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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담 Aug 10. 2015

도서관 예찬

나는 도서관을 예찬한다.
도서관은 책이라는 교환 가치가 있는 경제재를 무상으로 빌려준다. 도서관을 예찬하는 첫 번째 이유다. 심지어 10권을 빌려준다. 나는 지혜를 사랑하기에 습관적으로 2주에 10권 대출 한다. 열 권 모두 읽지는 않는다. 한두 권은 정독하고 나머지는 속독이나 발췌독을 한다. 그리고 한 달에 한 번 쯤 서점을 방문한다. 구매 기준은 단순하다. 어려운 내용을 쉽게 읽을 수 있게 잘 풀어서 쓴 책이 구매 순위 상위에 오른다.

출판사 사장님들은 억울해하지 않아도 된다. 책을 충분히 꼼꼼히 읽으면 읽을수록 구매욕이 더 강해지기 때문이다. 출판사들도 이제는 선정적인 제목과 유혹하는 목차로 독자를 낚으려 하지 말자. 그만 좀 하자.

집필 능력 있는 저자와 꼼꼼하고 감각 좋은 편집자가 만나서 협력하여 만든 책이 드물긴 하지만 그런 책을 혹시라도 만나면 반드시 손에 넣고 싶은 마음이 든다. 제목 마케팅이나 목차 마케팅보다 소비자의 소구도가 높을 것이다. 출판사 사장님들은 이 점을 꼭 좀 알아줬으면 좋겠다.


도서관을 예찬하는 두 번째 이유는 십진분류법으로 구성된 서가에 있다. 예전에 나는 내가 흥미를 가진 분야에만 치우친 독서를 하곤 했다. 좋지 않은 독서 습관이었다. 그래서 가끔은 관심이 없는 분야의 책도 읽어보려고 했다. 목표 달성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찾았는데, 그 방법은 다른 서가를 기웃거리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서점에서 시도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서점과 도서관은 책 배치에서 큰 차이가 있다. 서점에서는 책을 출판사를 기준으로 배치한다. 그러나 도서관의 서가는 다르다. 십진분류법이라는 체계에 따라 책을 꽂아두는데, 이게 아주 유용하다. 비슷한 내용의 책들이 모여있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예를 들면 동양철학에 대해 책을 찾아보려면 100번대 서가로 가서 노자를 다룬 책을 찾는다. 그러면 그 좌측에 공자와 동양철학을 전반적으로 다룬 책들이 있고 우측에는 장자를 다룬 책들이 있을 것이다.

다른 서가도 모두 이런 식이다. 500번대 서가 중에 가정학을 다룬 곳으로 가면 요리책들이 있다. 이 서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도서관 사서분들의 진가가 드러난다. 요리책이 제과, 제빵, 한식, 중식, 양식, 일식은 기본이고, 나라별로 구별되어 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출판사와 상관없이 같은 저자가 쓴 책을 모아준다. 만약 장자를 다양한 관점으로 읽고 싶다면, 어렵지 않게 여러 저자의 책들을 비교할 수 있다. 이 모든 게 사서 분들의 수고와 땀방울이 모여 이룬 빛나는 업적이다.

어느덧 나는 도서관을 떠나서는 살 수 없는 사람이 됐다. 새로 들어온 책을 분류하기 위해 흰 장갑을 끼고 책을 읽고 있는 사서 분들을 보면 진한 매력을 느낀다. 묵묵히 자기 일을 열심히 하지만 알아주는 사람이 많이 없다는 게 안타까울 때도 있다. 도서관에서 일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가상으로) 도서관 여직원의 매력 분석이라는 글을 썼을 정도다. 그만큼 나는 도서관의 거의 모든 것을 사랑하고 있다는 방증이 아닐까.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품고 있는 곳, 이곳이 바로 우리들의 도서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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