로 떠오르는 장면들을 아이폰에 전달한다. 그렇게하면 어렵지 않게 마무리 지을 수 있다.
"어제 글 잘 읽었어"
한 글자씩 완성되는 타이핑이 아니라 텔레비전의 자막처럼 한 줄이 동시에 나타났다.
'응?'
뭔가 잘 못 동작한 것 같다.
지우고 다시 썼다. 그렇지만 반복됐다.
"잘 지냈어?"
난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녀라는 걸.
"왜 지금도 이렇게 지내니? 속상해."
그녀가 맞다. 그녀의 말버릇. '속상해' 힘줘서 말하고 싶을 때 쓰던 말. 어쨌든 그녀는 지금 속상해 하고 있다.
"아... 아직 널 잊지 못해서 그래."
내가 말했다.
"바보. 새 사람 만나야지...어떡하려고"
저절로 화면에 쓰여졌다. 아니아니.
그녀가 말했다.
"그래야지...근데 이렇게 살아도..."
"됐어! 나하고 나눴던 추억들 계속 쓸거야?"
"아... 쓰지 말까? 기분 나빴지?"
"아냐. 근데 벌써 이별이야기를 쓰길래"
"모든 이야기는 차마 꺼내 쓸 자신이 없어."
"왜? 그냥 들려주면 돼. 잘 쓸 필요없어.
그냥 있었던 일들을 순서대로 들려줘. 힘든 일을 털어 놓으면 더이상 힘든 일이 아냐.
우리 추억이 사랑이 더 이상 네게 힘든 일이 아닌 그날이 오면 나도 마음 편히 떠날 수 있을 것 같아.
지금은 네가 불안해. 바보같은 사고칠까봐.
곧 나도 네 곁을 떠나야해.
알지?"
"응 나도 알아. 하지만... 가지말아줘"
"바보... 넌 강해. 그리고 다른 여자 눈길 좀 주고 그래. 이쁘고 생기발랄한 애들 많아"
"아냐 난 너 뿐이야. 가지 말아줘 제발..."
그녀가 세상을 놓아버린 후 49번째 새벽,
그렇게 난 잠을 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