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담 Aug 06. 2015

발바닥을 모기에 물린 날

집 앞 운동장에서

집 앞 초등학교 운동장에 나와 있습니다.
운동장 둘레에는 우레탄으로 도포한 트랙이 있습니다. 푹신해서 걷기 참 좋습니다.

20여명의 시민 분들이 걷고 계십니다.
모두 같은 방향입니다. 사찰의 탑돌이를 보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경건해집니다.

매일 저녁 걷기 같은 활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은 탑돌이 같은 의식 같습니다.

한편으로 타자가 타석에서 투구 전에 스파이크에 흙을 털고, 장갑을 조이고, 헬맷을 다시 쓰는 일련의 행동들과도 비슷해보입니다.

저도 경건한 마음으로 의식에 충실히 참여하고 있다가 위의 상념을 글로 남기고 싶은 욕망을 참지 못하고 대열을 이탈했습니다.

(불경하게도) 운동장 곁의 스탠드에 앉아서
이 글을 적기 시작했습니다.

주위가 너무 어둡다고 문득 느꼈습니다.
폰의 밝은 조명이 아래에서 위로 제 얼굴을 비추고 있다는 것을 그제야 알았습니다.
아래에서 위로 올려비추는 조명은 탑 모델들도 부담스러워한다고 들었습니다.
최대 밝기로 조절된 스마트폰 조명을 어두운 운동장에서 얼굴 가까이 비추고 있던겁니다.

운동장에 진입하기 전에 어두운 계단을 내려오기 위해서 설정을 바꿔놓은 탓입니다.
모든 잘못을 어두운 계단에게 돌리고 싶습니다. 뒤늦게나마 시민 분들 중에 임신부가 없었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저는 얼큰이과라서 조명을 유념해야하는 얼굴입니다. 그런데 여태 이러고 글을 적고 있었네요. 이토록 심각한 사태를 조기에 수습하기 위해서 모기 부대가 출동 했나봅니다. 모기 부대가 많이도 출동했네요.

발 바닥을 공격당했습니다.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싸움입니다. 발 바닥을 물리고나면 전의를 상실할정도로 큰 데미지을 입습니다. 빠르게 GG을 치고 후퇴하기로 합니다.

인간의 완력만으로 모기를 이기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오늘 밤 잠을 잘 잘수 있을지 걱정됩니다. 모기에게 물린 발바닥이 가려워 죽겠네요.

매거진의 이전글 도서관 예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