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담 Aug 06. 2015

내면 탐구

스피커에서 연애할래 말래 라는 노래가 나온다. 계속 같은 말만 반복하고 있다.

만약에 그런 여자가 있다면 왠지 가늘게 눈썹 문신을 한 강해보이는 여인일 것 같다.
성숙미를 뛰어넘은 완숙미를 풍길것 같다.
나에게 연애할래 라고 묻는 여자가 있었나?

없었다.
왜 없을까.
재밌는 주제이다.

좀 더 생각을 확장하기 위해서
넓은 노트를 펴고 익숙한 펜을 쥐고
자세를 고쳐 앉아 글을 쓰기 시작했다.

4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내 성격은 내향적(introverted) 이다.
나처럼 내향적인 남자를 만나서,
한눈에 매력을 느낄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적어도 내 짧은 연애 경험에 비춰보면 그렇다.

여기서 대부분의 여성분이 필터링 되는 것 같다. 나의 매력을 느끼려면 사람을 단박에 꽤뚫어보는 통찰력쯤은 갖춰야하나보다. 나를 탐구하는 것은 꽤 재밌다.
좀 더 파고들어보자.

두번째 원인은 나의 다면성인성검사 결과가 말해준다. 검사를 하면 나는 늘 INFP가 나온다. 여러가지 조합 중에 쉽게 말해서 내향적 성격의 끝판왕 쯤 된다.

INFP를 가진 사람들의 연애는 세심함, 다정다감함, 공감, 세 속성으로 이뤄져 있다.
여자의 입장에서보면 친한 동성 친구랑 신나게 놀러다니는 것처럼 느끼기 쉽다.
동성 친구같이 느껴지는 편안함이 연애를 시작하는데 방해가 되는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내가 답할 수 없는 부분이다.

세번째 이유도 있다. 난 혈액형이 o형이다. 혈액형별 성격을 믿지는 않지만, 아주 틀리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혈액형별 성격에서 한결같이 말하는 것이 o형은 굉장히 가정적이라는 사실이다. 이점은 나도 아주 많이 수긍하고 있다. 가정적이라는 말은 양면성을 지닌다. 예를들면 무의식적으로 내편과 내편이 아닌 관계들을 구분하는 선을 긋는다. 내편이라고 생각하면 엄청난 친밀감을 느끼며 진심으로 좋아하고 잘 챙겨준다. 문제는 내편이 아닌 사람들이다. o형들은 기본적으로 평화주의자라서 적대심까지 나타내지는 않는다. 그러나 냉랭해 보일 정도의 무관심이 문제다. 연애를 해도 결혼을 해도 바람날 걱정은 전혀 안해도되는 장점이 있지만, 타인으로 인식한 사람에 대한 냉랭함이 연애를 시작하는데 장애물이 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여기까지 꿰뚫어볼줄아는 완숙미를 갖춘 여인이라면 내게 "연애할래, 말래"라고 말 할 수 있는 경지에 거의 도달했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 네번째 관문이 남았다. "타인보다 더 민감한 사람" 이라는 책을 읽고 알게됐다.

우선 민감하다는 말을 짚고 가자.
책에 따르면, 신경계가 보통사람보다 예민한 사람을 민감한사람이라고 한다. 신경질적인 것과는 무관하다. 예를들면 타고난 센서가 고성능이라서 같은 것을 봐도 더 많은 정보가 입력되고, 같은 것을 맛보거나 듣거나 만져도 더 많은 정보가 들어온다.

이로인해 좋은 점도 있다.
상대를 마주하면 상대방의 기분이 그대로 전달된다. (나는 내편일때만 그렇다) 정확한 작동 기제는 모르지만 오감으로 입력되는 정보를 분석하여 아는 것 같다. 미묘한 표정의 변화, 옷의 구김이나 혈색, 머릿결 또는 피부 상태, 매니큐어, 목소리 톤 등등 일련의 정보가 입력과 동시에 분석까지 끝난다. 앞서말한 공감능력이 바로 민감성에서도 비롯된다고 한다. 비유하자면, 각각 다른 별을 관찰하는 20개의 접시안테나가 있는데, 어느날 특별한 별을 발견하고 모든 접시안테나가 그 별에게 모든 집중을 한다고 보면 된다. 써놓고 보니 약간 무섭기도하지만 무서워할 필요가 없는게, 민감한 사람들은 어떻게하면 괴로워하는 당신을 위로해줄지만 생각한다. 다른 것에 한눈파는 것보다 당신만 바라보는게 더 좋기 때문이다. 책의 내용을 잠시 빌려와서 왜인지 설명하자면, 민감한 사람들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거나 낯선 환경에 놓이면 새로운 정보가 너무 많이 들어오는 상태에 놓이게 된다. 그 정보들을 모두 처리하는것은 민감한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힘들고, 때로는 괴로운 일이라고 한다. 그래서 상대방이 우울하거나 괴로워하는게 느껴지면 모든 외부입력정보를 수신차단하고 당신에게만 집중한체로 바투 앉아있을거다. 아마 그 순간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당신과 공감하며, 당신의 떨림에 공명하고 있을 사람일것이다. 민감한 사람들은 그래서 많은 친구가 필요없고, 여러번의 연애도 필요없다고 한다. 오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설령 애인도 아내도 없이 친구가 강아지와 고양이뿐이라 할지라도 별다른 불만없이 살아갈수 있다.

이렇게 생각 정리를 마치고, (눈물 좀 닦고서) 집에 왔다. 비가 많이 온다.

매거진의 이전글 발바닥을 모기에 물린 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